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차별에 저항하다’
장애인들 ‘차별에 저항하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4.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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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장애인인권연대, 저상버스 도입·교육권 보장 등 촉구
“더 이상 ‘장애인의 날’은 없다. ‘장애인차별 철폐의 날’만 있을 뿐이다. 차별에 저항하라!”

장애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더 이상 ‘하루살이’를 위한 ‘들러리’로 이용되지 않겠다는 ‘인간선언’에 다름 아니다. 올해로 벌써 3년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장애인을 ‘북 치고 장구치는 행사’의 동원대상으로 내몰고 있을 따름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의 날’ 행사는 3년째 반쪽 짜리로 치러지고 있다.

지난 19일과 20일 광주상무시민공원에서는 스물네번째 장애인의 날 행사가 열렸다. (사)광주장애인총연합회와 광주장애인종합복지관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총 연합회 소속 31개 단체 회원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실천대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재활과 자립, 선진복지와 평등사회가 ‘주요메뉴’로 제시됐다. 하지만 막상 ‘밥상’을 받아든 이들의 표정은 어쩐지 뜨악하다. 해마다 동어반복 되는 ‘차림표’도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 ‘단골메뉴’가 ‘말의 성찬’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여전히 장애인 대책이 일회적인 전시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분히 시혜적이고 동정일변도로 흐르는 장애인 정책도 현실적 차별을 은폐하는 공범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장애인의 날 보여줬던 동정과 시혜의 얼굴은 금새 ‘차별의 얼굴’로 돌변해 장애인들을 향해 으르렁거리기 일쑤다.

장애인의 날을 차별 철폐의 날로…하루살이 동원 들러리 거부
차별 구조화·장애문제 개인적 해결 부추기는 사회악과 전면전
장애인 대책 일회적 전시수준 여전…시혜·동정적 태도 버려야

이에 대해 ‘광주·전남 장애인인권연대’(이하 장애인인권연대)가 ‘장애인 차별’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이는 ‘차이’를 ‘차별’로 구조화시키는 ‘사회악’과 ‘장애’를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하는 ‘잘못된 인식’에 대해 벌이는 일종의 전면전인 셈이다.

이와 관련, 장애인인권연대는 지난 17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 광주지역 공동요구안’을 광주시에 전달했다.

장애인인권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는 장애당사자에게 요구되는 ‘극복’이란 이름의 개인책임이 아니며 장애인은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하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진 국가와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임을 선언했다.

장애인인권연대는 이어 “장애인의 날이 지금까지 받아왔던 장애인에 대한 모든 사회영역의 차별을 완전히 철폐하기 위한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임을 선포하며 장애인의 인간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인권연대는 또 이날 광주지역 공동 요구안으로 ▲저상버스 도입 ▲장애인용 콜택시 연내 즉각 도입 ▲영·유아기 장애인 교육권 보장 ▲비학령기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촉구했다.

장애인인권연대는 이와 함께 중증 장애인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활동보조 유료서비스 제도화 ▲광주지역 IL(Independent Living)센터 건립지원 ▲전동휠체어 무상지원 및 의료보험 적용 확대 등을 담은 요구안도 광주시에 제출했다.

한편 지난달 26일부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전개해왔던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이하 420투쟁단)도 20일 기자회견과 함께 장애인 사회적 차별철폐를 위한 13대 정책요구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420투쟁단은 이날 “자기들의 뱃속 채우기에 골몰해 있는 정치가들, 민중을 외면하고 권력에 아부하는 모든 이들은 한번이라도 우리의 뼈아픈 함성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라고 되묻고 “우리의 요구는 나중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지금 해결해야 할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420투쟁단은 이어 “우리의 투쟁은 장애인의 차별철폐 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 소외받고 억눌린 모든 자들이 차별에 저항하는 전선”이라며 “우리의 권리가 보장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투쟁은 끝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420투쟁단이 정부에 건의한 13대 정책 요구안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노동권 보장 ▲장애인이동권 개선 ▲장애인교육권 ▲장애인연금법제정 ▲장애인자립생활 지원 ▲장애인 최저생계 보장 ▲장애여성 권리 보장 ▲장애인 정보접근권 ▲장애인문화권 ▲미신고 장애인시설 관리책임 ▲장애인편의시설 ▲장애인체육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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