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부지 매각보도와 사외이사
터미널 부지 매각보도와 사외이사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8.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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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매각반대’에서 ‘불가피’로 논조변화 배경에 관심

(주)금호산업의 광주신세계 백화점 일부 부지매각과 관련해 광주시의 교통영향평가가 조건부 가결된 가운데, 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의 논조가 급변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8월4일자 광주일보. 터미널 일부 부지매각 논란과 관련해  '공익성'을 이유로 '매각반대'입장에서 '교통난'을 이유로 '불가피성 강조'로 달라지고 있다.
터미널 부지 매각 문제는 이 지역 언론들도 논란 초기부터 적잖은 관심거리였다. 금호산업과 광주신세계백화점이라는 이 지역 유력한 두 기업이 관련된데다, 매각 여부결과에 따라 앞으로 유사한 사례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각 언론사들은 시민단체의 주장과 사업자측의 주장들에 대해 나름의 논조를 가지고 보도해왔다. 그런데 광주일보의 경우 논조의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사실은 이 지역 언론시민단체 광주전남민언련(공동의장 임동욱, 문병훈)이 최근 실시한 신문모니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민언련은 지난 7월말 이 지역 7개 일간지들을 대상으로 "광천터미널 매각 보도 6개월간 뒤집어보니"라는 제목의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다.(본지 7월23일자 게재)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보도내용을 비교한 이 보고서에서, 광주일보는 "금호산업, 공익 내세워 지은 터미널 백화점 건물 시민약속 버리고 팔아치우나"(1월 29일자 사회면 톱) 제하의 보도를 비롯해 터미널부지 매각에 부정적 시각을 강조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3월과 4월에는 부지 매각에 관한 논란과 함께 터미널 이용자의 감소상황이 기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매각대상 부지에 대한 최종 광주시 교통영향심의위원회의 일정이 다가오면서, 이 지역 신문들은 대체로 시민단체와 금호와의 진실공방을 '논란'정도로 보도하는 태도를 보였다.

백인호 사장 금호종금 사외이사 재직 중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랄까


그런데 광주일보는 달랐다. 과거 '공익성'을 이유로 ‘매각반대' 논조를 가져오다가, 8월 보도에선 '교통정책 차원'에서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

이는 민언련의 모니터보고에서 또 다시 지적됐다. 민언련은 8월 둘째주 모니터 보고서(본지 8월20일 게재)에서 "광주일보는 (8월4일자)1면 톱기사와 3면 해설기사를 통해 만성 적자 해소와 질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부지 일부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금호측의 주장을 충실히 대변했을 뿐이다"고 지적한 것.

올 초와 8월이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 광주일보의 논조변화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와 관련, 언론전문지 '미디어오늘'의 최근 보도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 신문은 지난 4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광주일보 백인호 사장이 금호종합금융의 사외이사로 재직중이라는 사실을 보도한 것. 금호종합금융은 금호산업과 함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다. 백사장은 지난해 3월 YTN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같은해 6월과 8월에 잇따라 금호종금과 솔로몬상호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이 가운데 솔로몬의 사외이사직은 최근 사임했다.

그런데 백인호 사장이 광주일보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6월. 이 시점은 결과적으로 광주일보의 터미널부지 매각에 대한 논조 변화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었다. 

백 사장은 금호종금의 사외이사직과 관련해 지난 25일 "YTN사장직을 물러난 뒤 금호종금의 사외이사가 됐던 것이며, 이는 광주일보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의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이사직 유지 여부에 대해선 "금호종금 쪽에 물어보라"며 "이 문제는 이미 다른데서도 얘기했기에 더 할 말이 없다"며 그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금호종금측은 지난 26일 "백인호 사장이 금호종금의 사외이사직을 가지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면서  "광주일보와 관련된 사외이사 논란도 최근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백사장의 취임과 광주일보의 논조변화는 단순한 시기상의 문제로, 본인에겐 억울한 '오비이락'의 사례일 수 있다. 그러나 언론경영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언론사를 이용하다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곳이 이 지역이고 보면, 눈에 드러난 사기업과 언론의 연관성을 애써 무시할 수만은 없는 사정이다.
단지 이번 사례가 "언론인으로서 절제력과 자제력, 양심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한 한 언론인 출신 사외이사의 말처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에 불과한 것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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