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숙칼럼]자녀를 배려하는 이혼제도
[임선숙칼럼]자녀를 배려하는 이혼제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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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숙 변호사

21세기에 들어서서 가족생활의 가장 큰 변화로 누구나 이혼의 증가를 지적할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이혼율은 인구 1,000명을 기준으로 하여 1993년에는 1.3명이던 것이 10년이 지난 2003년에는 3.5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이혼율로는 세계 2위에 달한다고 한다.

 그동안 이혼제도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가 정서적으로는 이혼을 금기시하면서도 법률적으로는 이혼천국에 가까울 정도로 이혼에 대한 제동장치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같은 제도적 무방비는 이혼과정 뿐만 아니라 이혼 이후의 자녀양육, 청소년문제등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키는 한 원인으로도 지적되곤 했다.

최근 법원에서는 합리적인 이혼절차와 다양한 가족관계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혼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녀양육문제와 관련하여 몇가지만 당부하고자 한다.

협의이혼제도에 있어서는 이혼전 상담제도 또는 별거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많다. 상담제도 및 별거제도를 운영하는 것에 물론 찬성이다. 다만 상담제도 및 별거제도가 적용되는 경우에 있어서 자녀의 상황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영아가 있는 가정의 경우나, 사춘기의 자녀가 있는 경우의 이혼은 반드시 그 시기에 있어서 제한되어 부모의 이혼으로 자녀들이 받은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상대방의 자녀양육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혼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자녀양육비에 관한 소송이 이혼부부 사이에 다시 진행되는 사례가 많다. 현행법의 경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하여 이행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길 경우는 감치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행명령은 그 이행여부를 당사자의 의사에 맡겨두는 것이고, 위반이 계속되더라도 실제로 감치명령이 내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양육비의 지급과 관련하여 외국의 경우는 이혼 당시 자녀의 양육에 필요한 재산을 분할하여 자녀양육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거나,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해주고 부모의 급여에서 양육비를 원천징수하는 경우도 있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게는 직장에서의 인사상 불이익은 물론 형벌을 부과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도 자녀의 양육에 대하여는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나아가 이혼 자녀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배려이다. 우리의 경우 이혼시 법원에서 자녀의 양육자 및 친권행사자로 부부의 일방을 정하고 나면 그 이후 국가나 사회는 이혼 자녀의 적응과정에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는다. 오로지 고통은 그 부부와 자녀들만의 몫이다. 그러나 미국, 영국 등에서는 아동보호단체 및 학교 등에서 이혼자녀들을 부모의 이혼 후 주기적으로 접촉해서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 뒤에 정서적으로 잘 적응하고 있는지 여부와 아동의 주변환경에 대해 세심하게 조사하고, 이를 놓고 친부모와 협의하는 등 아이들의 자연스런 성장을 최우선과제로 놓고 있다.

선진국들이 높은 이혼율 속에서도 사회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이혼이 가족의 붕괴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서 구상하려고 하는 새로운 이혼제도 속에 이혼 가족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임선숙 변호사 gepoch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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