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17대 국회의원 선거는 무엇인가(하)
총선기획-17대 국회의원 선거는 무엇인가(하)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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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심판' 유권자가 '책임'져야
유권자 심판 정치적 책임 동반 필요

탄핵사태 유권자도 종범…16대 의원 선출 자기반성 필요
군사쿠테타 세력 20년 이상 의회 최대권력 기득권 유지
철저한 자기반성 없는 지역주의 청산 결국 눈가림 불과
조직과 바람선거로 정치적 널뛰기…정책·이념투표 필요

▲ 지난 6일 오후 4시 광주전남총선연대는 광주 동구 금남로 YMCA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04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중 낙선대상자를 발표했다.ⓒ김태성 기자 대통령 탄핵사태를 불러온 ‘주범’이 16대 국회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기서 탄핵안 가결에 찬성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는 그다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특정정파가 들으면 무척 서운해할지 모르지만 탄핵은 여야 정치권이 공동합작 한 작품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어디 외손바닥 스스로 소리를 낸 적이 있던가.이제 단도직입적으로 한번 물어보자. 탄핵의 모든 책임을 273명의 ‘금뱃지’에게만 돌리는 것은 올바른 처사일까. 그들을 국민의 대표로 뽑아준 유권자에게는 진정 아무런 잘못도 책임도 없는 것일까. 탄핵무효의 광장에서 촛불을 밝혔다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뭇매를 선사하는 것으로 카타르시스를 얻을 순 있겠지만 그 책임까지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을 탄핵의 ‘종범’으로 ‘지명수배’하는 것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3·12 탄핵’ 이후 전국적으로 주범들의 ‘곡소리’가 끊일 날이 없다. 하지만 그들을 뽑아 준 ‘종범’들을 나무라는 소리는 금시초문이다. ‘종범’들이 ‘석고대죄’를 한다거나 ‘삼보일배’를 했다는 소리 소문도 들리지 않는다. 설마 ‘금뱃지’들이 그렇게 까지 나올 줄 몰랐다는 볼멘 항변쯤으로 이해해두자. 그렇다면 공수부대를 동원해 자기 국민들을 학살한 군사쿠테타의 후예들을 근 20년이 넘는 동안 의회 내 최대권력으로 만들어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가능할까. 그것은 국가라는 괴물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정치 기득권’이라는 ‘견고한 성채’를 축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정치 기득권은 한마디로 지배권력에 대한 동의의 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정치 기득권의 철옹성은 유감스럽게도 ‘종범’들의 절대적인 활약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역주의의 긴 잠에서 기지개를 켜는 이 순간까지도 지역주의라는 그림자 뒤에 ‘피난처’를 확보하고 이를 확대재생산 하는데 부역해왔던 ‘종범’들은 아직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 지난 10일 광주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열린 광주전남총선연대 낙선투어 기자회견.ⓒ김태성 기자

한 때나마 17대 총선에서 지역주의가 한풀 벗겨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선거 막판에 들이닥친 ‘박풍(朴風)’을 타고  지역주의가 무서운 기세로 되살아나고 있다.

‘탄풍(彈風)’에 갇혀 소멸의 운명을 기다리던 ‘지역주의’가  극적으로 ‘파시스트의 향수’에 고무돼 기사회생한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지역주의의 부활은 ‘박풍’이 아니더라도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은 정치적 우회로를 통해서가 아니라 정면돌파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 셈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전제되지 않는 지역주의 청산은 결국 눈가림에 불과할 뿐이라는 역사적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와 관련, 49석 짜리 소수 정당이 갑자기 200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치를 높이고 있는 현실도 결코 정상적인 정치상황은 아니다. ‘탄풍’이라는  단일한 이슈를 제외한다면 특별히 네 배 이상의 ‘뻥튀기’가 가능한 정치적 쟁점을 선점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당이라고 하지만 그 같은 상황에서 제2당을 확보하는 것도 그리 수월한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정치적 ‘널뛰기’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유권자들이 여전히 정책과 이념에 따른 투표성향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조직’에 좌우돼 들쭉날쭉한 투표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저마다 이번 총선에서 ‘심판’을 벼르고 있다. 30∼40대들은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국회의원들을, 60∼70대들은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한 버르장머리를 각각 심판하겠다고 한다.

‘심판’이야말로 유권자들이 가진 시민·정치적 권리다. 다만 유권자들의 투표행위가 ‘심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정치적 책임’까지 동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16대 국회의원을 잘못 뽑은 데 대한 자기 반성부터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 기자회견하는 김용채 광주전남총선시민연대 공동대표.ⓒ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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