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로는 지역주의 못 고쳐"
"선거제도로는 지역주의 못 고쳐"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5.08.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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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
   
▲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정우
11일, ‘5.18아카데미’ 강연을 위해 광주중소기업연수원을 찾은 손호철 교수를 만나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물었다.

손 교수는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대연정 제안과 같은 빅딜, 미끼정치의 방식으로는 제도 개혁을 위한 동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손 교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하고 “김원기 국회의장이 제안한 이 제도를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무시했다”면서 대연정 제안의 진정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 대통령의 한나라당에 대연정 제안을 했다. 평가한다면...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선거제도의 변화가 지역주의 극복을 가져오지는 못한다. 선거제도 개혁이,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면서, 그러니까 민주개혁을 포기하면서까지 추진해야할 사항은 아니다. 중대선거구제에 집착하지 않은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선거제도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하나
=빅딜, 미끼정치의 방식으로는 제도 개혁을 위한 동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제도 개혁 어렵다. 결국 국민여론을 모아 정상적인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게 과거 ‘바보 노무현’의 모습 아니었나.

-손 교수는 대연정 제안이 ‘삼성 구하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심인가?
=시기가 너무 절묘했다. 도청 게이트를 통해 정.경.언 유착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최상의 기회에 엉뚱한 김빼기를 한 꼴이다. 다른 이유를 발견하기가 어려워서 한 이야기다.

-대연정 제안의 이유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한다. 지역주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지역주의를 대체할 정치적 경쟁구조가 없는 한 지역주의는 계속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치적 경쟁구조가 형성됐을 때 지역주의 구조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1987년 이전에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라는 경쟁구도가 있어서 지역주의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지난 탄핵정국 당시 지역주의 정치가 약했던 것도 탄핵이라는 강력한 정치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정치권이 진보 대 보수로 개편될 때 지역주의가 사라질 수 있다.

-진보 대 보수 환경이 조성되기 이전 단계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조금이라도 지역주의를 깨뜨릴 수 있는 선거제도는 없는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모두 취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이다. 사표가 없고 득표율이 의석수를 결정하는, 모든 사람의 표가 똑 같은 값어치를 갖게 되는 그런 제도이다. 소수정당, 새로운 정당의 원 진입이 유리한 제도이기도 하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할 경우 현재 민노당의 의석은 30석이 된다. 김원기 국회의장이 정치개혁을 위해 구성한 범국민협의체인 정치개혁국민협의회는 바로 두 달 전 독일식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이를 무시했다. 대연정 제안의 진정성을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연정 제안이 최소한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은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아니다. 아주 중요한 선거제도 개혁의 문제를 국민들로 하여금 정략적 거래물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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