여수산단 원청사, 공동으로 노조 무력화 시도
여수산단 원청사, 공동으로 노조 무력화 시도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5.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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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건설노조 공식사과 요구, 대규모 규탄집회 예정
▲ 민주노총이 공개한 여수산단 원청사들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보고서 ⓒ김경대 여수 국가산단 내 34개 원청사가 하청 건설일용노동자 노조(이하 건설노조)를 무력화하고 하청업체에 직접 개입해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갖고, 건설노조가 입수한, 원청사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22쪽 분량의 ‘CLUB Project 경과보고’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각 원청업체 공장협의회에 제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8월 17일 작성된 것으로, '클럽'은 건설노조를, '프로젝트'는 건설노조 와해를 위한 원청업체들의 공동대응 노력을 의미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자료는 클럽 동향, 상반기 활동 리뷰, 하반기 중점 추진활동, 공장장 협의회 건의사항 등의 목차를 달고 여수건설노조 동향, 울산과 광양 등 타지역 동향, 노조무력화 실행에 대한 각 회사별 점검과 평가, 파업과 임금협상에 대한 공동대응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산단사들은 상반기 중점 사업으로 △휴대폰 현장 반입금지 △간부 및 방송차 현장출입 금지 △조끼 착용자 출입금지 △협력사 사장단 교육 등의 활동목표를 정하고 그 결과를 회원사별로 모니터링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에서 모니터링을 한 원청업체로 표시된 곳은 금호석유, 남해화학, 제일모직, 한화석유, GS칼텍스, LG화학 등 모두 11개 업체다. 이들 원청업체는 보고서에서 ‘원청사의 공동단결 대응이 CLLB 위축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하반기 중점추진 활동으로 △상반기 Quick Hit항목 지속 실행 △우수인원 우수고용 △외국인력 투입 △협력업체 인센티브·패널티 공동대응 등의 목표를 정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다수 회사에서 같은 방식의 노조 탄압이 진행돼 의구심이 들었으나 막상 문건의 내용을 살펴보니 지침대로 움직여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노조가 입수한 클럽 프로젝트 경과보고라는 문건 중 원청사별로 점검 항목에 대한 모니터링 부분. 금호석유, 한화석유, GS칼텍스 등 11개 원청사가 회원사로 표시돼 있다.ⓒ시민의소리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서 “34개 회사라는 국내 굴지의 재벌회사들이 하청 비정규 건설일용노동자들의 노조활동에 대한 집단적 무력화의 사실이 폭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히고 “조직적인 부당노동행위 사실에 대해 노동부와 검찰에 직접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수건설노조는 자체적으로 대규모 규탄집회를 갖고 하청업체별로 원청사에 공식사과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여수산단 공장직협 측은 문건 작성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며, 노동부는 10일 “원청업체들의 공모가 확인되는 대로 형법상 공범죄를 적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기봉 여수건설노조 위원장은 애초 문건 유입경위와 출처를 내부고발자 보호 차원에서 밝히지 않겠다고 했으나 산단사들이 계속 ‘출처없는 문건’이라고 주장할 경우 이를 밝힐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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