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탄핵은 국민을 저격한 광기다
[특별기고]탄핵은 국민을 저격한 광기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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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행[시인, 자유기고가]

바야흐로 봄이다. 해가 바뀌고 겨울을 날 때마다 늘상 진정한 봄을 기다리며 살아 왔지만 언제 봄 같은 봄이 있었던가. 얼어붙은 마음을 움켜쥔 채 불안한 시대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살아온 필자 같은 삶들은 어쩌면 따뜻하고 시원 명쾌한 봄바람 한번 쐬어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안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비로소 조금씩 몸과 마음이 합일된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으니 참으로 운이 좋은 것인지, 긴 겨울을 걷어내기 위한 처절한 투쟁들의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다행스런 조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가결 소식을 들은 순간에 직감적으로 느낀 생각이다.
애초부터 더럽게 오염된 친일파들의 손아귀에서 손아귀로 이어진 우리 근대사. 그 자본과 권력의 오염사(汚染史)가 마지막 광기를 부리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동시에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을 암살한 정신병자인 ‘오스왈드’가 떠올라 약간은 불안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탄핵과 친일파와 오스왈드

친일파들의 권력과 자본이 결합되어 세세손손 이어질 것 같았던 철옹성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식되고 깨지는 양상을 보고 있노라니 결코 하늘은 이 민족을 버리지는 않았나 보다.

또 한편, 정통 야당의 뿌리를 자처면서 민중과 민주주의를 계승한다던 민주당의 일사불란한 야합과 변신은 -그 동안 한나라당과 한 배를 타지 못해 얼마나 안달이 났을꼬- 우리 정치의 한계와 방향을 동시에 제시해 준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어 반가운 생각마저 든다.

어찌 탄핵을 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 한가지인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이 판국에 근질근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쓴 탈바가지가 무슨 소용이었겠는가.
한나라당이면 어떻고 파시스트당이면 어떻겠는가. 우선 자기들이 살아야할 판국에 말이다.

회광반조(回光返照)라 했던가, 쓸쓸한 회한을 느끼게 하는 마지막 몸부림을 보고 있자니 착잡하고 안쓰러운 까닭은 또 무엇인가. 어쨌든 개인적으로 빌건대, 그동안 권위와 위엄이 넘치다 못해 무슨 특별한 신의 계시로 태어난 듯한 모습으로 위장되고 포장된 국회의원 자리를 꼭 차지하시길 바란다.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아 끝내 나라를 말아 잡수시기를 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기꺼이 먹이가 될 준비를 하겠수다.

묵계와 암묵으로 이어진 자본과 잘 결탁하시어 대대손손 -가급적 절대 죽지 말고-회쳐먹고 말아먹으며 행복한 삶을 누리시라.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고 계시는 총선에 줄을 댄 정치 신인들께서도 당을 잘 선택하시라. 민주당처럼 변신과 협잡에 능해야 오래 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제 입맛이나 간에 맞지 않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오기와 핏대 또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겠시다. 그래야 빛나는 정통야당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 후면 그런 세상이 올지 무덤으로 갈지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말이다.

총선서 무덤행 비껴 갈까

그리고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이번 총선은 나라의 기운을 올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점을 명심하시라. 영원히 친일 자본과 수구세력들에게 권력이 넘어가기를 원하는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봄기운을 억눌러 겨울로 되돌릴 수 없다.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서는 논밭을 새로 갈아 엎어야하듯 가급적 깊이 갈아엎고 새로운 씨앗을 파종하려는 국민들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마시라. 제발 덕분에 모처럼 몸과 마음이 한데 어울려 찾아온 저 생명의 봄기운과 햇볕을 가리지 좀 마시라.

/이수행(시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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