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만 옮겨가면 뭐하나
건물만 옮겨가면 뭐하나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5.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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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전남도청 이전
▲ 무안군 남악면 전남도청 신청사 야경.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옮겨갔다. 무안에 인용부호를 두른 까닭은 옮겨간 위치가 행정구역상으로만 무안일 뿐 실상은 ‘목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무안군의 입장에서 도청에 기대할 수 있는 연관효과는 사실상 없다. 하지만 목포는 많다. 이 ‘없음’과 ‘많음’이 ‘목포+무안’ 통합논의를 가능케 하고 있다. 없지만 땅은 넓은 곳이 무안이고, 많기는 하나 목포는 건물하나 세울 공간마저 마땅치 않은 것이다. 도청 이전을 전후해서 목포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1천만원 이상 올랐다. 본격적으로 주변이 정비되고 공공기관이 하나둘씩 이전되면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는 게 목포시민들의 기대치다. 그러나 ‘좋은 일’이 쉽게 생겨날 것 같지는 않다. 도청이 이전되기는 했지만 그 ‘효과’는 아직 옮겨가지 않은 까닭이다. 주변정비에는 최소한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도청직원의 절반에 이르는 인원이 버스로 광주에서 출퇴근하고 있는 상황인데, 과연 목포에 돈이 풀리겠느냐, 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광주 동구 광산동 소재 구 전남도청 항공사진. ⓒ시민의소리 자료사진
돈이 풀리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돈을 가져가기까지 해서야 되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도청 직원들 출퇴근 비용을 도비로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청 내부 자료에 따르면 버스 12대를 동원한 출퇴근 비용으로 향후 2년 동안 도청이 마련해 놓은 예산은 자그만치 13억원이다. 그들의 출근비용을 왜 '우리'가 제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다.

서남해안권이 도청이전효과에 대한 기대로 부풀고 있을 때 여수, 순천, 광양 등 동부권은 '우리가 남의 자식이냐'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전남의 중심기능을 담당해야 할 도청이 외진 곳에 치우쳐져 있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된 '도청 출장소'의 기능과 역할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여하튼 도청이전이 여러 가지 ‘가능성의 꿈’을 제시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데에는 지역민들의 매서운 눈과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눈이 매서워하는 이유는 다만 ‘행정치소’만 이전됐을 뿐, 공식적인 업무시간 외에는 여전히 ‘광주’가 중심으로 기능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이 문제는 세련된 방법이 아니면 풀 수 없다는 데서 지혜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번 주 [시민의소리 ] 주간기획은 ‘전남도청 이전’이다. 무안반도 통합논의를 포함해 이전에 얽힌 여러 가지 숙제들을 점검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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