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광주매일과 '레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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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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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서 기자

솔직히 얘기해보자. 광주매일이 폐업하면 지역 언론계에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신문사 하나 줄었으니 박수할 일일까. 아니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니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닐까.

언론계 안팎에서 광주매일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드러내 놓고 웃지 못해 표정관리하는 사람도 있고, 강건너 불구경 하듯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까지는 '강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시민단체도 여기에서 크게 예외는 아닌 듯 하다. 광주매일사태를 과연 그렇게만 볼 일일까.

그레샴의 법칙
광주매일이 문닫는 것에 대체로 수긍하는 쪽 논리는 '언론개혁'과 맞닿아 있다. '광주는 작은시장에 신문사가 난립해 있다. 따라서 지역 언론개혁의 요체는 신문사수를 적정규모로 줄이는 것이다. 10개신문사중 하나인 광주매일의 폐업은 그 신호탄이다.'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숫자논리로는 맞지만 '옥석구분(玉石俱焚)'이자, 나아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을 빚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광주매일은 언론정신에 있어 이미 타 신문에 비해 '옥'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매일보다 못한 임금과 언론자유속에서도 묵묵히 일만 하고 있는 침묵의 언론보다는 파업투쟁을 벌이고, 이를 언론개혁운동으로 승화시키는 언론이 광주에는 살아 남아야 한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현자'와 '우자'가 서로 뒤바뀌는 가치전도의 현실이 미구에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만약, 이 상태에서 광주매일의 문이 닫힌다면 지역 언론노동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패배의식을 깊이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파업하니 문 닫더라, 조용히 살자", "전략을 모르는 노조의 강성투쟁이 화를 자초했다." 살아남은 자는 이렇게 자위할지 모르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광주의 언론운동은 씨가 마를 수 밖에 없다.
언론사주의 참회와 반성없이, 언론을 용도폐기한 선례를 남겨서도 안된다. 폐업한 사주가 또다른 언론으로 말을 갈아탄다면 숫자논리로도 'same, same'이 아닌가.

시장논리의 함정

   
▲ 광주매일 노조가 총파업 20일째인 15일 노조사무실에서 "총파업 경과 보고회"를 갖고 있다.
또 하나의 위험한 시각은 시장논리다. "적자내는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우 유효적절하고 타당한 논리다. 하지만, 언론기업에 대해 시장논리를 그대로 대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언론사는 사기업이지만 시회적 기능면에서 공기업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이 논리를 적용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신문사가 몇개나 되겠는가. 나라 전체로 보더라도 '조선일보'하나 뿐일 것이다. 언론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신문사라하더라도 적자를 낸다면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여느 신문사처럼 '상시적인 고통분담체제'로 월급을 안받든지 적게 받아 흑자기업인양 운영하면 된다. 이 경우, 언론기능과 관계없이 이 신문사는 살아남아야 할까. 10개 신문사를 줄을 세운뒤, 경영여건과 재무구조순으로 하나씩 자른다면 광주매일은 오히려 마지막 언론사로 남아야 한다. 광주매일은 적어도 회계장부상으로 2년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오렌지와 레몬
광주매일 기자들도 반성은 해야 한다. '강 건너편'에 있는 시민사회의 무관심과 냉램함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서운함에 앞서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지 자성하고 그동안 광주매일의 10년사를 되돌아봐야 한다. 시민단체도 강을 건너와 광주매일의 투쟁이 언론개혁운동으로 승화되도록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아줘야 한다. 타 언론사는 내부개혁운동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여기 레몬과 오렌지가 있다. 영어에서는 '레몬'을 성능과 품질이 조악한 저급재화나 서비스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경제학에서는 그러한 저급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레몬시장'이라고 한다고 한다. 광주지역 언론계가 저널리즘이 실종된 '레몬시장'이라고 했을 때 어찌보면 광주매일 사태는 '오렌지'라는 대체재를 제시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광주는 과연 '오렌지'를 키울 것인가, '레몬'을 키울 것인가.
 
/양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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