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 호남은 피곤하다
'대연정' 호남은 피곤하다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5.08.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남지역주의 해소 위해 호남 소망 버려야 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빅딜’을 제안했다. 대통령이 갖고 있는 ‘권력’과 한나라당이 도와주었을 때 가능한 ‘선거제도 개혁’을 맞바꾸자는 것이다. 이른바 ‘대연정 제안’이다.

   
▲ 대연정="선거제도 개편만 생각하고 헤쳐 모여,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일러스터 송선옥
대한민국은 들끓었다. 대통령직이 정치실험실인 줄 아느냐, 또 승부수냐, 도청게이트로 위기에 처한 삼성구하기 아니냐, 더위를 먹지 않았다면 어떻게 저런 발상을… 들끓음의 내용은 다양했지만 대통령의 제안을 좋게 말하는 분위기는 찾기 힘들다.

호남의 사정도 예외는 아니다. 대연정 제안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당연지사, 종내는 피곤하니 말 걸지 말라는 투다. 실제로 광주일보와 한국갤럽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는 ‘55.3% 대 28.1%’의 더블스코어로 대연정 제안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가 ‘공감한다’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지고 보면 2005년 현재의 지역주의는 정확히 ‘영남지역주의’이다. 권력과 선거제도 개혁을 맞바꾸자는 주장은 결국 영남 유권자들의 전향적인 선택을 이끌기 위해 대북 정책 및 민주적 과제들을 담보로 넘겨주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대북정책 및 민주적 과제들은 호남유권자들이 ‘이라크 국민’ 소리까지 들어가며 선거국면 마다 개혁적 정치세력에게 ‘몰표’를 주면서 희망했던 정치적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연정 제안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호남의 희망이 볼모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호남이 피곤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여대야소 정국이라는 전에 없는 호기를 맞아서도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더니 아예 가게를 팔고 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썽쟁이 큰아들의 협박인 것만 같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 꿍꿍이가 뭐냐, 고 물었더니 “나는 꿍꿍이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순수선언만 되풀이하고 있고, 자신의 본뜻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적반하장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터다.

대연정 제안의 ‘본뜻’을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지만,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 대연정 제안부터가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은 채 덜컥 말해버린 ‘나 홀로 선언’ 아니었던가.

광복 60주년을 맞은 시민의소리 주간기획은 ‘대연정 제안’이다. 대통령의 제안이니 ‘본뜻’을 알아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게 국민의 도리일 것만 같아서이다. 광복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정치이슈이다 보니 피곤함이 더한 것만 같다. 입추가 지났는데도 덥다, 매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