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단소리]이라크 파병과 전황
[쓴소리단소리]이라크 파병과 전황
  • 문병란
  • 승인 200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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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란[본지 발행인, 시인, 전 조선대 교수]
최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던 미국의 이라크 응징 침략전쟁은 사막의 수렁에 빠지면서 제2의 월남전을 연상케 하는 또 하나의 더러운 전쟁의 전철을 밟고 있다.

전세계가 반대·만류했고 허수아비 UN마저도 승인하지 않은 그 강자의 야비한 거드름이었던 최현대식 무력응징은 기세도 등등하였지만, 부시 대통령이나 그의 제1급 참모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완전승리를 외친 전쟁 종료후 6개월을 경과한 지금 그곳 전황은 미국의 일방적 승리를 외치기엔 날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전상자만 하더라도 1차 침공 당시 발표된 그 숫자를 넘어섰고, 매일 죽어나가는 자살테러 및 사막의 게릴라전 저항은 공포의 극에 달하고 있다. 그 전선없는 사막의 검은 전쟁은 종료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예상된 저항이긴 하지만 미국 대 아랍인의 감정 대결 내지는 침략군 대 민족진영의 싸움으로 변한 전쟁구도는 현재로서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렵다. 더구나 미국 정부의 전황보고에서 전사자나 부상자 보고 방법의 은폐설이 나돌고 있어 그 전황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주말판 보도에 의하면 개전 이후 6000명이 넘는 미군이 부상자로 후송되었다고 하며 그 중 1500명 이상은 팔·다리 절단 등의 중상자라고 한다. 그리고 이 숫자는 미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부상자 통제의 5배가 넘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전선없는 검은전쟁 이제 시작

이 같은 전황은 겉으로 이기고 속으로 지고 있는 명분 잃은 침략전쟁의 여론의 수렁, 정의의 부재와 더불어 진실이 은폐된 끝없는 정보전의 양상임을 짐작케 한다. 특히 전상자의 속출을 가장 싫어하는 미국의 여론은 개전 당시의 찬성표와 부시 지지도가 거꾸로 하락하여 80%에서 50% 이하로 뚝 떨어졌고, 감정파 럼즈펠드와 라이스 보좌관 부시의 양날개도 꺾였거나 위상이 추락 언론·국민·행정부·국회에서까지 따가운 질책의 시선들이 부시의 재선 출마 그 의지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다. 이 수렁에 빠진 명분없는 침략 전쟁에 1차 파병에 이어 2차 파병 요청이라니, 그 반발은 1차 파병 반대와는 그 질과 강도가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개전 당시만 하더라도 한미관계니 뭐니 국익 운운하는 친미적 언론이나 6·25 은인국 같은 보은 차원의 파병 참전주장이 다소의 명분을 내세울 수 있었지만 그 전쟁의 의도가 침략으로 밝혀지고 그 명분도 찾지 못한 이 시점에서 그 죽음의 수렁판에 이 땅의 젊은 이들을 내몰아 국익과 바꾸는 전투병력 참전은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표상인 청와대는 이 요청에 대하여 매우 신중한 자세로 관망의 도를 넘어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의 여론을 수렴한 다음, 이번만은 국내 문제와 달리 개구리 뛰기에 비유되는 대통령의 발언마저 들을 길 없이 침묵하는 것은 거부쪽인가 아니면 마지못해 슬그머니 승낙하려는 내숭떨기인가. 어느면 무주견 행정부, 특히 청와대의 숨죽이듯 가만히 앉아 있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이 그리 신중해야 된다는 것인가. 심리적으로 보아 처음부터 파병 요청을 거절 못할 처지에서 여론 수렴이라는 시간 벌기로 결국은 부시 앞에 슬그머니 항복하는 그런 결말의 유도정책이라면 청와대의 무소신으로 그 결단성 없는 무기력한 하수인적 태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명분없는 전쟁'의 하수인 안된다

명분없는 침략전쟁이었고 사막의 수렁에 빠진 위험한 전황이 계속되고 있고 주둔비를 필두로 국익이 아닌 전비마저 자기부담이라는 이 이익없는 전쟁판에 말려드는 것은 물심양면의 손실밖에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70년대 월남전 파병으로 인하여 외화벌이만을 내세우기엔 그 명분도 없고 그 비극의 정글에 뿌린 젊은이들의 피가 너무도 아까웠다. 월남인의 자유와 정의? 20세기의 대로마제국이 내세우는 그 정의는 침략과 패권을 미화시킨 정복자의 거드름에 불과하였다. 베트남,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그 다음은 또 어딘가? 끝날 줄 모르는 도덕성 상실한 강자의 횡포에 더 이상 전쟁의 하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다음 차례는 한반도가 될지도 모른다는 비운의 분단 국가로서 그 처신은 더욱 명백해야 한다. 비전투요원 파병, 그 이상은 확실하게 거절해야 한다.

/문병란(시인· 전 조선대교수·본지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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