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가서 공부하면 서울대 간다든?
"순천 가서 공부하면 서울대 간다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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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농촌은]정영이 전남 구례농민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 날 쓰러져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

 진달래가 필 즈음이면 나는 열병같은 가슴앓이를 한다. 딱히 까닭을 모르겠다. 더디 풀리는 날씨 탓에 봄꽃들도 저리 몸을 움추리더니 어느 아침에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화사해져 가는데 나는 그 계절을 미처 따라잡지 못한다.

 "꼭 가야하겠니? 중학교는 여기서 보내도 되잖아. 순천가서 공부하면 서울대 간다든?" 구례살이 시작한지 9년, 그새 아이들은 자라서 큰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였다. 고향 같은 광주 생활을 접고 첩첩 산중(?)이라는 구례에 살림을 풀면서 참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젊은 사람들 다 새끼들 크면 도시로 나가는 판인디 어쩔라고 구례 그 산중으로 들어 갈라고 허냐" 걱정 섞인 또는 못마땅 하신 친정 엄마나 주변 사람들의 염려 때문 만은 아니었다.

신랑이야 고향이 좋아 거의 어거지로 결정한 일이었지만 나는 구례로 살림을 옮기며 두렵기까지 했다. 용방의 나직한 작은 동네.  아이들 소리가 사라져가는 동네 골목에서 아이들은 잘도 자랐다. 거의 같은 시기에 마음 나눌 만한 친구가 구례에 자리를 잡으면서 서먹한 시골 생활에 그나마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었다. 

딸은 딸끼리 친구, 아들은 아들 끼리 친구, 신랑은 신랑 끼리 친구, 자연스레 친동기간보다 더 가까이 지내게 되고 유치원도 같이 보내고 학원도 당연하게 같이 보내고. 주말에 가는 나들이는 물론이고  미래에 대한 고민 까지도 비슷하게 공유하게 되었다. 그런 친구가 얼마전 순천으로 이사를 했다. 도저히 이사를 고려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 했는데 너무도 태연히 아이들과 엄마는 생업은 구례에 남겨 둔 채 이사를 했다. 아빠는 구례에 남고 엄마는 출 퇴근을 하며 해오던 하우스 일을 그대로 한단다. 이유는 한가지, 아이들 교육 때문에......

아들의 친구는 구례에서 출발해 순천에 도착하고서도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고 했다. 친구를 보내고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딸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더니 반에서 5명 정도는 정도는 도시로 전학을 간다며 "엄마 ,우리는 이사 안가?" "나 여기서 중학교 다녀야되는거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친하게 아기자기한 정을 나누고 재잘거리던 친구들이 하나 둘,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찾아 도시를 향할 때 저도 그리 하고 싶었으리라.

구례에 사는 사람 수가 이만구천 몇명이란다. 전국의 행정 구역에서 가장 적은 인구수라서 인구수 늘리는 것이 지역의 큰 과제라는데 모범 답안을 알면서도 왜 정답을 피해가는지. 출퇴근을 각오하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도시로 향하는 부모들을 탓하지 못하는 현실, 단순히 주민 몇명의 이사를 넘어 지역의 발전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벚꽃이며 자운영, 배꽃이 흐드러지고 진달래가 지천인 길을 다라 아이들을 학교에 태워다주고 돌아 오는 길. 여학생들만 다녀서 너무 좋다며 중학 생활을 마냥 즐거워하는 딸아이의 웃음 속에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 그것이 구례 교육을 세우는데  한 몫을 할 수 있다면 그리 하리라.

어린이날이 기다려진다. 엄마들의 힘으로 구례 어린이들에게 한판 놀이마당을 만들어낸지 6년, 올 해는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하며 놀게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정영이 전남 구례 . gurye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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