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대안언론
일그러진 대안언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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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일보의 ´시민의소리´ 인쇄거부 논란은 대안언론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광주일보에 불리한 기사를 실었다는 이유로 인쇄를 거부당해 1면 머릿기사를 다른 기사로 바꿔 발행한 ´시민의소리´는 사건발생 이튿날 ´우리들의 일그러진 신문´이란 제목의 입장을 발표했다.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사회상을 빗댄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새삼 얘기할 필요도 없을 터. 지금 우리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지난 20세기의 낡은 잔재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시민의소리´는 지난해 9월 대안언론에 뜻을 같이 하는 광주지역의 전·현직 언론인과 교수들, 법조인, 시민·노동단체 대표 등이 중심이 되고 몇몇 젊은 기자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신문이다. ´열린신문´을 표방하며 올해 2월 21일 창간호를 낸 시민의소리는 매주 월, 수, 금 3회 발행되며 ´금호고속 청부테러 의혹´ ´전대병원 피폭 환자들´ ´전남대 교수 공채 불공정 시비´ ´도청이전투구 허송-허구 세월´ 등 민감한 지역현안을 다뤄왔다. 그러나 시민의소리는 현재 제작권과 편집권이 분리운영되고 있다. 제작권은 (사)시민의 소리(이사장 문순태)가, 편집권은 편집위원회가 갖고 있으며 제작비를 지원하는 것은 생활정보지 ´교차로´(대표이사 김창훈)이다. 또한 ´교차로´의 배포망을 활용해 무가지로 배포하고 있는데, 공동제작에서 꼭 필요한 삽지기능을 갖춘 시설이 있는 곳은 그 지역에서 광주일보뿐이다. 이런 태생적 한계와 제작환경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쇄거부와 편집권 침해의 또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시민의소리의 한 독자는 "광주일보가 자사를 비판한 기사를 실은 시민의소리를 착실히 인쇄해 줄 것이라 믿는 게 순진"한 것이란 요지의 내용을 게시판에 올렸다. 관련 사고(社告)에서 일부 문구를 들어낼 때 시민의소리 편집진은 편집권 수호냐 발행중단이냐의 기로에서 심한 자괴감을 안은 채 삭제를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 시민의소리 편집진은 광주일보의 횡포에 맞서 정면대응을 선포한 상태다. 인쇄처를 옮겨야 되는 처지가 되더라도, 그래서 직원들이 밤새 일일이 삽지를 하게 되더라도 ´편집권 독립´은 결코 침해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건발생 초기 "어떻게든 신문은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 때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자성의 소리도 들린다. 지역의 작은 주간지 시민의소리가 자본의 벽을 넘어 편집권 독립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작성일 : 2001.04.26.목요일 <미디어 오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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