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방송이야기]애정의 조건은 ‘순결’인가
[아줌마들의 방송이야기]애정의 조건은 ‘순결’인가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9.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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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성민우회 방송모니터팀

   
▲ 애정의 조건 홈페이지 ⓒKBS
한국의 드라마는 한류열풍과 함께 이제 외화획득과 국가이미지 제고로 공헌할 수 있는 대중문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드라마의 왕국’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오명만이 아니다.

드라마 한편을 만들면서도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가하면, 드라마 캐릭터나 의상, 소품, 촬영장, 배경음악까지 인터넷이나 신문의 연예면을 연일 장식하는 등 드라마는 온 국민에게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경제난 등 불황으로 즐거운 뉴스거리가 없는 일상에서 시청자들에게 환상과 허구의 세계를 맛보여주는 대리만족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드라마가 허구이기에 드라마로서만 바라보아야 한다고도 하지만, 그렇게 치부해버리기에는 우리 국민의 생활과 의식에 영향을 주는 드라마 비중이 너무 커져버렸다.
요즘 주말 황금시간대 시청률 30%를 넘어서는 애정의 조건(KBS2 TV)의 경우 그 내용이 너무도 진부하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젊은이들의 연예풍토. 그 중 혼전동거가 여성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고통으로 남는지 경종(?)을 울리겠다는 기획의도대로 은파(한가인)의 숨겨왔던 혼전 동거 사실을 남편 장수가 알게 되어 파국으로 치닫고 장수의 폭력적인 분노의 표출 등 극한 상황이 진행되며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여자의 과거는 죽을 죄며, 그 과거를 숨기기 위해 숨또한 죽여야 하는 모습. 남자는 그런 여자를 용서할 수 없으며 가재도구를 부순 뒤 울며 매달리는 여자를 떠난다는 스토리는 진부하고도 극단적 상황설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 70-80년대인가 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드라마 ‘애정의 조건’은 고정관념에 충실한 드라마다.
남편‘정한’(이종원)의 외도는 용인되지만 부인 ‘금파’(채시라)의 외도는 용납하지 못할 짓이라는 이율배반의 논리가 전개된다. 더불어 은파(한가인)의 과거 즉 여성의 혼전동거는  ‘죽을 죄다’.

또 하나의 고정관념은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것. 아들의 부정은 용납되어도 며느리는 절대 봐줄 수 없는 시어머니(반효정),  갓 시집온 며느리를 못살게 구는 시누이 애리(조여정)는 여성에 대한 우리의 사회의 시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외도로 자식을 낳아온 아버지(한진희)는 인자하고 합리적인 남성이며 외도로 낳은 자식을 키워낸  어머니(오미연)은 독하고 상스럽다.

혼전동거, 외도로 인한 이혼 등의 소재는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순결교육을 하듯이  남성중심의 편협한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여성이나 약자 앞에 가해지는 폭력적인 상황은 연출되어서는 안된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허구임에도 자신의  이야기인양, 실제 이웃의 이야기인양 여기게 된다. 더구나 주말드라마의 경우는 시청시간대의 특성상 온 가족이 보게 된다. 
따라서 드라마 속에 나오는 가족의 모습, 여성과 남성에 대한 시각들이 청소년이나 어린세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볼 때 드라마의 시청률에 연연하여 극한설정이나 구시대적인 가족관계나 여성상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고정된 성역할, 고정관념속의 여성, 남성이 아닌 지금 시대에 맞는 다양한 가족구조나 변화하는 가족내의 성역할을 그려내어 가족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주말드라마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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