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오냐
내 새끼 오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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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우리농촌은] 조경선(전남고흥 도화고교 교사. 시인)

내 새끼 오냐


건넛집 할머니가 버선발로 대문을 박차고
아들손주 며느리를 반기는데
아들네가 들고온 나주배 선물세트를
툭 쳐
배알이 대굴대굴 쏟아져 내린다
마을이 잔뜩 술렁술렁거리는 명절에


친손자라해도 일년에 두어번
노인네들 품에 안겨드리고
과일 한상자나 정종 한병 받아오는데


다시 도시로 떠나는 자식들에게
허리 꼬부라지도록 지어놓은
햅쌀이며 마늘이며 참기름 방울방울까지
박박 퍼주느라 분주한 명절 다음날 아침



먼지 날리며 가버리는
서울행 광주행 부산행 차들 뒤로
가슴속 붉은것마냥
마당에 맨드라미가
쭈글쭈글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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