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눈치 보는 게 아니다"
"다른 지역 눈치 보는 게 아니다"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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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숙 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

   
▲ 송기숙 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
최근 부산의 영상산업도시와 경주의 역사문화도시 추진계획이 알려졌다. 이 지역 일각에선 정부가 타지역의 눈치를 보느라 이런 사업을 나눠주는 것이며, 이러다가 광주의 몫이 줄어드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이른바 '눈치보기', '물타기'라는 단어가 언론지상에 오르내리는 배경이다. 심지어 지난 11일 조성위원회의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는 "조성위원장이나 추진기획단장 두 사람 모두 이 지역 사람인데 광주만의 특별법이 돼야지, 왜 다른 지역의 눈치를 보느냐"고 노골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기숙 위원장은 기자회견 내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질의응답 시간에만 네 차례에 걸쳐 "눈치보는 게 아니다"는 말을 반복했으며, "타지역의 반발이 자칫하면 국회 특별법 제정 과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다른 지역에서 '왜 광주만이냐'는 반발이 거의 분노의 수준이더라. 광주가 이에 대한 논리를 대통령에게 답해줘야 한다. 지금의 대통령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비해 힘이 적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고민 속에 현재 '왜 광주인가'에 대해 그가 내세우는 논리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과거 광주의 민주화투쟁이 문화의 가장 중심뼈대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이건 타지역에서 안먹힌단다. 그리고 또 하나, 문화의 기본인 '예향'의 기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실제 문화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판소리도 벌써 10년 전 대구에서 장원했고, 평준화되는 마당에 지금도 예향을 파느냐"고 반발하는 상황이란다.

점잖은 표현으로 '눈치 본다'는 말이나, '대통령의 처지를 고려해야한다'는 것은 결국 "이같은 전국적 상황 속에서 광주를 문화중심도시로 제대로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송위원장은 이어 "경주나 부산의 경우 예산규모가 광주와 전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며, 이게 우리 예산을 깎아먹지는 않는다"면서 "지금처럼 대통령에게만 계속 몰아부치는 식은 좋지 않다. 이런 말들이 안 통할 때 솔직히 정말 답답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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