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지역에는 다양한 종류의 무덤이 유난히 많아요. 마한의 활발한 교류와 문화적 역동성을 의미하지요. 장보고의 해상무역은 이같은 마한의
축적된 해양교류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마한에 대한 역사기록은 전무하다시피하죠."
고, 곰이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는 류의 신화는 공자에게서도 '황당무개한 얘기'로 치부됐을 정도다.
신화에서 '허구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용 그대로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졌기 때문이다. 대신 동양에서 신화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역사속으로 편입됐다. 건국신화가 그같은 형태다.
지금도 서점에선 그리스로마신화가 중고생 베스트셀러가되고 있다. 건국신화로 편입된 우리의 고대신화는 내신
대비용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나 교수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를 그저 극복해야할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 대한 비판이다. 삼성의
가전제품이 세계적 평가를 받는 것은 내수 시장에서 성공했기 때문이고, 판소리 CD가 국내에서 100만장이 팔렸다면 이미 세계화 됐을 것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의 주장이다.
그는 서양 우월적 시각도 동양신화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괴테나 단테가
서포 김만중보다 훨씬 오래 전 사람임에도 서양인이기에 이들에 대한 연구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한국 학계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나 교수에겐 바람이 있다. 초중등 학생들을 데리고 경주나 서울 고분 등지를 다니며 꿈같은 상상을 해보게 해주고 싶다는 것. 22세기가
요구하는 문화에 대해 자라나는 세대부터 제대로된 교육을 해주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마한'과 '신화'에 대한 재인식 역시 결국 이를
근거로 새로운 문화세기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