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철학없는 광주시의 복지행정
[기고]철학없는 광주시의 복지행정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7.0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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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우 참여자치21 사무처장
최근 노인건강문화타운 건립을 밀어붙이는 광주시를 보면서 두 번 놀랐다.

참여자치21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애초부터 광주시가 추진하는 노인건강문화타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골프장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동안 반대운동도 그 어느 때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의견서 제출, 공식․비공식 간담회와 의회 청원 제출 등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골프장을 추진하려는 광주시에게 결코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먼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골프장 건립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것이다. 지난 5월 광주시의 협의요청에 대해 환경청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골프장을 조성하는 것에 명백히 반대했다.

지난 11일 광주시의회가 참여자치21과 환경연합의 골프장 반대 청원을 본회의에서 의결한 것은 광주시가 골프장을 취소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된다고 생각했다.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한 사안에 대해 광주시가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유가 무엇이든 남구청장이 사업유치 철회를 선언한 것도 골프장 취소를 중심으로 한 노인타운 사업의 재조정을 할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봤다. 따라서 광주시가 골프장을 전면백지화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 상정안건을 보고 깜짝 놀랬다. 광주시는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어 노인타운내 골프장을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었다. 의회 의결에 대한 검토결과는 이렇다.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기간을 어느 정도 가지면서 일정기간동안 체육시설부지를 노인 일자리 창출과 건강유지를 위한 장소로 활용하고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여 당초 계획대로 추진코자 한다.’

의결 의결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단다. 다만 ‘어느 정도’, ‘일정기간’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기간을 갖는다는 것. ‘눈가리고 아옹’식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막가파식 행정’이 아닌가?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광주시가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골프장 조성안을 밀어부치는 것을 보면서다.

참여자치21과 광주환경련은 6월29일 오후 2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기자회견을 갖고 다시한번 입장을 밝혔다. 광주시가 명분이 충분한데도 골프장 취소결정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도시계획위원회에 떠넘겼다는 점에서 도시계획위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호소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상은 순진한 것이었다. 광주시는 처음부터 골프장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굽힐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실제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보여준 광주시의 무모함과 집요함, 그리고 이를 관철시키는 추진력에 깜짝 놀랐다. 도대체 무엇이 광주시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참여자치21과 광주환경연은 앞으로 노인타운 사업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광주시가 합리적인 대안을 팽개치고 골프장을 고집하는 것은 노인타운을 빙자해 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규정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광주시가 추진하는 형태의 노인타운은 ‘위험한 복지행정’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는 헌법상 기본권인 생존권과 인간다운 생활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당위적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수익을 통해 노인건강타운 운영비를 충당하겠다는 위헌적 발상이 그것이다. 또한 골프장 이용객은 노인층이라고 하더라도 일부 부유계층에 한정될 것이 뻔해 그로인한 위화감 조성은 사회복지의 근본적인 지향인 사회통합을 오히려 저해할 것이다.

이밖에도 ▲ 생산적 복지 왜곡 ▲ 참여복지의 부재 ▲ 공급자위주 탁상행정 이란 점도 더해진다.

광주시가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골프장 조성계획을 의결한 다음날 노대동 현장을 방문했다. 광주환경연의 임낙평 집행위원장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면서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란 생각을 했다.

/박광우(참여자치21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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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 2004-07-06 06:04:56
    .

    지방정부나 자치단체의 행정 난맥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당해 문제 사업의 소요 예산 계획 규모 및 재원조달 방안의 무리수 등을
    비판할 수 있도록 계량화된 자료 첨부 기사가 뒤따랐으면
    더욱 설득력이 있을텐데요 ....

    이렇게 막연한 개념적 원론적 추론을 동원하면
    아는 사람만 알지 모르는 일반 독자들은
    이게 또 무슨 말인가, 싶어
    그냥 지나갈 공산이 크겠는데요 ...

    좀 웃는 얼굴을 올리시면 보기가 좀 더 푸근할텐데
    눈매가 매서운 화난 얼굴 사진이 어째 으시시 합니다 ..

    인상파 "철학" 관상이 참여자치 사무에 도움이 되신다면 할 수 없지만 ..

    지난 번 전남도청 관광진흥과의 비키니 홍보자료 비판성명에서도 보듯이
    참여자치 21 의 "철학"도 조금은 다른 사시로 보여질 수도 있어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골프장 환장병에 걸린 나라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긴 하지만
    비판자들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더 세련된 비판 기술들이 필요하지 않나
    여겨져서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