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추다르크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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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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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호남 DJ 향수' 전략...박근혜의 '영남 박정희 향수'전략의 차이는?

 추풍(秋風)이 호남을 쓸고 갔다. 민주당에선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의 삼보일배 이후 당지지도가 상승했다며 고무된 표정이다.

하지만 추풍의 바람결 속에서 민주당의 개혁깃발을 치켜들고 삼보일배 강행군을 했던 '추다르크'의 향기가 아니라, 아버지 후광을 업고 영남권에 지역바람을 일으키려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향수(香水)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추미애 위원장은 민주당 중앙상임위원 경선에서 당당 2위를 차지한 당내 개혁파의 대표주자였다. 하지만 과거 후단협-정통파가 주축을 이룬 이른바 ‘당권파’의 저항은 추다르크의 예상보다 강했다. 탄핵 이후 몰락으로 치닫고 있던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선대위원장 자격으로 강행하려던 재공천 시도도 불발로 그치고 말았다.

추위원장은 '산 자 가운데 나를 도울 자 없더라'며 '죽은 자'들에게 구원을 호소했다. 그래서 찾게 된 것이 제주 4.3항쟁의 영혼들이었고, 광주 5.18영령들이었다. 언론에서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벤트'말고 추위원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었다. 추위원장이 온몸으로 보여준 ‘진정성’ 때문에 이 지역의 대다수 언론들도 그의 ‘씻김굿'에 대해 가볍지 않게 다뤘다.

그런데 삼보일배의 마지막에 김홍일 의원이 등장했다. 이 때부터 추위원장은 '호남'과 'DJ'라는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것을 버린 고행' 끝에 추미애가 얻은 깨달음은 왜소해진 민주당의 현실이었고, 그래서 붙잡은 것이 낡은 동앗줄, 즉 지역정서와 DJ였던 것일까.

영남권에선 아직도 박정희에 대해 '경제살리기의 아버지'라는 향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근혜의 ‘영남지역 공략과 박정희의 향수’라는 선거전략과 ‘호남과 DJ 향수’라는 추미애의 선거전략에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망월동에서 ‘죄씻음’과 ‘구원’을 빌었던 추미애 위원장이 총선현장에서 펼치는 ‘지역구도와 과거 회귀행보’에 대해 민주화영령들은 과연 뭐라고 말할까. 죽은 자들도 궁금하겠지만, 산자들은 15일 밤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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