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5월로 가야한다
다시 5월로 가야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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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농촌은]강정남 나주농민
아카시아꽃이 필때,우리 농민은 아카시아꽃 향내에 취하는 한가함을 누리기 보다 외려 제일 바쁘다.논농사에 밭농사에 모든 작물들을 들어가야 되고 과수원은 굵고 실한놈만 빼고 씨잘데기 없는 열매를 솎아줘야 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퉁퉁부은 내 다리 보고는 장한 다리라고 내가 나에게 칭찬 하겠는가! 이바쁠때,정말 디지게 바빠서 환장할때,항상 5,18이 온다.언제부터인가 ..5,18은 두개의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있다.광주민중항쟁 이라고도 부르고 또한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도 부른다,정확하게는 우리가 그렇게 부르는게 아니라 그렇게 듣는것이다,

과연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하나는 민주화 운동, 다른 하나는 민중항쟁,똑같은 역사를 가지고 아직까지도,두개의 역사를 각자 쓰고 있는 것이다. 슬프게도..해마다 5월은 우리에게 “한” 이였고 슬픔이였고 분노 그자체였다.그러나 지금 이제,그만 용서하고 화해 하잔다.

옛날,망월동 한번 찾아가 참배행사한번 할라치면 어떠했는가!쫒고 쫒기고 전경들과 그렇게 싸우면서,추억의 최루탄,지랄탄 맞아가면서,그렇게 찾아가야만 했다.그렇게 어렵사리 찾아간 무덤 앞에서 눈물로 다짐하지 않았는가!

그때 목이 터져라 외쳤던 책임자 처벌,진실규명,배후 미국에 대해,뭐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있냔 말이다.그런데 용서하고 화해하잔다.아직 살인마는 국가기관의 보호나 받으면서 골프나 치며 한가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러고 보니 몇해전 남의 과수원에 배일을 하러 갈때의생각이난다. 그때 그 아재가 한말 “언능 언능 일하고 5월 가야 되는디”..광주라고 하지 않고 5월을 가야한다고 말하였다.지금 생각해보니 백번 그말이 맞다.아직 우리는 5월을 건너가지 못하였다.진정한 5월은 5월 행사에 박제되어 있는 5월이 아니다.진정한 5월은 그때 끝까지 목숨을 걸고 도청을 사수하던, 밑바닥 인생이라 불리던 그들의 염원 이땅 민중들의 세상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들은 거기서 사람세상을 보았을 것이다. 넝마주이라고,구두딱이라고 차별을 받지 않고 교사라고 특별대접 받지 않고 누구나가 똑같은 시민군으로 함께 주먹밥을 나눠먹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싸우면서 하나가 되었던 세상! 누가 시켜서 지키는 규칙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고 따랐던 규칙들,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위해주던 따뜻한 마음들,그들에겐,함께 하는 사람이라는것 만으로도 너무나 소중하고 귀중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세상은 어떤가! 똑같이 일하고도 너는 정규직,나는 비정규직으로 차별받고,여태것 농사지어 국민의 식량을 생산해낸 농민에게 이제,농업은 더 이상 가치가 없으니 폐기처분하라며,노골적으로 차별받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지금의 세상은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세상이 아니다.그냥 도구일 뿐이다.찍소리 않고 시키는대로 일해도 살아남을까 말까하는 지겨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는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고 끝없이 경쟁만 하다 죽는 도구로 만들어 버렸다.우리는 다시 5월로 가야한다. 진정 5월을 청산하기 위하여 우리는 5월로 가야한다. 그것은 그때 민중들의 가슴에 담았던 대동세상,사람세상인 것이다.진정한 5월로 가자!

/강정남 나주여성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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