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단소리]사랑의 결실을 얻는 타이밍
[쓴소리단소리]사랑의 결실을 얻는 타이밍
  • 문병란
  • 승인 2004.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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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이 가로놓인 연인들이 그것을 극복하고 사랑을 획득하는 타이밍을 생각해 본다. 상대방의 처지에 대한 연민(Pity)이 매우 중요하다. 연민이란 상대방의 처지에 대하여 가엾이 여기는 마음 즉 측은지심으로 어엿비 여기는 마음을 의미한다.

 흔히 인간의 정서를 말할 때 칠정오욕을 든다. 그 칠정오욕에서 사랑·미움 등의 정서가 나온다. 연민은 사랑의 정서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7가지 정서 중에 가장 중요한 정서가 이 연민이다. 연극이나 영화를 볼 때 특히 비극적 주인공의 운명에 감정이입 되어 자기 처지와 똑 같은 감정에 사로잡힐 때 그 마음이 곧 연민이다. 비극적 주인공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공감을 불러일으켜 감동을 얻고 카다르시스의 경지에 이른다 하였다.

 이 연민을 우리말의 고어에선 어엿비 여긴다 하였다. 어엿브다의 원뜻은 가엾다(憐)였다. 그 말은 훗날 불쌍하다와 예쁘다 두 가지로 변했다. ‘어린 백성을 어엿비 여겨’같은 문구에 나온 어린은 어리석다의 뜻이요, 어엿비 여겨는 불쌍히 여겨의 뜻이다. 그런데 그 말이 오늘날에는 나이가 어리다가 예쁘다의 뜻으로 변한 것이다.

 연인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는 타이밍은 바로 그 사람이 불운을 만났을 때 그에게 연민을 갖게 되면 십중팔구는 성공한다. 연인의 불운(병이나 가산의 파산등)을 도우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불운에 처한 사람이란 구원의 손길이나 도움 앞에선 지푸라기라도 잡으려하며 마음이 약할 때 도와주고 용기를 주면 그때가 바로 사랑의 결실을 가져올 최적기가 되는 것이다.

 6.25발발 54주년을 맞는 금년, 동반자 관계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모색하는 남북관계는 급변하는 냉전 말기 속에서 그 돌파구를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전쟁이냐 평화냐의 기로이기도 하다. 6.25의 원한과 분단의 비극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공히 변화해야 된다는 게 공론이다. 우리는 많이 변했는데 북쪽은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지만, 그 본질적인 변화보다는 대결방식의 편법이라면 진정한 변화는 아직도 몇 꺼풀 더 벗겨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은 핵개발과 그 포기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힘든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도 IMF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북쪽의 경우는 그 고통의 양상이 다르고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룡천사건'이 터졌다. 최악의 상태를 맞이한 것이다. 우리의 어려운 동반자의 겹친 불운은 그 마음을 사랑으로 감싸 안을 연민의 최적기 가장 좋은 사랑의 타이밍이 아닐까.

상상을 초월한 불상사 속에서도 처음엔 남쪽의 지원이나 구호물자를 꺼리거나 선별하던 그들이 어느덧 남쪽의 구원에 호의와 감동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핑퐁외교보다 훨씬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호기인 것이다. 이 사랑의 손길 구원의 손길보다 더 값진 외교가 어디 있겠는가. 퍼준다고 반대하던 야당도 앞장서 구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고 초등학생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이 그들에게 보내는 사랑에 인색하지 않다. 아무리 속 좁은 놀부라도 어찌 이 동족의 비극 앞에 냉담하겠는가.

 우리는 민족사의 비극인 동족상잔의 아픔을 남긴 5월과 6월 보훈의 달을 맞이하고 있다. 항용 역사에는 미묘한 역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원한의 5월과 6월에 우리는 그 상처를 치유하는 용서의 미덕으로써 원한을 극복할 수 있다. 연인의 불운을 연민으로 감싸 안으면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동포애 한줌의 쌀 한 병의 의약품을 모아서 보낸다면 냉각된 남북관계도 호전될 수 있다.

 통일은 결코 거저 이루어지지 않는다. 돈이 적게 들고 평화통일이어야 한다. 전쟁을 해서 통일한다면 우선 돈이 많이 들고 승자와 패자가 생기고 통일의 기쁨보다 그 전쟁의 상처가 오래 간다. 북쪽의 불운을 돕는 우리의 사랑이야말로 가장 효과가 큰 통일의 투자가 될 것이다. 연민과 사랑과 용서, 그보다 더 위대한 승리의 무기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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