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림칼럼]지방자치와 단체장
[김하림칼럼]지방자치와 단체장
  • 김하림
  • 승인 200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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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투명성은 경제를 위해서 중요하다

박태영전남도지사의 투신 자살은 지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안상영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등과 같은 저명인사들의 자살이 우리 사회에 주는 충격과 손실이 크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특히 전남도로서는 박지사가 그동안 최대 역점사업으로 투자유치를 통한 낙후된 지역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등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그 타격은 더욱 심각할 듯 하다. 마찬가지로 광주시도 지난 1월 말 시장이 구속된 이후 행정공백이 크다는 점에서, 광주전남지역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예전의 중앙정부에서 임용하던 시절과는 달리 단체장은 그 비중이 더 커졌다. 단체장이 어떤 마인드와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일정 부분 이상 지역의 책임으로 되어가면서, 지역간의 경쟁이 심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지역의 이미지도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이렇기 때문에 심지어 ‘00군 주식회사 CEO, 아무개 군수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단체장도 있는 형편이다.

한편으로 선거에 의해 단체장이 선출되면서, 선거와 관련한 문제나 금전문제로 인해 단체장들이 법적 처리를 받는 경우도 늘어났다. 부산시장, 광주시장, 제주도지사, 전남도지사가 그런 경우이다. 광역자치단체장 외에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는 더욱 심한 형편이다. 이렇게 볼 경우, 지방자치의 걸림돌이 단체장이라는 웃지못할 역설이 성립한다.

이런 면에서 윤리 도덕이라는 측면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지역적으로도 중요하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앞으로의 사회는 도덕적 투명성이 경제적 신뢰를 밑받침하는 이른바 윤리경제사회로 변화할 것이다. 개인회사도 회장의 경영능력 뿐만아니라 도덕적 투명성이 중요하며, 단체장의 경우도 경영마인드 뿐만 아니라 도덕적 투명성이 중요하다.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묻을 수밖에 없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논리가 부정되는 현실인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 지역을 바라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기초단체장도 적지 않게 구속되거나 해임되었고, 광주와 전남 두 광역단체장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 지역은 역사와 민족 앞에 도덕적으로 당당한 지역이다.

지역민들은 갖은 고난과 희생을 무릅쓰고 도덕적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사회의 정의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우리 지역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도덕적 타당성을 부여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역의 이미지를 단체장들이 깍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에 역행하고, 지역에 손실을 끼치는 일이 지방자치를 가장 일선에서 행하는 단체장들에 의해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두 광역단체장의 공백에서 새로운 교훈을 얻지 않으면 안된다.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행정과 그 책임자의 지속성과 안정이 중요하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투자를 하려고 할 것이며, 누가 지원을 하려고 할 것인가. 이런 점에서 윤리와 도덕은 한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먹고살기 위한 ‘경제’를 위해서도 더욱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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