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에게듣는다]서갑원...“국회권력 교체로 진정한 정권교체”
[당선자에게듣는다]서갑원...“국회권력 교체로 진정한 정권교체”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4.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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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 열린우리당 서갑원 당선자
   
▲ 전남 순천 열린우리당 서갑원 당선자
서갑원 당선자는 열린우리당 내에서 ‘친노(親盧) 핵심직계’로 분류된다. 지난 13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동고동락’ 하며 ‘정치적 코드’를 꾸준히 일치시켜 온 까닭이다.

이와 관련, 서 당선자는 대통령 의전비서관과 정무 1비서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활동하는 등 이른바 참여정부의 신 실세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초선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서 당선자에게 벌써부터 정치권 안팎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우리당 인적 구성 이념적 편차 불구 개혁 공동선 합의”

서 당선자가 17대 국회에서 청와대와 당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며 당내의 복잡 미묘한 정치구도에서 ‘노심(盧心)’을 전달하는 ‘파이프라인’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서 당선자는 23일 [시민의 소리]와 서면인터뷰를 통해 “17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의 몰락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정말 놀라운 사건”이라고 밝히고 “44년만에 국회권력을 교체함으로써 진정한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적극 평가했다.

그는 이어 “열린우리당의 이념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진보와 개혁을 지향하는 것은 확실하다”며 “당선자들의 다양한 편차에도 불구하고 개혁이라는 ‘공동선’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민소환제는 불법·비리 등으로 지역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주민에게 재산상 피해를 끼친 경우 등에 한해 도입을 추진하겠다”며 “주민소환제가 특정한 목적으로 남용될 여지에 대한 방지장치도 강구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파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17대 국회에서 파병문제를 새롭게 재 논의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WTO 쌀 재협상과 관련해서는 “쌀 수입을 전면적으로 개방할 경우 쌀값 하락, 농가소득 감소, 재배면적 감축 등이 우려된다”며 “쌀 산업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직불제 확충, 고품질 쌀 생산, 규모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 면책특권 등이 악용방지 차원에서 제한될 필요성은 있지만, 헌법에서 특권을 보장한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회가 개원되면 의원과 전문가들이 각종 특권과 특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서 당선자는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은 한마디로 합리성”이라며 “특히 철저하게 주위 사람들과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야말로 참여정부의 본질”이라고 추켜세웠다.


다음은 서 당선자와 일문일답.

▲ 늦었지만 당선소감을 한마디한다면.

- 먼저 유권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깨끗한 정치와 지역발전을 원하는 시민 모두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대통령을 탄핵한 한-민 야합 세력을 준엄하게 심판하고, 44년만에 낡고 부패한 국회권력을 교체시켰다.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정치개혁과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

▲ 총선 승리의 요인을 꼽는다면.

-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이 한 단계 성숙했다.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호남지역에서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것은 역사의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던 지역민들의 성숙된 의식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유권자들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염원과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한 데 모여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본다.

17대 총선 결과 새로운 정치지형이 형성됐는데 이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 이번 총선은 1인 2표제가 시행돼 우리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다.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과 자민련의 몰락은 어는 정도 예견됐지만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정말 놀라운 사건이다. 이는 유권자들이 이념과 정책에 관심을 두고 선거에 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여전히 지역주의에 편승해 어느 정도 득을 본 점은 아쉽지만 더 이상 특정지역이 어떤 정당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 것도 큰 성과다. 특히 44년만에 국회권력을 교체함으로써 진정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던 것은 역사적인 일로 기억될 것이다.

▲ 개인적인 정치성향을 진보라고 밝혔는데 우리당의 이념적 성향은 뭐라고 생각하나.

- 개인적으로 이념에 대해 어떤 명확한 선을 긋고 싶지 않다. 세계사적으로 볼 때도 이데올로기와 이념이 퇴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치에 있어서도 삶의 질과 민생에 대한 관심이 그런 이념을 대체하리라고 본다. 특히 환경, 여성, 평화 등의 이슈는 이미 탈이념적 성격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다양한 이념들간의 생산적인 토론과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간의 정치현실을 무시하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지만 진보와 개혁을 지향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 열린우리당 인적 구성이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분당론까지 거론된 걸로 알고 있는데.

- 17대 총선 당선자들의 인적 구성을 둘러싸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논란이 분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원도 되기 전에 우리당의 역학 구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다원주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다. 우리당이 지금 시급하게 관심을 둬야 하는 것은 탄핵안 처리와 노무현 대통령 집권 2기 국정안정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개혁이 ‘공동선’이라는 데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 광주시의회에서 주민소환조례가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17대 총선공약으로 주민소환법제정을 제시했는데 복안을 밝혀달라.

- 상위법의 제정이 우선돼야 하는 문제가 남았지만 광주시의회에서 주민소환조례가 통과된다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열린우리당의 당론도 주민소환제 도입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불법이나 비리 등으로 인해 지역의 명예를 훼손시키거나 주민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경우 등에 한해 선출직 공직자를 소환할 수 있도록 주민소환제 도입을 추진하겠다. 그러나 주민소환제가 특정한 목적으로 남용될 수 있는 여지도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방지 장치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 민주노동당이 개원과 동시에 이라크추가 파병 단독철회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파병에 대한 입장과 최근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한국인 인질이 생겨도 파병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한 입장은.

- 이라크에 대한 추가 파병은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다. 일부에서는 이라크 추가 파병을 전투병 파병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전투병이 포함된 파병이지만 그 성격과 임무에 있어서 평화와 재건을 지원하기 위한 부대임을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이라크의 유혈 테러공격이 빈발한 가운데 스페인 등 각국에서 파병 철회방침을 밝히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 우리 파병부대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파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새롭게 파병문제를 재 논의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알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평화와 안정유지라는 큰 대의명분에서 파견을 결정했으며 우리의 군대가 희생되지 않는 방향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내달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이 시작될 계획이다. 쌀 개방에 대한 입장은.

- 2004년 쌀 재협상으로 시장개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쌀 수입을 전면적으로 개방할 경우 쌀값 하락, 농가소득 감소, 재배면적 감축 등이 우려된다. 쌀에 대한 전면적인 개방에 반대한다. 따라서 우선 대상국과 협상에서 우리 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내적으로는 쌀 산업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직불제의 확충, 고품질 쌀 생산, 규모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여러 가지 총선공약을 제시했는데 우선 순위에 입각해 세 가지만 선택한다면.

- 순천을 포함한 광양만권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대통령이 국책사업으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둘째로 낙후돼 가고 있는 구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신-구도심 균형발전 사업’을 추진하겠다. 셋째로 청년실업해소와 일자리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노무현 대통령 핵심직계로 분류되는데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은 뭐라고 생각하나.

- 노 대통령을 13년 동안 가장 가까이 에서 보좌해 개인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옆에서 본 대통령의 철학은 ‘합리성’이다. 노 대통령은 그 동안 상식에 기초한 합리적인 사고 속에서 많은 결단을 내렸다. 특히 의사결정과정을 보면 독선적이고 단독적인 결정이란 게 전혀 없다. 철저하게 주위사람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그것이 참여정부의 본질이다. 참여는 노 대통령의 가장 기본 되는 정신이자 이 시대의 화두라고 본다.

▲ 탄핵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이 있다면.

- 이번 총선에서 탄핵세력에 대한 준엄한 국민의 심판이 있었다. 총선 결과가 탄핵에 반대한다는 민의가 확인됐다. 정치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나라당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헌법재판소의 심판과정과 결정을 무시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주정치의 기본인 절차성에 대해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회의원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떻게 생각하나.

- 여의도 정가에서 회자되는 말중에 ‘국회의원이 되면 특권이 100가지’라는 말이 있다. 지난 국회가 방탄국회와 무책임한 폭로로 얼룩지고, 국회의원들은 각종 특혜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등 비난을 받아 왔다. 국회의원의 불체포·면책 특권 등을 제한하고 국유 교통시설 무료이용 등 특혜를 없애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면책특권 등이 악용방지 차원에서 제한될 필요성이 있지만, 헌법에서 특권을 보장한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의원의 특권을 모두 없앤다면 더 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17대 국회가 개원되면 의원들의 의원과 전문가들이 각종 특권과 특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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