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가 걷는 영화산책
내가 맨 처음 만난 예수는 할머님 방의 천장 쪽에 바짝 걸린 십자가이다. 흉측해 보였다. 저런 걸 왜 방에 걸어 두었는지 이상해서 몇 마디를 할머니께 여쭈었고, 답변 말씀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머리에 씌워진 게 “까시”라는 말에 진저리치며 더는 쳐다보지 못했다. 그 뒤론 할머니 방에 가는 걸 싫어했다. 그렇지만 그 십자가를 눈이 닳도록 보게 되었고, 예수님이 얼마나 훌륭하신 분인지는 귀가 닳도록 듣게 되었다.
이 영화는 위선과 무지가 낳는 극렬한 잔혹함에 악惡을 걸고 인류의 죄악을 대신하는 거룩한 숭고함에
선善을 두어, 그 악에 처절한 분노를 일으키고 그 선에 사무친 사랑을 바치도록 몰아간다.
스토리나 대사는 지루할 정도로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단지 그 분노와 사랑이 훨훨 불타오르도록 선과 악의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가열차다. 극렬하게 잔혹하여 숨막히도록
엽기적이다.
그러나 나는 잔혹한 엽기 장면보다는
그들의 이토록 가열찬 의지가 불길하고 두렵다. 눈물로 회개하고 다짐하여 더욱 굳건해질 그들만의 ‘도덕적 결벽증과 집단적 자폐증’이 심히
염려스럽다.
▲ 패션오프 크라이스트 | ||
더구나 세속종교가 상류층과 밀고 당기며 벌이는 파워게임에 깊게 얽혀 있으며, 또 하나의 권력으로 ‘사회구조적 음모’가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보자면 결국은 유치한 자기 집착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화장도구 또는 세상살이에 갖은 편리함을 얻어내는 생활방편으로 보인다. 무슨 ‘삐딱 귀신’에 쓰인 모양이다.
이 잡귀가 빵구난 건지, 생전 처음으로 예수의 생애에 감동한 적이 있다. 교육방송에서 재작년 연말에 방영되고 작년 연말에 다시 방영된, 3부작 다큐멘터리 [예수]이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찬양하고 경배하던 그 어떤 말과 글이나 영화에도 나의 이 못된 삐딱함이 제대로 흔들린 적이 없었는데, 이걸 보고서야 예수님을 스스로 우러나서 존경하게 되었다.
나란 놈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 주어야 알아먹는 체질인 모양이다. 그러나 아직도 현실생활에서 만나는 그 종교와 그 사람들에겐 많은 반감이 있다. 서양문명에 박힌 도덕적 결벽증이나 퇴폐적 자학증이라는 극렬한 정신분열적 이중성의 수렁에서 언제나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이라크 사태에 오버랩 되면서, 세상이 차암 지겹도록 슬프다. 지구는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겨우 이것밖에 되지 않는 우린 인간을 통째로 절망한다.
/김영주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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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달라 마리아로 나오는 '모니카 벨루치'가 포르노배우인지는 잘 모릅니다. 단지 그녀가 [말레나]에서 매혹적인 요염함에 끌렸습니다. 요즘에 잘 뜨는지 이 영화 저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편입니다. [미션 클레오파트라], [매트릭스]에서 잠깐 출연, [돌이킬 수 없는]. 특히 [돌이킬 수 없는]에서 충격적인 연기를 보면서 단순히 얼굴 파는 배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 <시민의 소리>에서 요구하는 글량이 원고지 10장이기에, 어떤 초점 하나를 잡아 쓰면 글량이 끝나버리기에, 어떤 영화의 다양한 측면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영화 하나에 하나의 이슈만을 잡아 쓰게 됩니다. 물론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보지 못하는 점이 있기도 합니다. 독자의 지적으로 그 때서야 알아채리기도 합니다. 님과 같은 독자글이 많아서 영화의 다양한 측면이 많이 보여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영화평론'이 아닙니다. 김영주라는 어떤 개인이 영화를 소재로 하여 어떤 이슈를 소재삼아 세상이야기를 하는 산책입니다. 그래서 '영화평론가'가 아니라, '영화칼럼니스트'로 한 것입니다.
* 이 글의 주제 자체가 서양문명이나 잘못된 종교적 집착으로 인하여 불길한 인류의 미래입니다. 그걸 상징적인 제목으로 '시지프스의 바윗돌'이라고 하였고요. 지금 인류의 암울함과 미래의 불길함을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님께서는 이런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 저의 글에 호감이든 반감이든, 독자의 의견글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단 무턱댄 비난이나 선언적 매도는 서로 삼가해야겠습니다. 제 글이나 영화의 어떤 면이 어째서 좋은지 싫은지를 알 수 있게 글을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