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화원으로 쏠린 일간지들의 눈
해남 화원으로 쏠린 일간지들의 눈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9.11 0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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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보성건설 갈등....6일자 지역 일간지 일제 보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있나?

   
▲ 해남 화원반도에 쏠린 일간지들의 눈 ⓒ이광재 기자
지난 6일 월요일자 이 지역 일간지들의 눈은 일제히 전남 해남군 화원관광단지로 쏠려 있었다. 그런데 뚜렷한 계기가 없었음에도 같은 주제의 기사가 같은 날, 심지어 일부 신문들은 똑같은 면배치 편집 때문에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기사 내용은 한국관광공사가 국책 사업으로 해남 화원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데, 그 시발점인 한 건설업체의 골프장 시공이 관광공사측의 잘못으로 1년8개월째 지연되고 있다는 것.

관련기사 제목들을 뽑아보면, "관광공사 계약이행 회피"(광남일보), "관광개발 외면하는 관광공사-화원관광단지 골프장 공사 20개월째 지연"(광주일보), "정책따로..실행따로..-화원관광개발 '한 발도 못나가'"(광주매일), "관광공사가 화원관광단지 조기개발 막아"(광주타임스), "화원관광단지 표류 16년째- '사업의지 의심' 비난"(무등일보), "민자개발 뒷짐진 관광공사"(전남일보) 등이다. 

이 가운데 광주일보와 광주매일, 광주타임스, 무등일보는 관련 기사를 1면 머릿기사로 올렸다. 전남일보는 경제면 머릿기사로, 광남일보는 사회면 머릿기사로 처리했다. 관광공사를 겨냥한 이같은 보도들은 결과적으로 보성건설측의 입장이 주요하게 반영된 것이었다. 

해남군 화원면 관광단지 개발사업은 88년 노태우대통령 시절 공약사항. 이 일대 154만평에 총 7천528억원을 들여 골프장, 해양 레저타운, 씨월드, 호텔 등을 건립하는 등 복합레저관광단지로 조성한다는 사업이다. 관광공사는 2002년말 민자유치공모를 통해 지난해 1월 보성건설과 모두 27홀에 달하는 골프장 건설관련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서 보성건설은 9홀의 골프장을 건설해 운영권을 관광공사에 넘기고 대신 공사대금으로 18홀 규모 부지 내의 골프장 용지를 대물변제키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관광공사측이 당초 계약에 대한 변경요구를 해왔다. 특히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에서 관광공사측이 의뢰한 평가기관과 보성건설측의 감정평가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합의는 국무조정실의 중재마저 실패한 채 관광공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로 이어지며 사업차질이 계속되고 있는 것. 

화원관광단지 개발문제는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이른바 J프로젝트로 알려진 화원반도 일대 대규모 개발계획까지 나오면서 지역개발차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보도된 내용 또한 사실관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음이 관광공사측의 설명에서도 확인됐다. 문제는 일률적 보도가 같은 시기에 비슷한 편집으로 쏟아져 나오는 게 우연의 일치인가 하는 점이다.

보도 전날 사업자측이 기자회견을 한 것도 아니고 통신사의 선행 보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연합뉴스는 오히려 이 보도가 나간 이틀 뒤 "땅값 다툼 국책사업 추진 지지부진"이라는 제목으로 양측의 팽팽한 주장을 건조하게 제시했다. 광주타임스의 경우 5일제 근무에 따라 매주 월요일판은 기획기사로 1면 머리에 올리는 관례를 깨면서까지 이 기사를 1면 머리로 올렸으며, 광남일보의 경우 보성건설측에서 제공한 자료의 일부를 고스란히 표로 처리해 배치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결국 신문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광주전남민언련 임동욱 의장은 "화원관광단지를 다룬 이번 보도는 특정업체의 입장이 고스란히 1면을 장식한 보기드문 사례"라며 "지역경제살리기에 대한 걱정이야 이해한다쳐도 이건 너무 속보이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보성건설측 한 고위 관계자는 "내가 전직 언론인출신이기에 그들과 잘 아는 것은 사실이나 먼저 찾아가 요청한 적은 없다"고 말한 뒤 "하지만 기자들이 요구한 자료에 대해선 충실히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성건설 관계자가 '일괄보도' 앞 주에 일부 신문사를 방문하는 모습은 현직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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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 2004-10-01 23:39:26
시민소리가 무슨 대안언론이래. 무엇에 대한 무슨 대안일까...어느날 갑자기 자기들만 개혁적이고 자기들만 깨끗한척 악을 써대는 기회주의자들을 위한, 그들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대안언론??? 그런가. 아래아래 글 쓴사람 대답좀 해봐요.

그럴줄 2004-09-22 21:48:23
굴비상자로 언론도 살 수 있나보네

힘내라 2004-09-18 20:26:48
이런게 바로 작은 언론이 필요한 이유지. 지들끼리 다 해 처먹는 꼴을 뻔히 알면서도 어디다 말할 데도 없는 게 광주 현실이다. 요즘 힘들다고 하는데 시민의 소리 힘내라. 글고 광고, 대안언론이 광고에 목메는 거 봤냐. 그런 광고 하나 하고 기사하고 바꾸면 이미 대안언론이 아니쥐.

야당 2004-09-15 10:01:21
다 알면서 왜 그러나. 나중에라도 광고 준다고 했겠지. 근데 시민의 소리는 광고 안줬나 보네. 이렇게 씹어대는 걸 보니. 하긴 남들 다주면서 자기만 빼면 씹어야지,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