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문화에 깔린 자기중심적 집착이 너무 유치하고, 그 야멸찬 상업성으로 철갑을 두르고 거들먹거리는 오만방자함이 지겹다.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면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다. 그러다가도 이런 영화를 만나면, 미국의 엄청난 위력에 압도 당하고 손발을 들고 항복해 버리고 만다.
[트로이]가 브래드 피트의 액션 말고는 그리 별 볼 일 없지만 [반지제왕]과 [매트릭스]에서 이미 맛 본 그 장대한 스케일과 전투장면이
엄청나고, [투모로우]가 스토리 줄기야 그 흔한 가부장적 영웅이지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쥬라기 공원]이래로 또 한 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유여신상을 먹어치우며 뉴욕을 덮치는 그 엄청난 해일에 나도 모르게 내지른 “으악” 소리. 영화관에서 나홀로 외침이었다. 한 두 번도
아닌 너댓 번이나. 옆 젊은 쌍쌍이의 노골적인 핀잔에다가 “차암 독특해요~!”라며 마누라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체면이 ‘개떡’되었다. 끝나고
나오면서 “엠병할! 뭐가 독특해~. 내가 정상이지~~!” 그런 엄청난 장면에서 입닥치고 쳐다만 보고마는 보리자루들! 행여나 여러분도 영화를
분석하면서 보는 건 아니겠지요? )
이렇게든 저렇게든, 현대문명은 참 대단하고 미국은 더욱 대단하다. 그렇게까지 대단해도 되는 건지 헷갈리면서 불안하지만.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