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의 진보정당 원내진출 초읽기-"첫 발걸음"기대
<시민의 소리>는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과 적극적 참여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이번 17대 총선의 의미를 분석한다. 이번 총선의 구도를 보는 여론의 잣대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우선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여부(친노와 반노)’, 민주와 반민주 구도, 진보와 보수의 대립전선 형성 등이 있고, 이어 신.구 정치세력의 교체,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치권력의 변화, 그리고 유권자의식의 질적 성장 등도 선거의 의미로 회자되고 있다.
<시민의 소리>는 이같이 다양한 해석 가운데 두 가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진보정당의 원내진출로 인한 한국정치의 진보와 보수 구도 형성, 그리고 탄핵정국에 대한 반발로 확인된 유권자의 자발적 정치참여의식 성장이 앞으로 한국정치의 미래에 있어 유의미한 변화가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우선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당 지지율을 보면 10%안팎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정치는 70년대와 80년대 군사정권시대를 거치면서 여야간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와 영호남으로 대변되는 지역구도가 주류를 이뤄왔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으로 상징되는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출하게 되면 한국정치는 그 구도 자체가 진보 대 보수라는 새로운 틀로 바뀌게 됨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구도는 ‘전국정당’이라는 선거득표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 정책의 차이에 의해 자연스레 힘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민주노동당의 지향은 다른 정당들의 그것과 선명한 차이를 보여왔다.
민주노동당이 내세우는 정책은 최근 발표한 총선 3대 목표 △조세혁명과 복지혁명, 완전고용실현, △자주화, 반전평화, 한반도 평화실현, △식량주권수호, 친환경적 삶의 실현에서도 기존의 정당들과 차별성을 드러낸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전남도지부장은 “이번 총선이 사생결단식 정치판이 아닌 국민의 요구를 공론화하는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주력 하겠다”는 말도 이같이 선명한 정책차별성에 근거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민주노동당은 또한 스스로 정치자금과 관련해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선거운동비용의 대부분을 당원들이 내는 당비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광주 서을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의 경우, 후보등록을 위해 지난달 31일 선거사무소에서 당원들이 한푼 두 푼 모아온 200여개의 ‘진보돼지’를 열어 공탁금을 마련해 후보등록을 마쳤다. 오 후보는 후보등록시 필요한 공탁금 1,500만원 중 당원들의 진보돼지와 총선특별당비만으로 1,300만원을 모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같은 민주노동당의 현실 정치 진출은 부정부패로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정치권 정화차원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확신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정치사에 획을 그을 것
진보정당은 지난 59년 진보당의 당수였던 조봉암이 이승만에 의해 정치적 살해를 당한 뒤 반세기 동안 제도권 중앙정치에 발을 내딛어보지 못했다. 이후 군사정권하에서도 ‘진보’라는 단어는 ‘이적’의 다른 이름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다르다. 진보정당 원내진출 그 자체에 대해 이의를 다는 이들이 없다. 이미 지난 2002년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 비례대표가 진출한 것으로 씨앗의 가능성은 확인했고, 이제 본격적 수확철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는 지나온 선거에서 ‘비판적 지지’에 밀려 매번 고배를 마시면서도 진보정치 실현의 꿈을 놓치지 않고 달려온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탄핵정국으로 잠시 지난 대선에서 ‘정몽준의 악몽’을 떠올리며 긴장을 하기도 했다. 또한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는 우리당이나 거대여당견제론을 앞세운 한나라당, 그리고 ‘미워도 다시한번’을 기대하는 민주당의 세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장원섭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위원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부패해하고 보수적이어서 제대로 견제할 수 없다. 야당도 야당다움이 있어야 견제가 가능하다”며 현 정국구도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총선과 함께 민주노동당으로 상징되는 진보정치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고, 이와 함께 한국정치의 구도도 양이 아닌 질적으로 한국 정치사에 하나의 획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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