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월드컵과 4강 신화창조
[투데이오늘]월드컵과 4강 신화창조
  • 문병란
  • 승인 2002.06.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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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월 한달 내내 '아, 대한민국'을 연호하면서 우리 대표팀이 승승장구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등을 연파하여 16강, 8강, 4강 신화를 창조하였다. 이는 실로 7천만 온 겨레와 함께 4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똘똘 뭉쳐 일궈낸 민족사적 쾌거였다.

당초 월드컵 출전 사상 그 첫 골을 노렸고 첫승, 16강 진출을 최대의 목표로 삼았던 우리의 열망은 날로 선수들의 사기와 기량이 늘면서 거기에 승운이 따라 줘 가히 그 욕망의 한계를 접을 줄 몰랐고 마침내 4강을 달성한 그 날 내친김에 결승을 향해 요꼬하마의 여신까지도 기약한 바 있었다.

그러나 욕망에도 한계가 있는 법, 4강 준결승의 호적수 유럽의 자존심을 걸고 나온 강호 독일 팀과 전반전을 대등하거나 우세한 경기를 펼쳤던 우리 팀은 후반전 30분의 선전의 고비를 못 넘기고 한 점을 내주어 끝끝내 그 한 점을 만회하지 못한 체 4강에서 우리의 승리는 일단 날개를 접었다.

여기서 아 대한민국의 연호도 멈췄고 붉은악마라 칭한 응원단의 함성도 위로와 격려와 마무리 돼 흥분된 감정을 추스르면서 감정의 격류 흥분의 회오리 속에서 평정을 되찾게 되었다. 누구 말마따나 단군이래 국호와 더불어 이처럼 전 세계 만방에 우리를 맘껏 외치고 선전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만 하여도 가슴 벅차고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면 여기서 월드컵 4강 진출의 그 의의를 되새겨 보면서 이 승리의 함성 속에 담긴 승리 그 이상의 차원 높은 내포적 의미를 생각해 보자.
그 동안 우리는 분단 국가로서 그 국호마저 둘로 나뉘어져 색깔론에 막혀 맘껏 외쳐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말보다는 한국 코리아로 대신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산 수원 대전 광주 서울을 누비면서 아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연호하였고 그 함성 속에서 정말 기적 같은 4강 진출의 승리가 달성되었다. 다만 북녘 동포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6.15선언 이후 우리는 이미 사상 이념을 초월하여 항상 함께 하였기에 그 22주년 기념과 함께 우리의 승리는 한반도 통일 승리의 예약이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남쪽 4천만 동포가 좁은 편견과 공포 속에서 반공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려 왔던 붉은 색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그 붉은 빛깔을 주된 승리의 빛깔로 감히 우리의 빛깔로 채용하여 6.25가 있는 호국 영령 추모 반공의 달을 민족 화합의 계기로 승화시킨 부수적 의의가 있었음은 통일 분위기 성숙에 한 걸음 다가선 결실이었다.

그러나 한편 이 승리의 낭보 이면에는 월드컵 기간 중 치러진 지역의 지도자와 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전례 없는 국민의 정부 여당인 민주당이 완패함으로써 금년 말 대선 까지도 암운이 드리워진 정치적 이변이 있었고 그와 직간접 관련이 있는 대통령 집안의 비리로 대통령의 친자들이 속속 구속 수감되는 상서롭지 못한 사건도 전개되었다.

또한 한편 월드컵 경기를 노리는 경제 월드컵의 내막 아직 손익결산도 끝나지 않았고 그 이익의 확산이 여러 가지 국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무디스가 행한 세계 은행들의 신용평가에서 한국의 은행을 D-평점으로 최하위 그룹에 넣은 도 아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 뒤에서 진행된 일이었다.

우리의 선전에 힘입어 턱걸이 16강에 진출한 미국의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고 공동개최국인 일본도 경제적 암운이 드리워져 있다고 들린다. 4천만 모두 선수들과 함께 제자리로 돌아가 스포츠 '광국'이 아닌 스포츠 강국의 그 날을 위해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 그리하여 이 기간에 보여준 응원열기가 내면적 에너지를 새로운 국력으로 창출하자.

/문병란( 본지 발행인. 시인. 전 조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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