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부정사건,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학입시부정사건,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 노영필
  • 승인 2004.11.26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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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교육계는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수백명이 연루된 입시부정이 터지면서 상상할 수 없는 사태 앞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일의 전말이 어떻든 간에 교단에 서 있는 필자로선 한없는 자괴감과 참담한 슬픔을 주체할 수 없는 심정입니다.

이 부정에 휘말린 아이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솔직히 잘 못을 저지른 아이들은 두렵지 않습니다. 잘 못을 저지른 아이들은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부정행위를 하겠다'는 아이들의 이구동성의 현실 앞에 망연자실해집니다. 당당함보다는 부조리를 꿈꾸게 하고 부정한 삶을 끝없이 충동질하는 현실사회의 구조가 문제입니다.

사실 아이들의 부정행위 속에는 이율배반의 현실모순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도덕적 타락을 권유하는 삐뚤어진 세상이 삐뚤어진 처벌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수단이 목적이 된지 오랩니다. 이미 어른들은 돈과 권력, 부조리와 불신을 조장하면서 '이 정도 부정쯤이야'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오지 않았던가요. 부정한 삶의 행위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일부 어른들이 '즐김'의 광기를 뻔뻔하게 연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교육현장의 모순에 절규를 토로한지 오래입니다. 비정한 교육경쟁에서 일년이면 100여명의 아이들이 자살로 세상을 떠나고, 수많은 범죄의 유혹으로 고통스러워하는데 '내 그럴 줄 알았다' 식입니다. 언론보도의 초점은 부정행위 수법, 폭력서클 개입, 부실한 감독, 예방 노력의 부족 등 선정적인 문구들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이런 어른들의 '즐김'은 교육현장의 모순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수습할 수 없는 방향으로 끌고 갈 뿐인데도 말입니다.

원인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벌백계가 능수라는 논리는 정말 문제입니다. 일벌백계의 논리 속에 인간의 존엄성은 철저히 내팽개쳐져 있습니다. 피해자는 말이 없는데 보복을 강요하는 주위 사람들만이 무성한 꼴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실수를 교육적으로 감쌀 줄 아는 지혜가 더 필요합니다. '이렇게 큰 잘 못인 줄 몰랐다'는 아이들의 순박함이 더 무섭지 않습니까.

아이들을 서열로 내몰고, 성적순으로 관리하는 사이 아이들의 도덕적 판단력은 퇴화할 대로 퇴화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의 대담함에 놀래는 것보다는 어른들의 시치미에 더 충격입니다. 여론은 마녀사냥식으로 부정행위학생들에서 수사관으로, 수사관에서 관리감독교사에게, 다시 감독관청으로 화살의 초점을 옮겨다니면서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이쯤이라면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있는 말장난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단연코 즐기는 여론이어서는 안 됩니다. 분명히 우리사회에 음습하게 깔려있는 도덕적 치부를 들어내야 합니다. 아니 우리사회의 경쟁논리가 치부를 만든 것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서열화된 대학과 학벌사회,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수능 중심의 입시제도가 본질적인 원인입니다. 가치관과 세계관보다 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학부모와 사회의 왜곡된 교육열이 덧붙여져 일어난 사건인 것입니다. 그래서 수능시험의 자격고사화를 비롯한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 해체 방안 등을 시급히 찾는 것이 더 진지한 고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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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시킨 2004-11-29 22:29:10
    너 접종 할 때 됐다.....7병동간호사도 이빨로 물어뜯고 어디갔냐

    관광객 2004-11-28 21:32:47
    .
    학벌사회-서열화된 대학교-수능중심 입시제도-고교평준화-중학교평준화.

    요약하자면 대충 이런 제목들이 문제의 원인으로 등장하는 동일한 메뉴
    차림표만 열거되는 걸 여기서도 봅니다. 구체적인 해법각론에 대해서는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이구동성 수능시험의 자격고사화 및 학벌사회해체
    그리고 대학교 서열화 구조 타파를 언제나 물고늘어집니다.

    ----------------------------------------------------- quote ---
    "...이번 사건은 서열화된 대학과 학벌사회,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수능 중심의 입시제도가 본질적인 원인입니다. 가치관과 세계관보다 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학부모와 사회의 왜곡된 교육열이 덧붙여져 일어난 사건인 것입니다. 그래서 수능시험의 자격고사화를 비롯한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 해체 방안 등을 시급히 찾는 것이 더 진지한 고민일 것입니다."
    ----------------------------------------------- unquote -----

    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제도는 적어도 학부모가 그렇게 디자인한
    제도는 분명 아닙니다. 모든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것도 잘 하기를 바랍니다. 대학과 중.고등학교에서의 평가제도가 다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는 제도이면, 학부모가 거기에 맞추어 생각의 틀
    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ㅡ 학부모도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처량한 신세
    일 뿐입니다.

    사회의 왜곡된 교육열이 추가적인 문제지대라고 지적을 하셨는데 이는
    이 사회가 잘 훈련된 유능한 인재들을 기대하는 사회가 되지 말아야만
    된다는 건지, 아니면 무엇이 왜곡된 교육열이라는 건지, 사회일반으로
    포괄적인 책임론을 확장하는 아주 애매모호한 ㅡ 그 비난의 대상이 영
    또렷하지 않은 물타기 논법처럼 들립니다.

    제가 볼 때 아이들은 학교에서부터 거짓말을 배우는 것같습니다. 우선
    대학에 입학원서를 내는 아이들 전부에게 "수"(A)가 나오게 점수를 준
    학교 선생님들이 내신성적보고서에 응시생 전부 다에게 다시 전교석차
    10% 이내라는 거짓말을 당연한듯 해오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배우죠.
    대학입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입시전투 대열에 학교 선생님들까지
    총력을 지원하는 체제는 언급하지 않고 책임의 모든 부분을 학교 밖의
    사회구조 전반으로 이전시키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겁니다.

    거기서 나오는 것이 불가피하게 대학서열 파괴 내지는 대학평준화라는
    세계사에 없는 가공할 만한 공도동멸의 논법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걸
    또한 이 노무현 정권에서 대통령이 대학교육 받지 못한 컴플렉스 치유
    목적에도 연결시키면서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조짐들도 나오고...

    이 사회는 인재들이 필요하고, 인재들을 양성하는 대학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지 않고 일단 입학만 하면 전원 졸업하는데 전혀 문제없는
    얼치기 교육의 수준을 유지하니까, 아무래도 사회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은 우등생을 찾으려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가시적인 계량화된 점수를 우선적으로 일차적 선별기준으로 삼게 되고,
    그러니 자연히 대학은 교육의 내실을 가지고 서열이 매겨지는 게 아닌
    수능점수 또는 고교내신성적 우수자들 분포를 가지고 서열이 자연스레
    나타나게 마련이 되는 거죠.

    따라서 대학이 자체 교육체제를 내실있게 강화하지 않는 한 이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발굴 선별하는데 문제점이 여전하게 될 것이며, 대학이
    학생선발권에 대해 100% 자율권을 갖지 못하게 요구하는 고교 교사 및
    학부모의 공동의 아우성으로 말미암은 교육부의 획일적인 통제 체제가
    한국의 현대사의 교육부문을 지금까지도 점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교육의 현장 주체자들인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전혀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감추어진 크나큰 문제지대의 하나입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말들만 무성하지, 대학이 살아나야 교육한국의
    미래가 전개될 수 있다고 하는 지적은 적어도 중고등학교 현장 교사들
    에게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대학의 책임이지 고교
    교육자들의 소관사항을 아니라는 발뺌입니다.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을 허락하지 못하게 해놓고는, 중고등학교에서의 진학지도의 일관성과
    편리성 및 예측가능성 확보장치 주장으로 대학이 주눅들게 만들어놓은
    중고교 교사 (전교조 포함), 학부모 및 교육부의 국가주의 관리방식에
    대하여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걸 봅니다.

    탓을 죄다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마십시오. 지적하신 바대로 학생들이야
    개과천선 고쳐나가면 되는 어린 새순들이지만, 교육현장의 중구난방과
    나태함은 모든 문제점들의 고리에서 결코 빼뜨릴 수 없는 사슬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에 완전한 선발자율권을 허락하도록 중지를 모으고 여론을 계도해
    나가십시오. 대학졸업자의 46% 가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실업자대열에
    줄 서있는 경제 현실에서 이 사회가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식의
    책임전가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지는 단계가 되어있는 건 아닌지요 ?

    이렇게 문제지대를 지적하는 원론만 나열하는 식의 보도기사나 칼럼이
    이 정도로면 충분하지 않겠나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