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정국 정치인들의 말-행동 백태
총선정국 정치인들의 말-행동 백태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4.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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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선거공보물 어디서 인쇄했수

*정치인의 언행은 항상 언론의 관심을 낳고, 언론의 보도로 유권자의 반응을 낳는다. 특히 총선정국에서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동은 한국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각종 기자회견이나 토론회,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정치인들의 언행 중 상징적인 몇 장면을 들여다본다.  

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

   
지난 10일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나주 유세에서 "우리도 인생을 50년 정도 살다보면 감정에 복받쳐 한번쯤 실수도 하는 법"이라며 "50년간 개혁민주세력의 큰집 역할을 한 민주당이 한번 실수했다고 문닫게 만드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책략에 말려드는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의 탄핵주도는 '실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이른바 '60~70대 노인' 관련 '실수발언'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 대는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추 선대위장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라크 파병과 관련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공조라며 '한-우'공조에 대한 공세를 취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공조의 원조는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한-민'공조였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광주 북갑 후보로 출마한 민주당 김상현 후보는 한 최근 한 TV토론에서 "정치란 나와 견해가 전혀 다른 사람과도 타협할 수 있는 게 정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자칫 무원칙한 철새정치인 행태나 야합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의미로 내비칠 수 있다. 또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라는 정치권의 비정한 현실을 함축한 말이기도 하다.

경선과정에서 "저런 사람과는 도저히 함께 경선을 치를 수없다"며 기자회견도 하고 중앙당에  항의하기도 했던 민주당 김경천 비례대표 후보(12번)가 '저런사람'으로 지목했던 광주 동구의 민주당 김대웅 후보와 총선 막바지에서 손을 잡았다. 이들은 11일 김경천 후보 사무실에서 '긴급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동구의 자존심을지키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별대책을 함께 내놓은 것.

앞서 김경천 후보는 광주 동구 당내 경선과정에서 김대웅 후보가 이용호 게이트 관련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것을 이유로 입당자체를 반대한 데 이어 경선과정에서도 "1심서 유죄선고를 받은 사람과 경선을 함께 할 수 없다"며 결국 경선불참을 선언, 비례대표로 말을 갈아 탄 바 있다.


*개정선거법에 따라 선거방송이 본격화되면서 방송에 비친 후보들의 언행이 관심이다. 방송사의 시간대 편성과 운영상의 경직성, 후보자 불참에 따른 벌칙없음 등이 지적되고 있지만, 야외 합동연설회를 대신한 방송토론회는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견을 알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가장 유력한 방법이다.

선거공보물 어디서 인쇄했수?

후보자들의 방송합동토론회 자리에서 선거공보물의 출판처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8일 광주북을 선거구 후보자 합동방송토론회에서 자민련의 김천국 후보가 우리당 김태홍 후보에게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사람이 공보물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업체에 맡길 수 있느냐, 이러고도 지역경제를 살리겠다 말할 수 있냐"고 공격. 이에 김태홍 후보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자주 이용하던 여의도 업체에 맡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업체 주인은 호남사람이다"며 반박.

이같은 공보물 출판처 논쟁은 남구 선거구에서도 마찬가지. 지난 9일 중계된 광주남구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민주당 강운태 후보가 우리당 지병문 후보를 겨냥해 "지역경제를 생각한다며 공보물을 서울업체에 맡길 수 있느냐"고 묻자 지후보도 "일정이 급해서 아는 사람에게 맡겼을 뿐이고, 인쇄 업자는 동향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지 후보는 오히려 강후보에게 "인쇄물가지고 지역경제 얘기하는 것 보다 강후보가 30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서울과 경기도, 전남 무안등에는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광주에는 한 채도 없다는 게 더 문제 아니냐"고 되받아 치기도 했다.

'쓰리쿠션' 말고 직접 때려라

후보자 합동 TV토론에 나선 후보자들은 발언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기도 한다. 원하는 상대 후보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가 없으면 다른 후보에게 관련 내용을 물어 원하는 답을 유도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본전도 못찾는 수가 있다.

지난 8일 광주동구 합동토론회에서 우리당 양형일 후보는 민주당 김대웅 후보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에 이 질문을 해야겠다"고 운을 뗀 뒤  "조순형 대표가 대구에서 '한나라당과의 통합 배제 않겠다'는 발언이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김대웅 후보는 "내가 바빠서 그 뉴스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방어한 뒤 원칙적 얘기로 넘어가버렸다. 

맥빠진 답에 양후보는 추가 질문을 하려 했지만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안상연 후보에게 다시 한-민공조와 민주당의 호남지역구도 선거운동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안 후보는 양후보측의 계산대로 넘어가 주지 않았다. 안상연 후보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공을 내게 넘기지 말고 할 얘기는 직접 하라"고 오히려 면박을 주었다.   

정치인의 부패는 예배를 4년에 한번보기 때문?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말빨이 '뜨고'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선대위원장이 방송토론에서 쏟아낸 발언들이 인터넷을 통해 '노회찬어록'으로 확산되는 등, 민주노동당 토론자들의 실랄한 풍자가 담긴 예리한 지적이 당 인기몰이에 한 몫을 하고있다.

광주에서도 남구 선거구에 나선 황광우 후보의 '예배'발언이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회자됐다. 지난 9일 방송토론에 나선 황광우 후보는 한국정치의 부패 현실을 교회의 예배보는 행위에 빗대어 꼬집었다.

황후보는 "정치인들이 매주 꼬박꼬박 예배를 봐야 하는데 4년에 한 번 선거시기에만 예배를 보니까 정치자금의 문제가 생기고 유권자들에게 비난을 받는 것"이라고 질책한 뒤, 민주노동당은 진성당원들이 꼬박꼬박 '헌금'을 내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없다고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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