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기억, 그리고 ‘깨어있는 시민의 소리’
광주의 기억, 그리고 ‘깨어있는 시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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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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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 평화뉴스편집장[창간 4주년 기념 축사]

   
정반대(正反對)의 도시 대구와 광주.
부산만 하더라도 전라도 사람들이 꽤 산다는데, 이 곳 대구에는 전라도 출신 친구나 친지가 있으면 ‘좀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될 정도입니다. 국도보다 못한 88고속도로가 겨우 길을 잇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 지역벽의 높이는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대구와 광주는 늘 비교의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는 보란 듯이 극과 극의 대조를 보여주었습니다. 대구는 ‘몽땅 오른쪽’, 광주는 ‘몽땅 왼쪽’ 같은 이미지를 서로에게 뽐내듯 심어주었고, 서로가 지지하는 쪽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치우친듯한 평가를 내리고는 했습니다. 그것도 민심이라면 민심이겠지만, 같은 시대 다같은 남쪽에 살면서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 정반대의 이미지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정반대의 도시를 저는 참 많이도 오가며 지냈습니다.

대학 교지 편집실에서 일할 때, 지난 ’89년 조선대 교지 ‘민주조선’ 이철규 편집장의 의문사를 타살이라 믿으며 단식투쟁을 했고, ’90년에는 전남대와 조선대를 오가며 그들의 교지를 모으고 어떻게 사는지를 뚫어지게 고민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문병란 시인을 대구의 한 대학에 모셔 강연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90년대 중반에는 전가청협(전국가톨릭청년협의회) 활동을 하며 3년동안 몇 달 건너 한번씩 광주를 다녀가야 했습니다. 그 덕분에 광주의 여러 선배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고민과 삶을 적지 않게 엿볼 수 있었습니다. 대구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구에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광주의 풍토에 많은 부러움과 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런 오랜 기억 속의 광주 [시민의 소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4년 봄.

방송국의 기자로 일하던 필자는 2004년 2.28에 대구경북 대안언론 <평화뉴스>를 창간하게 되었고, <시민의 소리>와 제휴를 맺어 대구와 광주의 독자들에게 서로의 대안언론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광주는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시민의 소리>가 뿜어내는 깨어있는 ‘시민의 소리’와 그것의 튼튼히 버팀목이 되어주는 조직과 사람들. 대안언론을 하는 지금도 두 도시의 밑거름은 여전히 ‘정반대(正反對)’의 부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시민의 소리] 창간 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열흘 뒤면 [평화뉴스]도 창간 첫돌을 맞습니다만, [시민의 소리]는 [평화뉴스]를 비롯한 다른 많은 지역의 대안언론에 큰 버팀목이 되리라 믿습니다. 서로의 자리에서 시민들에게 뿌리내리는 대안언론으로 커가가기를 소망합니다. 그 연대와 동지적 애정으로 다시 한번 창간 4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더불어, 서로가 바르게 커가기 위한 다짐으로 덧붙이자면, 언론을 하는 모든 사람이 ‘맑고 순수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맑고 순수하지 못하면 언론의 바른 길을 갈 수 없으며, ‘치우침과 편들기’의 유혹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맑고 순수한 언론인은 사람들의 삶을 품어 안을 수 있으며, 그들의 삶을 가슴 가득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고백으로 허물을 고쳐갈 때, 강철이 단련되듯 굳건한 대안언론으로 흔들림 없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일자천금(一字千金)’이라 했습니다. 새기고 더 새겨 부족함을 채우고, 그 다짐과 자부심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대안언론을 하는 모든 사람의 의무이며 독자에 대한 약속이어야 할 것입니다.

부족한 축하의 글을 전하는 오늘 2월 18일은, 무고한 시민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오늘 대구 곳곳에서는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가족 잃은 슬픔을 아는 지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광주 5.18의 슬픔도 그렇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마음이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슬픔이 남긴 가치만큼은 더 일깨우고 새기며 살아야할 것 같습니다.

긴 역사에 벽돌 하나 쌓는 마음으로, 멀리 보고 뚜벅 뚜벅 바르게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먼 길에 서로 희망의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의 소리> 창간 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05년 2월 18일 

유 지 웅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PN[평화뉴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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