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 약속잊지말고 '특권'벗어나 현장살피라'
"선거때 약속잊지말고 '특권'벗어나 현장살피라'
  • 추선우 기자
  • 승인 2004.04.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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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시도민들]'17대 국회, 이것만은 꼭!'

17대 총선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광주·전남의 대부분 지역을 휩쓸며 과반의석 확보와 함께 원내 1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반면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50년 정통야당의 역사를 자랑해왔던 민주당은 일거에 열린우리당에게 터줏대감의 자리를 내주며 존립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여전히 탄탄한 세력을 유지하게 됐고, 민주노동당은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원내 3당으로 부상했다.

<시민의 소리>는 이러한 결과에 대한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반응과 17대 국회에 대한 바람을 알아보기 위해 22일 거리로 나섰다.

탄핵문제 빨리 정리하고 정치안정, 경제살리기 나서라

   
▲ ⓒ김태성 기자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열린우리당의 성공과 민주당의 몰락으로 대표되는 17대 총선의 결과에 대해 대체로 비슷한 반응을 보인 가운데 일부에선 민주당의 추락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권자들은 또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성공하고 민주당이 실패한 원인으로 하나같이 ‘탄핵’을 꼽고 있었고 지역주의와 관련 한나라당이 적지않은 의석을확보한데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7대 국회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는 하나같이 경제활성화를 들었지만, 성장과 함께 분배를 요구했고, 서민을 위한 경제활성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속한 탄핵안 철회로 정치안정을 바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버리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라는 요구도, 공약을 지키고 서울에만 있지 말라는 요구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을 환영하면서 서민을 위해 많은 일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이번 총선결과 광주·전남의 정치세력은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교체되었다. 수십 년간 지역민의 애정을 한 몸에 받아왔던 세력이라할지라도 민의를 배반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유권자들이 남긴 교훈이었다.

민의 배반세력 역사에서 퇴장은 당연…교훈 삼아야

“경제성장보다 분배에 더 관심 가져야”
이영호(36·광주 동명동·회사원)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지만, 정당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이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확보한 것 같다. 민주노동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하길 바랬는데, 10석은 적은 느낌이 든다. 국민의사에 반해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의 몰락은 당연한 것이다. 그동안 DJ에 의존하면서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경제활성화가 중요하겠지만, IMF 이후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만큼 17대 국회는 성장보다 분배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농사지을 희망이라도 줘야”
임연화(40·나주 왕곡·농민)

민주노동당에서 2명의 농민이 국회의원이 됐다. 농민의 요구를 가장 잘 듣는 민노당의 국회진입에 희망을 느낀다. 노회찬씨가 TV토론에서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고 했는데, 신자유주의로 죽을 수밖에 없는 농민으로서 위안을 느꼈다.

쌀을 비롯해 온갖 농산물의 무차별적인 개방으로 농민들은 농사지을 의욕조차 잃어가고 있다. 농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농민의원들이 열심히 뛰겠지만 17대 국회는 16대 국회처럼 농민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일자리 만들어 실업문제 해결해야”
양 빈(24·광주 서구 금호동, 휴학생)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별다른 차이는 없지만 비교적 개혁적 모습을 보이려고 했던 것 같고, 탄핵문제가 겹쳐지면서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지역감정이 전보다 약해진 것 같지만, 정형근 같은 사람이 당선된 것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주변에 휴학생이 많다. 휴학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취업문제가 힘들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자리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부패하지 않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당선자들은 먼저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라
-성장과 함께 분배를, 서민을 위한 경제활성화 되어야
-조속히 탄핵안을 철회하고 정치안정을 이뤄라
-국회의원들의 특권 버리고 서민 위한 정치를 펼치라
-선거공약을 지키고 서울에만 있지 말라
-원내진입을 이룬 민노당을 환영하며 서민정치를 기대한다

민노당 원내진입 환영. 한나라당 지역주의 자극 불만

“국회의원 특권 과감히 없애야”
이국헌씨(43·가명·광주 염주동·공무원)

지지했던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해 바람직스럽다. 그러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영남의 지역주의 행태가 나타나 심히 불쾌하다. 영남의 한나라당 싹쓸이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행태다.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실패했어야 옳다.

17대 국회가 우선적으로 경제살리기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국회의원 특권을 과감히 없앴으면 좋겠다. 왕권시대의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국민의 삶을 생각하는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호주제 폐지, 性적 평등 고려한 법안 만들어야”
차김진아(21·광주 신안동·대학생)

16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이 5.1%였는데 이번 총선에선 10%를 넘어섰고, 지역구 의원들도 여러 명 당선돼 성과적이다. 비례대표 절반을 여성으로 하게 된 것도 잘된 일이다. 여기에 선거기간에 여성이 거대정당의 핵심으로 활동한 것도 여성의 지위변화를 예고하는 일이다.

17대 국회에서는 그동안 여성계의 줄기찬 요구였던 호주제 폐지를 비롯한 여성관련 현안들을 해결했으면 좋겠고, 하나의 법안을 만들더라도 남성과 여성을 함께 생각해 성차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탄핵철회”
박영기(32·부산 진구·회사원)

열린우리당을 지지했기 때문에 결과에 만족하지만, 부산에선 표가 많이 안 나와서 안타깝다. 여전히 부산경남이 지역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호남의 열린우리당 지지는 지역감정이라고만 보기는 힘들 것 같고, 부산경남 보다는 훨씬 덜하다는 생각이다.

가급적 빨리 탄핵안이 철회돼야 한다. 16대 국회에서 하면 더 좋겠지만, 안되면 17대 국회에서 탄핵철회를 제일 먼저 해야 한다고 본다.


“그만 좀 싸웠으면 좋겠다”
이성진씨(43·가명·광주 두암동·노점상)

정치에 실망도 많고 살기도 바빠서 투표 안했다. 허구한 날 싸우기만 하는데 무슨 기대가 있겠나. 정치 잘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나라나 개인이나 부채만 늘어나고 희망이 별로 안 보인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확 바꿨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서로 양보도 좀 하고 협력도 하면서 그만 좀 싸웠으면 좋겠다. 싸우기만 안 해도 국민들이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고 정치도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국회의원 돼 달라”
김만은(32·전남 화순·백화점 직원)

민주당이 깨진 건 자업자득이다. 열린우리당도 민주당과 다른 것이 별로 없지만, 탄핵 때문에 지금 상황이 유리해진 것 뿐 이라고 본다. 민주당에서 공천 못 받을 것 같으니까 열린우리당으로 가고 그랬지 않냐.

민주노동당 사람들은 뭔가 자기 것을 희생해가면서 하는 것 같아서 지지했다. 그런데 데모나 파업 같은 것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조금 걱정도 된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만 지역에 내려오지 말고 지역에 좀 많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항상 높은 분처럼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앞으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허 광(56·부산 영도구·고속버스 기사)

한나라당이 너무 많이 얻었다. 지역감정에 의존한 한나라당이 살아나면 안 되는데 아쉽다. 민주당의 몰락은 서운하다. 전부 노무현 대통령 계산대로 됐다. 부산에 살지만 광주 출신이라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애들한테 민주당 지지하라니까 말을 안 듣고 열린우리당 지지하더라.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확보해 정치가 안정될테니 경제에 힘을 썼으면 좋겠다. 실업난 해소에 먼저 나서야 한다.
대통령 말투가 항상 거슬렸다. 앞으로 말과 행동을 조심해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한다.


“대통령-국회, 자기 역할에 충실해야”
유소영(24·광주 도산동·대학생)

지역구에 한나라당 후보가 없어서 찍지 않았고, 정당투표는 한나라당에 했다. 한나라당 정책이 제일 마음에 들어서 지지했다. 주변 사람 열명 중 한나라당 지지한 사람이 나 혼자라서 놀랐다. 호남지역도 여전히 지역주의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이 좋아서라기보다 탄핵 때문에 지지한 것 같다. 거대야당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안됐기 때문에 앞으로 공정한 경쟁을 하라고 이런 결과를 만들어준 것 같다.

탄핵은 잘못됐다고 본다. 17대 국회에서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 대통령도 잘못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비판을 수용해야 하고, 앞으로 대통령과 국회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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