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님! 아이들의 친구로 돌아와 주세요.
노대통령님! 아이들의 친구로 돌아와 주세요.
  • 박대훈
  • 승인 2004.07.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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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에 친구로 보여진다면 그 사람은 행운아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보람도 많습니다. 요즘에는 어린이들의 컴퓨터 다루는 실력이 아주 뛰어나서 포토샵으로 작업한 사진을 보노라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작년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을 때의 일입니다. 넘실대는 맑고 푸른 파도와 함께 밀려갔다 밀려오는 아이들의 발걸음과 웃음소리가 시름을 날려버리는 듯 했습니다.

열심히 아이들의 모습을 '디카'에 담았습니다.
'좋은 작품이 좀 나와야 할 텐데.'
쉬지 않고 손가락을 눌러대는 나의 디카엔 아이들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졌습니다.

서울로 돌아와서 학급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려놓고 아이들이 즐거워 할 일을 생각하니 흐뭇했습니다.

"얘들아! 선생님이 학급 홈페이지에 너희들 수학여행 사진 올려놓았으니까 한 번 보고 리플 좀 많이 달거라. 알았지?"
"네에~~~~~"

마냥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엔 어느 덧 기대감이 가득 찼습니다. 특히 사진을 가지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경현이와 훈이는 눈가에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띠고 있었습니다.

며칠 후. 훈이가 점심 시간에 내 곁으로 오더니,

"선생님! 제가 포토샵으로 작업해서 올려놓았는데 한 번 보세요."
"그래? 어디 한 번 보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아이들이 작업한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빙그레 웃고 말았습니다. 훈이의 얼굴에다가 노무현 대통령 사진을 합성해 놓았던 것이었습니다.

"야~~ 너희들! 왜 이렇게 해 놓은 거냐?"

"재미있잖아요."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좋아요."

"왜?"

"저희 아버지께서 노무현 대통령을 뽑아야 나라가 잘 된다고 하셔서 그 때부터 좋아했어요."


   
▲ 제주도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입니다. 한 친구의 얼굴을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과 합성해 놓았습니다. 얼굴이 바뀐 친구는 서운하면서도 무척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린이들의 마음에 영원히 친구로 기억될 수 있는 노대통령이 되시길 바랍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지금 같지는 않았습니다. 대통령으로 선출될 때만 해도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그 동안 관행처럼 굳어져 온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 국민들이 잘 사는 나라, 세계 속에서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주위 어른들의 그런 기대감을 보고 들었던 아이들에겐 노무현 대통령이 친구처럼 친근한 존재로 다가왔던가 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터넷 매체를 활용할 줄 알았던 대통령의 모습에서 더욱 친근한 코드를 발견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처럼 궁지에 몰려서 이리저리 말을 듣는 노무현 대통령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국민들의 마음에 피멍이 들어도 정치적 언어만을 허공에 뿌려대는 무덤덤한 대통령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배달민족의 자손이라는 자긍심을 교육받고 자란 우리에게 부시의 '꼬붕'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게끔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동서의 갈등도 모자라 온 국민이 이리저리 찢어져 이전투구하는 갈등 상황을 연출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영화로 말하면 장관과 정치인들은 배우이고 국민들은 제작자(세금 내니까)이고 대통령은 감독입니다. 감독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만 영화를 찍는다면 그 영화는 '대박'(천재적인 감독의 경우) 아니면 투자비도 건지지 못하는 졸작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경제, 정치 상황을 보면 결코 전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마음 속 무거운 아집을 국민에 대한 사랑으로 녹여 낼 때 온 나라가 하나로 화합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친구로 받아들였던 아이들의 곁으로 돌아오십시오.

아이들에게 친구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큰 영광이요, 행운입니다. 행복한 사람입니다.

먼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때 나라를 위한 바른 길을 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겨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을 소중한 친구의 얼굴과 바꿔 치기하는 아이들이 많이 생겨나는 그 날이 다시 돌아오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이들의 친구로 돌아오길 고대하는 어느 교사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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