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한신화』 펴낸 나경수 전남대박물관장
[인터뷰] 『마한신화』 펴낸 나경수 전남대박물관장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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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없었으면 '반지의제왕' 가능했겠나"

"마한지역에는 다양한 종류의 무덤이 유난히 많아요. 마한의 활발한 교류와 문화적 역동성을 의미하지요. 장보고의 해상무역은 이같은 마한의 축적된 해양교류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마한에 대한 역사기록은 전무하다시피하죠."

▲ 전남대 박물관장 나경수 교수 최근 남도문화의 뿌리와 마한의 관계를 밝힌 『마한신화』를 펴낸 전남대 박물관장 나경수 교수(49. 국어교육과). 지난 18일 전남대박물관에서 만난 그는 '왜 마한인가'라는 질문에 마한지역의 고분에 관한 얘기부터 풀어내기 시작했다. 남도의 고분들은 나주의 반남고분군을 비롯해 해남군, 화순군, 함평군, 광주 광산구 등 곳곳에 분포해 있다. 그 숫자나 다양성 측면에서 세계적인 밀집도를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서남지역에 집중 분포된 이같은 고분들은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권을 잇는 활발한 문화교류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는 것. "마한의 역사는 이곳을 점령한 왕조가 거듭 바뀌면서 점점 희미해졌지요. 하지만 마한은 그저 신화가 아니라 역사적 실체입니다. 흔히 말하는 '백제문화권'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습니다. 백제는 마한지역을 거쳐간 한 정복왕조에 불과할 뿐, 남도문화는 바로 마한에서 그 뿌리가 시작된 겁니다."마한지역 고분은 활발한 고대교류의 증거서남권 동북아 교류의 중심으로 재평가 가능 남도의 문화적 뿌리가 백제가 아니라 마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할지라도, 왜 하필 '지금 시기'인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이에 대해 그는 "마한 문화형성의 문법을 밝히면 나아가 산업적 지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는 최근 문화중심도시 논의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물류의 중심지로서 서남권에 대한 재인식을 의미한다. "인간이 아무리 자연을 극복하며 살아왔다해도, 근본적으로 인간은 자연을 뛰어넘지 못해요. 고대 교역은 바로 그 자연에 기반한 것이었죠. 이를 오늘날 재조명하는 것은 서남권 미래를 내다보는 작업입니다. " 마한이 남도문화의 원형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나 교수는 마한 지역에 산재한 고분과 유물, 유적 외에도 신화를 중요하게 다뤘다. 그의 책 『마한신화』를 보며 느낀 또 하나의 질문은 '왜 신화인가'였다. 역사적 사실이 아닌 신화를 꺼내 고대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그에 따르면 신화는 일반 언어와 달리 고도의 상징과 비유로 둘러싸여 있다. 때문에 신화는 태생적으로 상상력의 보고서다. 비유와 상징이라는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야 원형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도의 문학성이 개입된 것은 당연하다. 오죽했으면 '신화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거짓말'이라고 했을까. "신화는 기본적으로 문학입니다. 그리스.로마신화는 문학적으로 재구성된 거예요. 서양은 신화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지했지요. 신화가 없었다면 어찌 괴테나 단테, 프로이트, 칼 마르크스가 있었겠어요. 요새 세계적 흥행을 거둔 '헤리포터'나 '반지의 제왕'같은 영화도 신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신화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거짓말고도의 비유와 상징 벗겨내야 진실에 닿아 그에 따르면 신화에 대한 동양의 시각은 서양과 전혀 다르다. '사람이 알을 잉태하 ▲ 한국 최고수준의 미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백제 금동대향로도 마한의 수준높은 예술력이 백제에 전수된 결과다.
고, 곰이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는 류의 신화는 공자에게서도 '황당무개한 얘기'로 치부됐을 정도다. 신화에서 '허구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용 그대로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졌기 때문이다. 대신 동양에서 신화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역사속으로 편입됐다. 건국신화가 그같은 형태다.

지금도 서점에선 그리스로마신화가 중고생 베스트셀러가되고 있다. 건국신화로 편입된 우리의 고대신화는 내신 대비용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나 교수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를 그저 극복해야할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 대한 비판이다. 삼성의 가전제품이 세계적 평가를 받는 것은 내수 시장에서 성공했기 때문이고, 판소리 CD가 국내에서 100만장이 팔렸다면 이미 세계화 됐을 것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의 주장이다. 

그는 서양 우월적 시각도 동양신화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괴테나 단테가 서포 김만중보다 훨씬 오래 전 사람임에도 서양인이기에 이들에 대한 연구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한국 학계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나 교수에겐 바람이 있다. 초중등 학생들을 데리고 경주나 서울 고분 등지를 다니며 꿈같은 상상을 해보게 해주고 싶다는 것. 22세기가 요구하는 문화에 대해 자라나는 세대부터 제대로된 교육을 해주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마한'과 '신화'에 대한 재인식 역시 결국 이를 근거로 새로운 문화세기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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