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일은 참 재밌어요. 설계단계부터 재료를
구하고 직접 지어 올리는 과정 하나하나가 내 생각과 땀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지요. 재료나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제작 일정이 변하다보니, 저
화장실도 처음 구상과는 많이 달라진 거죠."
정해진 완공 기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쫓길
일정이 없으니 오늘 못하면 내일하더라도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 재료는 사들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어딘가에 쓸만한
재목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모아온 것들이다.
단전호흡 지도자에서 농사꾼으로
젊은 나이에 귀농을 한 사람들이 부루네 가족만은 아니겠지만, 이들의 귀농 사연은 지금 사는 모습만큼이나 남다른 점이 있다. 하늘빛과 맑은땅이 아무런 연고도 없던 이곳 함평으로 귀농한 것은 지난 99년. 대학시절부터 각기 단전호흡
운동을 해왔던 두 사람은 미국에서 지도자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눈이 맞았다'.
'하늘빛'과 '맑은땅'이라는 이름은 이들의
한자이름을 한글식으로 풀어쓴 것이다. 이름은 두 사람 뿐아니라 이들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부른다.
공부했다.
하지만 올해부턴 목포대학
대학원에서 국제차문화학을 전공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위한 공부보다는, 대학에서 배우는 게 차
만드는 일에 도움이 되고 있지요. 학부 때 전공에 대해선 미련 없어요."
이국땅에서 눈이 맞은 두 사람은 고국에 돌아와 조용한 곳에서 운동에만 전념하기로 의기투합에 이르렀다. 그리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이곳까지 찾아든 것.
함평에 들어온 뒤 둘이서 1년을 살아보니 생활비가 꼭
200만원 들었단다. 그 정도 벌이만 하면, 하고 싶은 공부나 운동을 하면서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물을 생각했다. 약초재배
등 몇가지를 놓고 고민하다 하늘빛이 오래전부터 마셔온 차로 결정했다. 그리곤 차를 만드는 곳을 찾아다니고 옛문헌을 뒤지며 전통의 제다법을
익혔다.
이날 아침
차밭에서 따온 찻잎들은 부루네 다실에서 하늘빛과 맑은땅, 그리고 제다법을 배우러 온 이웃의 손에서 비벼지고 차솥에서 덖어지고 말려지고 있었다.
부루녹차의 경우, 찻잎을 딴 뒤 모두 여섯번을 비비고, 세 번을 덖은 뒤 말리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녹차의 맛은 얼마나 적당한 온도로 덖느냐에 달려 있지요." 차 만드는 과정을 처음 본 사람의 눈에는 차를 비비는 이유도 궁금하다.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찻잎 표피의 세포막을 터뜨림으로써 차의 맛과 성분이 잘 우러나오게 하기 위함"이라는 게 맑은땅의
설명이다.
부루다원은 이들 부부에게 미래이기도 하다. 이곳을 중심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활공동체를 만들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늘빛은 그동안의 여러 생활공동체들의 패인이 당대에 실현하려는 욕심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요즘 각 자치단체마다 녹차 심는다고 야단이다.
어디서 뭐가 잘 된다더라 하면 너도나도 심어대는 모양을 보면 지역경제살리기가 아니라, 결국 모두 함께 죽기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내가 알기로 함평은 고려때부터 절을 중심으로 차를 심었다고 한다. 부루네가 사는 곳이 성정마을이면, 과거 성정사라는 절이 있었던 그 곳인가보다.
전통을 살리고 지키는 모습도 좋거니와, 무엇보다 세상 도는 데 쫓기지 않는 그들의 삶이 아름답다.
도시에 살면서 늘 꿈꾸어온 삶이다. 오늘에 오기까지 그들의 고민이나 과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역시 내겐 적잖이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 역시 언젠가는 부루네처럼 그런 삶을 살 생각이다.
어느 정도 맘이 기울면, 그땐 부루네를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
가면 차 주시겠죠?
사는 동네가 비슷한것 같군요.
혹 같이 사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