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2] 더욱 깊고 강렬해진 패러디의 진미
[슈렉2] 더욱 깊고 강렬해진 패러디의 진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6.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주 [영화칼럼니스트]

▲ ⓒ슈렉 내 눈에 [슈렉]은 1편보다 2편이 사뭇 더 좋다. 더 재미있고, 패러디가 훨씬 깊고, 그래픽 기술이 또 한 단계 높아졌다. 1편은 지겨운 공주병 왕자병 동화의 그 뻔한 스토리를 그대로 팔딱 뒤집어서 기발한 잔재주로 눈요기하는 패러디로 보았다. 대체로 2편은 1편의 그늘 아래서 버둥거리는 안타까움을 버리지 못하는데, [슈렉2]는 그렇지 않았다. 스토리 자체를 확 바꾸어 패러디하며 펼쳐갔다. 눈을 크게 뜨고 보자면 어차피 ‘도토리 키재기’이겠지만, “뻔한 걸 그대로 팔딱 뒤집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며 “자체를 확 바꾸어 펼치는” 건 상당히 어렵다. 그래선지 1편의 패러디는 “키키끽” 헐렁한 속 빈 웃음이었는데, 2편의 패러디는 “흐흐흠” 곰씹을 속 찬 웃음이다. 그 동안 자본주의의 바탕에 깔린 ‘달콤하면서 유치한 공주병과 왕자병’을 향하여 한 주먹 날리는 정도를 넘어서 [옹박]의 통쾌한 돌려차기로 후려박는 강렬함이 깔려 있다. 물론 1편의 참신함을 더 높이 쳐 줄 수도 있겠다. 나는 그 참신함을 그리 높이 보지 않고, 2편의 확 바꾼 스토리 전개와 더 깊어진 패러디 내공을 높이 본다. 마치 2편의 메인 패러디를 보여주려고, 1편의 오픈 패러디로 워밍엎한 걸로 보였다. 서양문명의 뿌리와 밑둥이까지 건들지는 못했어도, 줄기부터 가지 그리고 이파리와 열매까지 찍고 흔들고 뒤튼다. 비버리힐즈 언덕의 부자촌을 비꼰 ‘겁나게 먼 Far far away 나라’에 자리잡은 ‘신데렐라 저택’이나 ‘잠자는 공주 저택’ … …. 맨 처음부터 맨 끝까지 어느 한 장면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통째로 크게 바라 보아도 그렇고, 실눈 뜨고 들여다 보아도 그렇다. 자질구레해 보이는 장면이 있기도 하지만, 관객을 배려한 정성으로 보이기도 하고 넘치는 솜씨자랑으로 보이기도 하다. 애교로 봐 주자. 정성스런 배경이나 크고 작은 캐릭터가 보여주는 다양하고 섬세한 눈맛은 물론이요, 똑 떨어지게 꼭꼭 맞춘 귀맛도 매우 좋다. 어린이가 이렇게까지 맛나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기본 컨셉이 환상여행이기에 어린이는 그 환상과 화면만 무심히 보고 즐겨도 되겠다. 학교공부로 볶아대다 선심쓰듯이 허락해 주는 ‘어린이 영화’라기보다는 처세에 이마가 벗겨진 어른들이 오랫만에 천진스럽고 알차게 웃어볼 만한 영화이다. 얘들 손을 잡고 함께 보시라. 꼭. 그 찍고 흔들고 뒤트는 강렬한 패러디의 진미를 얘들에게 당장 가르쳐 줄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진 않지만. 한 차원 높아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감탄스럽다. 그래픽 그림의 가장 높은 장애물은 자연스런 질감과 색감 그리고 그 자잘한 털의 움직임일 것이다. 챠밍 왕자가 흔들어대는 황금빛 머리결은 “세상 여자 모두가 내 밥”이라는 듯한 ‘제비족 3세’쯤 되어 보이는 야릇한 표정과 함께, 영화 초장부터 관객을 “내 밥상”에 차려놓고 들어간다. ▲ ⓒ슈렉
미국문화에 깔린 자기중심적 집착이 너무 유치하고, 그 야멸찬 상업성으로 철갑을 두르고 거들먹거리는 오만방자함이 지겹다.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면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다. 그러다가도 이런 영화를 만나면, 미국의 엄청난 위력에 압도 당하고 손발을 들고 항복해 버리고 만다. [트로이]가 브래드 피트의 액션 말고는 그리 별 볼 일 없지만 [반지제왕]과 [매트릭스]에서 이미 맛 본 그 장대한 스케일과 전투장면이 엄청나고, [투모로우]가 스토리 줄기야 그 흔한 가부장적 영웅이지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쥬라기 공원]이래로 또 한 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유여신상을 먹어치우며 뉴욕을 덮치는 그 엄청난 해일에 나도 모르게 내지른 “으악” 소리. 영화관에서 나홀로 외침이었다. 한 두 번도 아닌 너댓 번이나. 옆 젊은 쌍쌍이의 노골적인 핀잔에다가 “차암 독특해요~!”라며 마누라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체면이 ‘개떡’되었다. 끝나고 나오면서 “엠병할! 뭐가 독특해~. 내가 정상이지~~!” 그런 엄청난 장면에서 입닥치고 쳐다만 보고마는 보리자루들! 행여나 여러분도 영화를 분석하면서 보는 건 아니겠지요? )

이렇게든 저렇게든, 현대문명은 참 대단하고 미국은 더욱 대단하다. 그렇게까지 대단해도 되는 건지 헷갈리면서 불안하지만.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