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24주년]5월 광주 ‘문화’에 투항하다
[5.18-24주년]5월 광주 ‘문화’에 투항하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5.15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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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성과 투쟁성 배제한 문화주의 전면 등장

민주·인권·평화도시 문화중심도시에 무릎
정치투쟁 아닌 정치적 타협 통해 상처 봉합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
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
서정적으로 오지는 않았다 / … / 학살과 저항 사이에는 /
바리케이드의 이편과 저편 사이에는 / 서정이 들어 설 자리가 없다 자격도 없다 /
적어도 적어도 오월의 광주에는!’

[김남주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중]

다시 오월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북 치고 장구치는’ 떠들썩한 잔치로 기록될 것 같다. 게다가 ‘뜀박질’까지 시켜주며 건강까지 챙기라니 한마디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 수 없다.

버젓하게 ‘5·18’이라는 ‘명패’를 내걸고 ‘태권도 대회’까지 유치하는 지경이니 두 번 말해 무엇하겠는가. 도대체 5월과 태권도가 무슨 상관인지 몰라도 머지 않은 5월에 이런 저런 ‘스포츠 행사’들이 앞다퉈 ‘만화방창(萬化方暢)’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이쯤 되면 ‘오월’이 최근 국민적 유행어로 떠오른 ‘웰빙’의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때문에 ‘오월(誤月)’이 ‘오월(五月)답지 못하다는 말이 힘을 얻어 가는 것은 당연지사.  이 같은 ‘오월학살’은 ‘문화’와 ‘오월’이 ‘불이(不二)동맹’을 맺고 ‘정치성’을 뒷전으로 몰아내면서부터 예고된 재앙이다.

‘오월’이 ‘문화’와  동침을 위해 ‘투쟁’이라는 가시를 하나하나 뽑아낸 결과였다. 투쟁이 뽑혀져 나간 상처에는 예외 없이 ‘문화’가 급속하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 ‘절대문화’의 논리로 무장한 일군의 ‘문화전사’들은 ‘오월’의 새로운 적자로 등장했다.

이들 문화전사들은 한 동안 ‘정치투쟁’에 잔 주먹을 날리더니 급기야 거세를 요구하며 ‘메스’까지 쥐어 잡았다. 80년 5월의 처절했던 ‘정치투쟁’의 기억을 도려내고 ‘신인간’을 창조하겠다며 야심만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에 들어서면서 ‘문화’는 이제 ‘오월’을 따돌리고 ‘절대강자’의 위치로 격상된 듯하다. ‘문화수도’라는 굴러온 돌이 ‘민주·인권·평화’라는 24년짜리 묵은 돌을 일시에 차버린 것이다. 그만큼 ‘돈’의 위력은 막강했고 그 ‘돈’으로 축성될 ‘문화도시’의 부푼 꿈은 벌써 ‘컬처 랜드(Culture Land)’의 허상을 배회한다.

인간의 망각능력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80년 군사독재의 야수적 폭력이 남긴 집단적 외상(外傷)의 흔적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정치적 투쟁’을 통한 해결이 아니라 ‘정치적 타협’을 통한 ‘떡고물’이 외상의 흔적을 일시적으로 봉합한 것이다.

이미 뜯겨져 나간 상무대 영창이나 전남대 교문 또는 허물어 묻어버린 광주역 앞 분수대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무수한 사적지들은 그 살아있는 표본들이다.

어쩌면 80년 5월27일 광주를 접수한 공수부대가 피의 도청과 금남로를 물로 씻어내는 순간부터 망각은 그 본연의 활동을 시작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예외 없이 돈으로 쳐 바른 번듯한 건물들이 들어섰거나 생경한 광경이 생뚱스런 모습으로 부조화를 연출하고 있다.

‘역사는 기억되는 것이며 그것을 통해서 당대가 된다.’
문득 2004년 당대가 기억하는 역사 속의 오월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80년 투쟁과 저항으로 힘으로 축성시킨 ‘광주공동체’라는 미래형 프로젝트가 체제를 완강하게 보위하는 반혁명의 진지로 머물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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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2004-05-19 11:29:07
사변잡담을 머릿글로 뽑는 발행인도 문제지만, 아직도 철지난 유행가 부르며 뒷골목이나 배회하고 있는 정영대. 정면을 응시 못하겠으면 측면이나 후면이라도 제대로 바라보라. 정영대가 생각하는 5월은 무엇인가?

한심자 2004-05-16 16:57:17
정영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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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해드기사라고 올려놓다니!
놀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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