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민주당 다시 ‘고향 앞으로’
[기자닷컴]민주당 다시 ‘고향 앞으로’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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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당을 재건한다며 다시 ‘고향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여기에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50년 전의 역사도 끌어당기고 있다.

23일 광주를 방문한 한화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회복할 것”이라며 “자기 고향에서 표 받는 건 지역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또한 “50년 민주당의 역사와 업적을 복원하겠다”면서 “앞으로 ‘1955년부터’라는 말을 사용할 것”이라는 말로 당의 전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역주의와 지역성이 다르다는 점과 민주당의 ‘전통과 노고’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인이나 조직의 진면모는 위기의 상황에서 드러나듯, 당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민주당이 붙잡고 있는 것이 ‘지역과 과거’라는 사실은 민주당이 과연 ‘과거의 영화’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게 한다. 

  민주당의 ‘지역회귀’는 지난 총선 기간 추미애 당시 선대위원장의 삼보일배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추위원장은 당권파 극복을 위해 ‘개혁공천’이라는 카드를 꺼냈다가 무산이 되자, ‘산 자들 가운데 나를 도울 자가 없다’며 죽은 영혼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2박3일간 묵언 삼보일배의 고행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 끝에서 추위원장이 꺼낸 첫 마디가 “D J"였고, ”호남“이었다. 그 결과는 호남지역마저도 민주당을 철저히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을 전후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민주당의 ‘과거회귀’는 결국 ‘민주당의 민심읽기’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갖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화갑 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비대위 구성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이 당 재건의 근거로 붙잡고 있는 것들은 그가 말한 ‘국민의 결정 수용’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치개혁이라는 급물살 속에서, 현재 민주당이 내세운 당 재건 근거가 ‘민심(民心)’보다는 ‘당심(堂心)’에 있지 않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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