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척박한 땅 광주에 누가 희망 안겨줄까
[기고] 척박한 땅 광주에 누가 희망 안겨줄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7.04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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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원 [광주대 교수·지방분권국민운동 대표자회의 공동의장]

공공기관 지방이전! 끊임없이 주변의 것들이 서울에 빨려 들어가는 비참한 현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던 지방민으로서는 오랜 가뭄 끝의 단비처럼 반갑기 그지없는 말이다.

우리 광주 전남지역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과연 우리지역에는 어떤 기관들이 얼마나 오게 될지, 언제 오게 될지 한껏 부푼 기대 속에 갖은 궁금증을 토해 낸다. 공공기관이전은 지역민들의 이런 바람을 부담으로 안고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 보다 앞서 공공기관이전을 통해 지역발전을 시도하였던 다른 나라들로부터 얻을 교훈은 없을까?

영국의 셰필드 지역은 산업혁명 이후 철강 산업이 발달하여 영국의 대표적인 중공업도시이었으나 지금은 철강 산업이 쇠퇴하고 문화산업단지로 유명한 곳이다. 문화 창달을 향후 주요한 전략으로 삼고자 하는 광주로서는 참고할 만한 도시이다.

문화도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항간에 문화도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광주를 문화도시로 하겠다 하니, 지역마다 문화 없는 곳이 어디 있느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고  각 도시 마다 문화도시를 행여 광주에 빼앗길까 염려되는지 우리도 문화도시를 지향한다며 요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참 씁쓸한 풍경인데, 문화도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물론 저 마다의 고유한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광주지역의 발전전략으로 문화를 선택했다면 전략산업으로서 문화산업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악기제작, 미술용품제작, 음악녹음, 영화 및 비디오 제작, 건축이나 디자인 등에 걸치는 문화영역의 생산품이 광주에서 이루어지도록 정부와 광주시가 결정하라는 뜻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지역발전 기대
장기적계획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셰필드 시는 쇠퇴한 철강업을 대신할 산업으로 문화산업을 선택하였다. 수요가 있으리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셰필드 할람대학이 바짝 따라 붙어 문화산업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이 문화산업으로 융성을 시작한 계기는 공공기관에 있었다.

1978년 Leadmill Art Centre, 1982년 Yorkshire Artspace Society가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개시한 후부터 셰필드 시는 철강도시에서 문화도시로 탈바꿈을 시작한 것이다. 이 시작을 이끈 것은 시의회이었다. 문화의 가능성을 읽은 시의회는 1983년부터 문화산업 단지를 추진하여 1986년 Red Tape Studios, 1988년 Audio Visual Enterprise Centre, Shefield Science Park, 1993년 Workstation Cultural Business Workspace Centre, 2001년 BBC Radio Studio 등등이 설립되면서 20년이 지난 지금은 2000명 이상의 종업원이 400여개의 문화관련 기업에서 문화를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은 첫째, 지역의 자발적인 노력이다. 지역외의 어느 누구도 문화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해주지 않았고 중앙정부로부터 대대적인 지원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금 자칫 사라져갈 뻔 했던 도시를 문화산업도시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둘째, 지역대학의 활발한 노력이다. 셰필드 할람대학의 학과 및 연구소 등의 조직은 문화산업을 일구기 위해 편제되어있다.

셋째, 계획의 시야가 장기적이다. 한 해에 모든 기관을 입주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기관의 형편에 따라 2-3년에 하나씩의 기관을 꾸준히 유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왜 아직도 공공기관이전이 안 되고 있느냐고 성화이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왜 이리 더디느냐고 호통이 추상같다.

넷째, 공공기관의 설립은 관련 기업의 유입을 초래한다. 앞에서 언급한 10개미만의 공공기관에서 400개가 넘는 기업의 설립을 유인하였다.

다섯째, 절망에서 희망을 만들었다. 철강의 쇠퇴로 멸망해가는 절망을 문화라는 희망으로 변환시켰다. 적당한 성공은 나태를 부른다. 그러나 죽어가는 절망은 삶의 절실함을 유발시켜 새로움을 실험한다.

이상의 특징은 셰필드 시 이외의 거의 모든 해외사례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제 우리 지역도 과거 보다는 자발적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오늘의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이전만이 아니라 새로운 창립을 통해,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인 이민원 교수는 광주대학교 경상복지대학 e-비즈니스 학부에 재직중이며 지방분권국민동본부 대표자회의 공동의장을 맡아 지방자치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분권운동가로 활동중입니다. 국토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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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치병 2004-07-06 09:48:35
    자발적인 노력 좋은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같이 머리가 몸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형아상태에서
    지역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안된다. 지금은 인위적고 구조적인
    치유가 더중요하다. 더이상 마룰 수 없다. 행정수도나 공공기관이전이 인위적이고 반강제적으로 우선되어야 지역에서 자발적 노력이 가능한 토양이 마련된다.
    아무것도 없는데, 사람도 재원도 기술도 없는지역이 허다한데 무엇을 자발적으로 하란 말이냐?

    관광객 2004-07-06 07:08:48
    .
    이 신문 구경하기 시작하면서
    오랜 만에 - 아니, 처음인 것같은데 - 시원한 글을 읽었습니다.

    첫째 요소가 "지역의 자발적인 노력이다"라고 간파하신 요지에
    공감합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 관점에 대해 제가
    동감의 글을 굳이 올리는 까닭은

    얼마 전이었는지 시점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광주 부시장이신가 하는 분의 글이 여기 올라와있었는데
    그의 발전전략 제언의 글 요지는
    중앙정부에서 무슨무슨 "특구" 지정을 해주면
    광주 전남이 그 분야에서 무슨 어쩌구 저쩌구 발전 전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리라고 하는 내용의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의 논제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일부러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
    중앙정부에서 무슨 놈의 "특구"인가 뭔가를 지정해 줘야
    발전을 하겠다는 발상이어서 저으기 한심스러웠던 기억만 남았었기에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예컨대 I.T. 산업의 메카가 되려면 중앙정부에서 IT 산업 "특구"지정을
    해줘야 예산 배정도 더 많이 타낼 수 있어서 유리하겠다는 발상인 듯
    읽혀져서,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차에

    귀하의 글을 여기서 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광주/전남의 자발적인 노력 없이 지역차별 어쩌구만 타령하고 있으면
    아무도 그 동네를 거들 떠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애들은 과외공부 보낼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시켰다는 변명과
    비슷한 발상이었던 같았으니까요 ...

    이런 좋은 의견과 글들을 많이 폭포처럼 쏟아내 주셔야 할 것같습니다.

    수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