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단소리]이라크 전쟁을 보는 눈
[쓴소리단소리]이라크 전쟁을 보는 눈
  • 문병란
  • 승인 2003.04.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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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는 멀지 않다. 뉴욕의 9.11테러사건 이후, 부시대통령의 보복 예고 발언에 의해 두 '악의 축'으로 거론된 이라크와 북한, 그와 휴전선을 같이하고 있는 우리로선 미국의 이라크침공에 대하여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호크미사일600기,열화우라늄탄을 필두로 5천개를 넘는 고성능폭탄의 투하, 그 아래 불타고 무너지고 죽어나가는 참혹한 살상의 현장 보도를 접하면서 구경거리로선 너무 잔인한 전율을 늤낀다.

연일 마이크앞에 나와 전세계를 향하여 반 공갈 섞인 '성(聖)과 악(惡)의 싸움'이라느 궤변을 늘어놓는 강자의 거드름은 인류의 양심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특히 세계 유일의 전쟁발발가능성을 지닌 휴전선이 있는 이념적 분단국가인 이땅의 현실을 생각할 때 결코 바그다드의 비극은 피안의 불이 될 수 없다. 그곳은 평양이 될 수도있고 서울이 될 수도 있다는 착잡한 가상속에서 몸소리 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석유가 묻혀있는 땅이 아니라서 건질 것 없는 천문학적 숫자의 전비를 투자하진 않을 것이다.

바그다드의 비극 피안의 불 아니다

이런 생각은 그들 전쟁광들이 결코 건달 람보가 아니라,주도면밀한 전쟁 경기를 노리는 기름과 피를 바꾸는 장사꾼이라는 생강에서다.그러나 그들 장사치들은 기름 묻혀있지 않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극동의 방어기점이자 또하나의 화약고인 한반도의 순위는 멀지 않았음을 암시받기에 충분하다.
이른바 서방제국주의 나라들이 오리엔트를 침략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기원전 로마제국,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더대왕은 일찍이 페르샤전쟁으로 짓밟았고,기원후 11세기~12세기에 걸친 성지탈환과 성묘 보호를 빙자한 영국의 사자와 리쳐즈의 십자군 전쟁은 천년의 침략 미스테리로 남는다. 근현대에 이르러 그 전통을 이어받은 현대판 해적국가 대영제국주의의 오리엔트 침략사는 다기하고 화려하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영광의 탈출 등 영화로도 만든 유대인과 아랍권과의 갈등속에 전개된 8차례의 중동전쟁과 그 계속 선상의 미국의 중동전 군사개입은 예고된 수순이다.

이러한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이 말하는 정의의 전쟁이란 터무니없는 미사여구이며,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타민족을 희생시키는 제국주의적 침략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세계 모든 나라가 반대했고 그들의 입맛대로 운영되는 UN안보리까지도 금번 전쟁을 승인하지 않았다.

누가 진짜 악의축이며 테러리스트인가

30년전 월남의 정글에서 고엽제를 살포하며 무력우위의 람보 특공작전을 전개하고도 맹획의 나라 베트공의 원시전법에 항복하고 패전 줄행랑을 쳤다. 그 람보가 이젠 사막의 나라 이라크에 가서 대량살상무기 확인하러간다는 핑계로 대량살상무기를 남발하며 그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대조표에서 세계 최고우위의 나라는 미국·이라크·북한 중 어느나라인가. 미국이 이라크보다 부족한 것은 오직 석유뿐,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전후 복구작업 건설권, 석유채광권 배분문제로 영·미 정상끼리 옥신각신하는 이권다툼을 보면서 그들의 저 시커먼 원유 빛깔보다 더 더러운 양심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근동,중동,극동, 멋대로 작전 지도를 그리며 수세기동안 약속국가의 이권에 개입 침략을 감행해온 제국주의자들이 군사력을 앞세워 아무것도 없는 모래밭, 그러나 그 밑에 저장된 '검은 황금'을 빼앗으려 중동에 무력증강의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손엔 성경, 또 한 손엔 영화우랴늄탄을 들고 성전을 외치며 항복하는 그날까지 '폭탄을 퍼붓고 또 퍼부을 것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한국군 파병동의안을 둘러싸고 찬반에 시험을 받고 있는 노무현정부의 슬기로운 대처를 바라면서도, 이 땅의 미래와 관련하여 진정 인류의 대의앞에 누가 진짜 테러리즘이고 '악의 축'인가 엄숙히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문병란님의 칼럼이 '쓴소리 단소리'로 새롭게 선보입니다.



/문병란( 본지 발행인·시인·전 조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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