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없는 지방지 왜 없어지지 않나
독자없는 지방지 왜 없어지지 않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창진 [여수시민협 공동대표]
시민들은 제한된 지면으로 지역 소식을 실을 수 있는 지방지보다는 전적으로 지역 소식을 보도하는 정보신문이나 주간신문, 인터넷신문에 더 관심이 많다.

   
▲ 한창진 여수시민협 공동대표
방송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시민들은 갈수록 신문 보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중앙지에 비해 자본이나 조직 면에서 뒤떨어진 지방지는 더욱 심각하다.

거기에다 지금까지 일정부분 명맥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계도지 구입도 불가능해졌다. 지난해 연말 여수시의회에서는 주로 지방지를 구입하여 특정인에게 배부하는 계도지 신문 구입 예산을 전액 삭감하였다.

최근 광산구 공무원 직장협의회의 부서별 강제 투입 신문 거부에서 드러났듯이 관공서에 투입하거나 연고와 눈치를 보고 구독하고 있는 형편이다. 불법적으로 기자가 지사 운영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지금의 체제에서 매달 지대 송금은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그 적자는 월급으로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독자가 없는 신문, 독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신문이 과연 존재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그만둔 기자는 없고, 기자는 서로 하려 하고, 새로운 신문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공무원의 잘못된 언론관에서 비롯된다.

여수시와 여수시의회에서는 매일 각종 언론매체에서 보도되는 관련 기사를 발췌하여 간부에게 회람을 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시민들이 많이 보지 않는 신문을 공무원이 꼬박꼬박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보도행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홍보성 기사는 홍보로, 지적성 기사는 시정과 반박으로 대응하면 될 것을 상급자가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공무원과 정치적 목적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있는 한 신문사는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또, 지방 신문사가 존재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모 신문사 여수주재기자가 느닷없이 사표를 종용받아서 사표를 내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 신문사 같은 계열 건설회사가 여수시에서 발주한 '국도 17호선 대체 우회도로 공사'에서 탈락하고, '진모지구 간척공사' 계약이 파기되었는데도 시청 출입 기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입증이라도 하듯이 상당기간 그 신문의 지방자치단체장 동정면에서 여수시장이 실리지 않고, 그 흔하게 나오던 여수시 관련 홍보성 기사가 사라졌다가 주재기자가 바뀌고 나서야 동정은 다시 실렸다. 평소 지나치게 정치인이나 기관장을 낯 세워 주는 보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언론의 공공성을 망각한 보복 행위 또는 편파적인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우리 시민단체는 공사와 관련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책임을 묻고 시정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건설회사가 계열 언론사를 내세워 문제를 지적한다는 것은 결국 각종 공사 수주에도 개입하고, 그 일에 일선 시·군 주재기자가 동원되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주재기자가 아니라 주재 사원이라는 뜻도 되고, 건설업체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언론사를 운영하는 근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준다. 시민들은 제한된 지면으로 지역 소식을 실을 수 있는 지방지보다는 전적으로 지역 소식을 보도하는 정보신문이나 주간신문, 인터넷신문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런데도 지방자치단체가 기자실을 통한 취재 편의를 제공하고 예산까지 투입하는 것에 대해 기자실 폐쇄까지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 특혜가 아닌 언론 본연의 노력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지방지가 될 수 있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