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게 잠자고 싶다
평화롭게 잠자고 싶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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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농촌은!]이태옥 전남영광

이글을 쓰려고 대마면 복평리 2구 월암-섬암마을 버스정류장으로 차를 내달았다.
영광여성의전화와 대마면 복평리 마을분들이 지난 7월 여성주간 행사로 함께 치뤘던 “여성폭력 없는 평화마을 만들기”행사때 이곳에 평화마을 간판을 달아놓았던 터이다.  이쁘게 잘도 매달려 있다.

지난 7월 2일, 대마면사무소에서 “여성폭력 없는 평화마을 만들기 선포식”을 하고 깃발장대들고 풍물패 앞세워 장마구름에 의지하며 걸어 걸어 복평마을에 발들이니, 마을 할매들 나들이옷까지 챙겨입고 버스정류장에 가지런히 앉아계신다.

얼마전 시골마을에 사는 비혼(결혼을 주체적으로 선택하지 않은)선배가 새벽녘 누군가의 침입시도를 경험하면서 여성이 살수 있는 안전한 시골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착안한 행사였다.

이런 사례를 주변사람들과 나눠보니 마을에서의 여성폭력(가정폭력, 성폭력등)사례가 여기저기서 무성히도 터져 나온다. 사건화시키지 않았다 뿐이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시골마을에서의 여성폭력은 전체여성에게 폭력에 대한 공포를 가중시킨다.

“누군들 안전하랴? 우리 안전 우리가 지키자”는 결의에 차서 마을분들과 만들어낸 것이 “여성폭력 없는 평화마을 만들기”였다. 

“이장님, 여따 달문 나쁜 넘들이 띠불문 안됭께 잘지키씨요”라며 다짐 놓기가 무섭게 40대초반의 여성이장님 “우리 딸내미덜 아침마동 학교 갈 때 지켜보고 다니라고 말혀놨응께 꺽정 마씨요”라며 화답하신다.

풍물패의 액맥이 소리에 흥이 봇물 터지고 버스정류장은 금방 잔치판이 된다.
장마구름이 가려는 줬지만 7월초 더위에 지칠법도 한데 막걸리 한사발도 없는 춤판이 잘도 돌아간다. “여성폭력 없는 평화마을 만세”를 끝으로 다음 마을로 대열을 이으니 중간 중간 마을분들과 아이들까지 합류하여 평화마을 인간띠가 이어진다. 

석정마을에선 유명짜한 대마 막걸리와 이장님이 내신 김치로 목 축이고 섬암마을 정류장까지 현판식을 마치니 행사시간을 훌쩍 넘겼다.

서둘러 마지막 장소인 대마 복지회관앞에 다다르니 푸짐한 상이 차려져 있다. 막걸리에 수박, 김치, 돼지고지...

어린아이, 초중고생, 전교조 풍물패 선생님들, 자원봉사 온 해룡중학생들,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 환경활동나온 대학생들, 여성농민회원들, 마을 청년회원들, 그리고 여성의전화 회원들 서로 권커니 받거니 하며 막걸리와 평화(강강)수월래로 행사를 마쳤었다.

버스정류장에 꿋꿋이 매달려 있는 평화마을 현판식처럼 여성들의 마음에도 평화가 와야 할텐데...
아직도 무더위속에서 창문틈 하나도 못열고 잠을 자야하는 선배의 농촌살이 첫여름이 너무 가혹하지 싶다.

우리집 개짖는 소리에 민감해지고 꽁꽁 문단속을 해대는 나를 보면서 ‘평화마을’의 외침이  왜이리 허망한지...
이여름 제발 잠 좀 평화롭게 자보자. 농촌에서 여성폭력 싹 몰아내고...  

 /이태옥 전남 영광 농민 tolee12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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