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상반기 투쟁 '올인'
민주노총, 상반기 투쟁 '올인'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6.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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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철폐·주5일근무제·최저임금 77만원 등 쟁취
▲ 택시파업 ⓒ김태성 기자 잔뜩 물기에 젖은 비구름 때문에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습한 바람이 불어 왔다. 머지 않아 비가 내릴 것만 같다. 그 순간 누군가 나직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흡사 완강하게 저항하는 상념의 찌꺼기를 일시에 떨쳐내기라도 하듯 사뭇 단호함이 서려있다. 그럴수록 궁상스럽게 따라붙는 이 서글픔의 정체는 뭔가. ‘너의 빈잔에 술을 따라라 너의 마음에 문을 열어라 / 피맺힌 노동에 무너진 가슴에 우리 희망의 꿈을 따라라 / 보라 거대하게 몰아치는 태풍의 쓰라린 칼바람 / 저 더러운 것들 싹 쓸어서 우리 해방의 불 밝히리라’(희망의 노래)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던 노래 가락처럼 총파업을 일시에 갈무리하는 힘찬 빗줄기라도 한바탕 시원스럽게 뿌려주련만. 한줌도 안 되는 자본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거대한 태풍이라도 몰아치련만. 비정규직의 빈 술잔에 희망의 꿈이 듬뿍 넘쳐나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총력투쟁에 담긴 피맺힌 절규는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허공을 배회하고 있다. 전국 16개 지역 3만여명 참여 상반기 총력투쟁 결의 광주·전남지역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 위해 최선 지난 16일 오후 광주역 광장. 민주노총이 상반기 총력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본부장 신중철)도 이날 오후 2시부터 광주역 광장 앞에서 전국 동시다발 시기집중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이미 파업에 돌입한 민주택시노조연맹 소속 노동자를 비롯, 광주·전남지역 장기투쟁 사업장 소속 노조원 등 600여명이 참여해 6, 7월 총력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을 다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이번 상반기 총력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차별 철폐 ▲산별교섭 법제화 ▲주5일 근무제 실시 ▲최저임금 76만6천140원 확보 ▲이라크파병 반대 등을 주요 기조로 각 산업별·사업장별 요구사항을 관철시켜 나갈 방침이다. ▲ 택시파업 ⓒ김태성 기자
이에 따라 광주전남지역본부도 부당 해고와 노동탄압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해결과 불법파견 및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목포가톨릭 병원이 2002년 폐업이후 2년 동안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광주시립예술단노조와 환경위생노조도 2003년 12월 이후 해고된 노조원들이 광주시청 앞에서 복직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대병원 원내하청지부 조합원 43명이 고용승계와 도급철폐를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고 기아사내하청 비정규노동자 3명은 사측의 고용승계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조결성을 이유로 해고당한 상무직업전문학교 조합원 13명과 장흥버스 노조원 14명도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 노무현 정권, 비정규직 대책 허구 드러나

신중철 본부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광주·전남지역 대다수 사업장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투쟁의 교착상태에 빠져있다”고 개탄하고 “이들 조합원들의 경우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빼앗긴 일자리를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본부장은 또 “탄핵이후 새 출발한 노무현 정권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이 허구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참여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줄 세우기식 오디션제도 폐지와 문예회관의 민주적 운영을 요구했던 시립예술단 노조간부 3명과 분뇨정화조 업계 비리를 고발하고 민간위탁 철회를 주장했던 환경위생노조원 9명에 대해 2003년 12월 선별적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신본부장은 또 택시파업과 관련, “택시노동자들이 하루 12시간씩 맞교대를 해가며 7일간 일하는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6부제 도입을 통해 노동자 건강권과 시민의 안전권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택시파업ⓒ김태성 기자
신 본부장은 이어 “물가와 교육비 등의 상승에 따라 노동자들의 처지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노무현 정부의 최저임금인상률은 2%도 안 된다”며 “최저임금은 적어도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받는 임금의 절반수준인 77만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본부장은 이밖에도 “노동자들의 처지 개선을 위해 이라크 파병반대 투쟁과 통일운동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연단에 오른 장원섭 민주노동당 광주광역시당 대표도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으로 현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장 대표는 “자본가들이 매년 적자타령만 하면서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정치자금으로 갖다 바치고 있다”며 “그런데도 자본가들은 단 5분의 재판으로 무혐의 처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또 “탄핵에서 구출됐다는 노무현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샥스핀을 먹어가며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며 “참여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 56만원을 현장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으로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이어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은 ▲보건의료노조·민주택시연맹 파업지지 ▲최저임금 요구쟁취 ▲이라크 파병반대·한일 자유무역협정 협상 중단·비정규직 차별철폐·구조조정 중단·조세개혁 등 실현 ▲정부와 사용자단체의 성실교섭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뒤 가두행진에 들어갔다.

노동청이 자본가를 대변하는 ‘자본청’

특히 이날 가두행진에는 파업에 참여한 택시 130여대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광주역을 출발한 대열은 대인광장을 지나 노동청 앞에 도착한 뒤 투쟁사업장 관리·감독 소홀과 장기투쟁 사업장 방치에 대한 책임을 물어 노동청 건물에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정희성 광주지역일반노조 위원장은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처벌과 시정을 요구해도 노동청이 남의 일 대하듯 무사태평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노동청이 노동자를 위한 기관이 아니라 자본가를 대변하는 ‘자본청’”이라고 비꼬았다.

정 위원장은 또 “노동청이 단위 사업장의 노동조합이 깨지고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이 아사상태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시간타령으로 사업주를 보호하고 있다”며 “중소영세사업장 노동탄압 사업주에 대해 즉각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전남대병원으로 이동한 대열은 전남대병원 원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해결과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지지를 선언했다.

강신원 원내하청노조 지부장은 “전남대 병원장이 원내하청 노조원 43명에 대해 병원고용을 약속한 잠정합의안에 대해 이제 와서 나 몰라라 발뺌하고 있다”며 “불법은 병원이 저지르면서 하청노동자들을 불법이라고 하는 적반하장격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 지부장은 이어 “전남대 병원이 도급이라는 파렴치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조합원들을 묶고 있다”며 “불법도급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대병원 유영숙 지부장도 “전남대 병원의 비정규직 숫자가 전체 인력의 30%를 상회하지만 병원 측의 문제해결 능력은 없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국립대 병원과 정부 그리고 보건의료노조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전국 16개지역에서 진행된 동시다발 결의대회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3만명이 참가했으며 민주노총은 오는 29일 제2차 총력투쟁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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