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南道民俗과 池春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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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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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전대사대부중 교사, 문학박사]

본래 동양에는 ‘문화’라는 말은 없었고, 일본이 Culture를 번역한데서 태어났다 (박영섭).

노자는 무위자연이 신선이라 했다. 즉 무위(자연)면 신선의 세계요, 인위면 민속의 세계라 할 수 있어 신조어 문화는 기존의 ‘민속’이라는 말이 합당했다. 동양에서 민속이라는 낱말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의 양식을 총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남대 나경수 교수가 9집으로 발행한 <남도 민속연구>에 쓴 글이다.

전라도의 별명으로 주로 ‘호남’이 쓰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남도’라는 말도 같이 사용되고 있다. 정년퇴직을 즈음하여 펴낸 <남도민속학개설>에서 지춘상 교수는 1966년 시작된 ‘남도문화제’가 전남을 대신해서 표현한 남도의 시작이었다고 적었다. 그 권역은 육자배기토기 분포, 모정 잔존, 전라도 방언 사용을 기준하여 계룡산 이남에서 섬진강 이서까지 설정했다. 전남 문화가 미치는 범위를 알려주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지난 주말 한국민속학회가 용봉문화관에서 열렸다. 선배학자의 연구 경험담을 듣는 시간으로 지춘상 선생이 연단에 오르자 좌중 학자들은 모두 일어났다. 1958년 대학강단에 민요로 민속학의 지평을 연 지 교수의 회고 첫 대목은 한국전쟁 직후 시골 여인의 애달픈 삶 소리를 노래로 듣고 ‘남도민속’에 인생을 걸었다는 내용이었다.

광주 칠석동 고싸움놀이를 발굴 1969년 대구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전하여 대통령상 성과와 한가위 여성의 놀이였던 강강수월래를 남생아놀아라, 고사리꺾기, 덕석몰기 등과 함께 엮어 창작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당시 상황을 알려주는 신문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세기 고단한 연구 수행을 감내했던 것은 오직 민속 진흥의 사명감과 제자들의 연구 열정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경수를 비롯하여 나승만, 윤여송, 표인주, 이경엽, 서해숙, 한미옥 후학들의 공부를 여러 차례 거명한 것은 이 시대에 참 스승과 실력 있는 학자의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가장 확연한 메시지였다. 그간 남도민속학회가 일백 번이 넘는 월례발표회를 가질 수 있었던 저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연을 접으면서 지 박사는 “진정한 민속지를 만드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며 방향까지 제시했다.

오늘 <옻돌마을 사람들과 고싸움놀이>라는 책을 보았다. 30여 년 간 ‘지춘상 남도민속연구사단’이 일궈낸 매우 값진 열매로 바로 ‘민속지’의 서막으로 여겨진다. 마을이름의 유래부터 자연환경, 역사, 사회조직, 공간이용과 살림집, 일상의례와 믿음세계, 옛날이야기와 노래, 정자문화와 예술세계, 세시풍속과 민속놀이까지 광주 남구 대촌동 소속의 한 동네와 전승되고 있는 고싸움놀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현재 주민들의 경제활동과 가치관을 파악하기 어렵고, 지도와 사진 같은 그림자료의 수가 적으며 일부 상태가 선명하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민속연구가는 시골과 옛날 것만 찾아다니며, 전통만을 추구한다는 말을 듣기 쉽다. 도시지역과 근래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그려내는 작업과 방법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의 모든 인문학 세미나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속(문화)이 산업인 시대인 만큼 학계의 전문연구자 뿐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향토 연구엣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했다.

최근 광주 북구청 주민자치담당 김영헌은 <광주오치>라는 도시 향토연구 자료를 펴냈다. 토박이는 사라지고 뜨내기가 점령한 변화무쌍한 시가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어렵다. 주민들을 만나는 일부터 경관 분석과 더불어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까지 제시하기 위해서는 세밀하고 수준 높은 지역분석법을 터득해야 한다.

광주민학회는 매년 주제를 정하여 답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금년의 경우 ‘시장탐사’로 정하여 3월 경남 산청장을 구경할 예정이다. 오일시장이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의 영향으로 크게 그 모습이 변해 가는 시점에서 적당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민학 모임이 장터민속을 사실대로 애써 기록한다는데 그 무엇이 부족하다고 할까. 내년 또 다른 민속지가 분명 우리 앞에 펼쳐 질 것이다.

/김경수(전대 사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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