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주 심상찮다
5월 광주 심상찮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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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혼돈... 5월 광주가 뜨겁다 / 2001년 5월 광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민주ㆍ인권 도시로서의 자긍심을 찾아보기 힘들 뿐더러 에너지가 충만한 역동적인 모습도 사라졌다. 대신 곳곳에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를 속시원하게 풀어줄 지역내 리더십도 없고 마땅한 방법도 보이질 않는다. 광주의 미래를 결정할 거시적 현안들도 한올 한올 풀리기보다는 제자리걸음하는 모습만 보인다. 시ㆍ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에 대한 불만도 이 때문에 자꾸만 커지고 있다. 이처럼 침체된 광주의 분위기는 지역 위정자들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광주와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있는 정부에 대한 주권자로서의 직접적인 압박일 수도 있고 현 자치단체장들에 대한 실망감이 정치적 뿌리를 같이하는 정부 비판으로 곧바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화유공자예우법 무산 / 5.18행사 민중세력과 연대 / "생존권 보장" 높은 목소리 / 노동자만 죽이는 신자유주의 / "이대로는 안된다" // 현정권의 텃밭이라고 할만한 이 지역에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정부투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또 이에대한 호응도 의외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소속 일색인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현안을 챙기라는 주문이 폭주하지만 이에대한 반향을 기대하기 힘든 것도 큰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다. 80년대 극심한 탄압속에서도 찾기 힘들었던 절망적인 전망이 나타나는 것은 IMF라는 경제 난국을 거치면서 전반적으로 침체된 사회분위기도 하나의 중요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침체된 분위기가 광주에 짙게 깔려있는 모습이다. 역설적으로 현 시스템에 대한 반발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감지되기조차 한다. 먼저 좋든 싫든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정치권의 구도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또 중앙집중적인 권력구도를 탈피, 올바른 지방분권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나아가 실제 주권자인 시민의 힘을 키워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민의 정부 이후 승리감에 취해 박제화시키고 추상화시켰던 오월정신을 끌어내려 시민들의 삶 속에 되살려야 한다는 움직임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21세기 첫 문턱을 넘어선 2001년 5월 광주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각심속에 옛 틀을 깨려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5ㆍ18> 치열한 5월정신 계승 국민대회.부활제 '부활' 지난달 28일 상무시민공원 벽화그리기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5ㆍ18민중항쟁 제21주년 기념행사는 우선 규모면에서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었다. 행사위원회는 지난해 15억원의 예산으로 59개 행사를 치러냈으나 올해는 2억3천5백만원으로 27개 행사를 치른다. 20주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대대적으로 판을 벌였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내실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때문에 올 5.18행사는 규모보다는 행사의 내용에서 의미 변화를 찾아야 한다. 우선 지난 97년 정부가 5ㆍ18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면서 자취를 감췄던 국민대회가 다시 나타난 점을 들 수 있다. 행사위원회는 오는 20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도청앞 광장에서 '21주년 정신계승 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87년까지 전투경찰과 시민들간 한바탕 싸움터가 돼 왔던 도청앞 광장이 88년부터 합법적인 집회공간으로 확보되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아래선 관의 지원마저 확대, 충돌의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없어졌던 프로그램이 올해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다시 등장한 국민대회는 행사위원회가 경찰과 별다른 충돌없이 치러낼 수 있을지 걱정할 정도로 긴장감 속에 준비되고 있다. 최근 몇 년동안 이완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던 5ㆍ18행사와는 달리 '민중 생존권 옹호' 등 정부로서는 껄끄러운 내용이 담길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단과 별도로 이원적인 행사를 치렀던 전국연합이나 민중연대 등 이른바 민중세력이 '5월로 한마음 통일로 한겨레'라는 뜻으로 한데 모여 행사위를 꾸렸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시민들의 생존권 문제가 절박하다는 현실문제 반영때문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행사위원회가 "5월은 80년 광주에만 있지않다"며 "민중생존권 투쟁에도, 의문사 진상규명에도, 통일운동에도 살아 숨쉬고 있다"고 천명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또 올해 행사의 비장한 분위기는 17일 오후 6시 광주역에서 갖는 '5월 정신계승을 위한 노동자, 농민, 학생 연대투쟁 결의대회'나 17, 18일 이틀간 열리는 '실업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5ㆍ18민중항쟁', 26일 '부활제'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을 거치면서 사라졌던 '부활제'가 다시 부활한 것도 '치열했던 5월정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5ㆍ18기념재단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정치권에 꾸준히 제기해왔던 '민주화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마저 지난달 30일 폐회된 국회에서 무산돼 당초 너무 과열된 분위기를 염려했던 5월 단체들마저 거세게 반발하면서 2001년 5월 광주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노동계> 신자유주의 정책 상대적 박탈감 노동계는 국민의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과정 사회 어느 분야보다도 큰 피해를 당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대우자동차 노조 폭력진압 사태는 현 정부에 대해 결정적으로 등을 돌리게 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 정서상 쉽게 반정부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광주지역 노동계도 부평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반정부투쟁에 돌입했다. 이와함께 지역내 인권 문제로까지 비화된 동광주병원문제에 대해서도 5월 한달동안 민주노총의 자체적인 대응 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문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또 경찰 폭력문제까지 겹쳐진 캐리어 사내하청 문제도 5월 공간 속에서 적극 부각시켜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이미 지난달 24일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노동절인 1일을 기점으로 5월 한달동안 역량을 모아 6월 상경투쟁을 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1일 열린 제111회 노동절 행사에선 3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던 예년과 달리 1000여명의 단위사업장 노조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이같은 분위기를 5ㆍ18 행사기간동안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17일 열리는 노동자, 농민, 학생 연대투쟁에서는 단병호 민주노총 총연맹 위원장이 광주를 방문, 대회를 주도할 예정이어서 광주지역 노동계 또한 5월 한달동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움직임이다. <선거> 지난달 26일 서울, 부산, 경남, 전북 등 전국 7개 지역 기초 단체장 재 보궐선거는 광주지역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비슷한 정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던 전북에서 민주당의 참패는 광주전남지역에도 앞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98년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역 기초단체장 7곳을 무소속에게 내주고 지난해 총선에서 해남·진도, 보성·화순, 광주 남구 등에서 고배를 마신 것과 이어지는 연장선상에서 볼 때 이번 전북 군산과 임실에서의 무소속 당선은 그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선거 때만 되면 무조건 2번에 찍었던 광주.전남을 비롯 호남권 유권자들의 성향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본사 트레킹 서베이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고재유 시장의 지지율이 20%를 밑돌고 있는 현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기초의원들 사이에 내년 선거를 앞두고 당에서 발을 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정책결정의 실패에 따른 민심이반이 고전적 형태의 투표유형에서 마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역차별 논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믿었던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증폭될 경우 2002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돌풍이 예상치 못할 폭풍으로 등장할 수 있음도 예고해 주고 있다. <현안> 지하철.시도통합 끝모를 논쟁/ 내년 선거의식 정치적 계산만/ 시ㆍ도 통합, 광주지하철, 동광주병원 사태, 캐리어 사태, 민주화유공자 예우법, 크고 작은 지방토호들의 횡포와 불법행위 등 시민들의 뇌리에 언뜻 떠오르는 광주,전남지역 현안도 많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시ㆍ도 통합에 대해서는 시는 시대로 도는 도대로 나름의 입장만 되풀이되고 심각하게 고민해 합의를 이끌어낼 방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만이 난무할 뿐 건설적인 방안들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지하철 문제에 대해서도 끝을 알 수 없는 시ㆍ도 통합 논쟁 때문에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있다. 동광주병원 문제는 노사의 문제를 떠나 공동체 모두의 문제로 확대됐는데도 책임지고 해결해보려는 지도자를 찾기 힘들다. 제2의 부평사건이 될 수도 있는 캐리어 사태에 대해서도 누구하나 중재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듣기 힘들다. 민주화유공자예우법 역시 중앙의 정치적 흥정 끝에 처리되지 못하고 말았다. 끊임없이 현안들은 터져나오지만 어느 것 하나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시민들은 허탈감만 느끼고 있다. 최근 김대중대통령이 광주지역 의원들에게 '지역현안을 챙기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시민들은 별다른 희망을 느끼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민심들이 2001년 5월을 통해 분출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안> 절망과 혼돈의 5월 통해 시민사회 새 틀 만들자 신일섭 호남대 교수는 지난 4ㆍ26 지방재보선 선거결과는 오히려 이 지역에선 '희망을 보게한다'고 긍정적으로 보았다. "일종의 선거혁명이었다. 호남지역에서 우리 미래의 희망을 보는 듯하다"며 민주당의 시각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수십년동안 '중앙집권주의와 지역주의의 덫'에 빠져 꼼짝하지 못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탈출구를 마련했다는 것. 이는 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일 수도 있다는 표현이다. 오병윤 5ㆍ18행사위원회 사무처장은 "역사 속에 묻힌 5월을 우리 곁에 살아 숨쉬는 행사로 거듭 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절망과 혼돈 속에서 맞이한 5월을 통해 시민사회의 새로운 틀을 모색하려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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