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 국회비준은 꼭 막아야 한다.
쌀 협상 국회비준은 꼭 막아야 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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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농촌은]정성숙 전남 진도 농민

 힘 센 7월의 햇볕은 지금 한창 새끼를 치고 있는 벼나 다른 곡식들한테는 더 없이 좋은 양식이지만 농부들에게는 곤욕이다.  그래도 장마 중에 그런 햇볕 고맙기 그지없다. 비 때문에 밀려있던 일감들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장마통에 오이 크듯 한다는 풀들이 농부들이 키우고자 하는 작물들보다 키가 커서 대파나 고추를 크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없애줘야 하기도 하고, 비 때문에 생긴 세균성 질병 치료도 해줘야 한다.

 뜨거운 기운을 들판에 땡볕으로 팍팍 쏟아 붓는 날, 논에 피 잡는 약을 했다.  무릎까지 빠지는 뻘논에서 100m가 넘는 농약줄을 잡아당기는 일은 그야말로 숨이 차다못해 꼴까닥 쓰러지고 말 것 같다. 빈손으로 논바닥을 걷는 것만으로도 ‘워메, 죽것네!’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남편과 나는 농약 냄새 맡아가면서 무거운 농약줄을 끌고 논바닥을 휘젓고 다녀야 했다.

그럴 때 흐르는 땀 때문에 눈앞이 안 보이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영락없이 숨이 딱! 멈추고 말 것 같은 숨가쁜 상태가 가장 큰 고통이다. 제발 농약 좀 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앞으로도 3-4차례 정도 병충해를 막는 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삭거름도 해줘야 하고.
이삭거름 할 일이 까마득하다. 20kg의 비료를 담아서 15kg정도 되는 비료살포기 무게까지 합쳐진 짐을 짊어지고 남편은 또 뻘논을 헤집고 다녀야 한다. 그늘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뜨거운 날에.

 그렇게 농부들의 발소리 들으면서 그들의 땀을 먹고 자란 벼를 비롯한 고추나 콩들은 장마기간 동안 하루가 다르게 열매를 준비하면서 성장한다. 농부들의 수고에 보답하려고. 이렇듯농부와 작물들은 도란도란 교감하면서 여름을 보낸다.

그런데 들에서 들어와 TV나 신문을 보면 농부들의 일상을 분탕칠하는 정책과 기사가 토막으로 잠깐 스친다.  7.6일 농민신문 기사 내용이다.

「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쌀시장 개방을 10년간 유예받는 대신 최소시장접근(MMA?저율관세에 의한 의무수입물량)방식으로 국내 살 소비량의 1~4%를 의무적으로 수입키로 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수입쌀이 식탁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전량 가공용으로만 쓰겠다”고 약속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수입쌀이 시중에 유통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가공용으로만 판매하도록 되어 있지만 불법으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6월 임시국회에서 쌀협상 국회비준안을 처리하려 했다가 6.20일 농민들의 총파업으로 연기하더니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어서 농민신문 기사.「앞으로 쌀협상 국회비준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가공용으로만 공급됐던 수입쌀이 일반 상점에서 식용으로 판매된다. 정부는 7월1일부터 수입쌀의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양곡의 표시기준과 원산지표시 위반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번의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의무수입된 가공용 쌀(MMA쌀)의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밥쌀용 수입쌀이 시중에 풀릴 경우 수입쌀의 국산 둔갑은 더욱 성행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난해 582개 쌀 가공업체를 대상으로 수입쌀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84개 업체가 부정유통?장부조작 등을 하다 적발됐다. 또한 이렇게 빼돌려진 쌀은 국산으로 둔갑돼 쌀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취재과정 중 “정부양곡창고에서 흘러나온 수입쌀이 국산으로 둔갑, 국내 유명 브랜드를 달고 팔린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정부양곡창고서 빼돌린 수입쌀을 운송했다는 화물기사의 증언은 충격이면서 정부에 대한 분노로 들끓게 한다.  정부는 농민들로 하여금 들에서 땀 흘려 일하도록 격려하기는커녕 도로에 뛰쳐나오도록 적극적으로 유인하고 있다. 결국 농민들은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는 쌀협상 국회비준을 막기 위해 농기구나 트랙터를 끌고 나와야 한다.

/정성숙 전남 진도농민 suny13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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