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정에 휘말린 아이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솔직히 잘 못을 저지른 아이들은 두렵지 않습니다. 잘 못을 저지른 아이들은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부정행위를 하겠다'는 아이들의 이구동성의 현실 앞에 망연자실해집니다. 당당함보다는 부조리를 꿈꾸게 하고 부정한 삶을 끝없이 충동질하는 현실사회의 구조가 문제입니다.
사실 아이들의 부정행위 속에는 이율배반의 현실모순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도덕적 타락을 권유하는 삐뚤어진 세상이 삐뚤어진 처벌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수단이 목적이 된지 오랩니다. 이미 어른들은 돈과 권력, 부조리와 불신을 조장하면서 '이 정도 부정쯤이야'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오지 않았던가요. 부정한 삶의 행위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일부 어른들이 '즐김'의 광기를 뻔뻔하게 연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교육현장의 모순에 절규를 토로한지 오래입니다. 비정한 교육경쟁에서 일년이면 100여명의 아이들이 자살로 세상을 떠나고, 수많은 범죄의 유혹으로 고통스러워하는데 '내 그럴 줄 알았다' 식입니다. 언론보도의 초점은 부정행위 수법, 폭력서클 개입, 부실한 감독, 예방 노력의 부족 등 선정적인 문구들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이런 어른들의 '즐김'은 교육현장의 모순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수습할 수 없는 방향으로 끌고 갈 뿐인데도 말입니다.
원인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벌백계가 능수라는 논리는 정말 문제입니다. 일벌백계의 논리 속에 인간의 존엄성은 철저히 내팽개쳐져 있습니다. 피해자는 말이 없는데 보복을 강요하는 주위 사람들만이 무성한 꼴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실수를 교육적으로 감쌀 줄 아는 지혜가 더 필요합니다. '이렇게 큰 잘 못인 줄 몰랐다'는 아이들의 순박함이 더 무섭지 않습니까.
아이들을 서열로 내몰고, 성적순으로 관리하는 사이 아이들의 도덕적 판단력은 퇴화할 대로 퇴화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의 대담함에 놀래는 것보다는 어른들의 시치미에 더 충격입니다. 여론은 마녀사냥식으로 부정행위학생들에서 수사관으로, 수사관에서 관리감독교사에게, 다시 감독관청으로 화살의 초점을 옮겨다니면서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이쯤이라면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있는 말장난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단연코 즐기는 여론이어서는 안 됩니다. 분명히 우리사회에 음습하게 깔려있는 도덕적 치부를 들어내야 합니다. 아니 우리사회의 경쟁논리가 치부를 만든 것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서열화된 대학과 학벌사회,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수능 중심의 입시제도가 본질적인 원인입니다. 가치관과 세계관보다 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학부모와 사회의 왜곡된 교육열이 덧붙여져 일어난 사건인 것입니다. 그래서 수능시험의 자격고사화를 비롯한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 해체 방안 등을 시급히 찾는 것이 더 진지한 고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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