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단소리]대통령의 결단
[쓴소리단소리]대통령의 결단
  • 문병란
  • 승인 2003.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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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란[본지 발행인. 시인. 전 조선대 교수]

 대통령의 결단은 국민의 안위와 직결된다. 일개 범인의 결단도 그 사람의 일생, 그 가족의 안위와 직결되듯이 ‘결단’이란 위기 탈출을 위한 극약처방의 하나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에 대한 결단은 4천만, 아니 7천만 우리 민족의 장래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결단에 해당한다.

대통령직에 취임한 지 7개월째, 벌써 레임 덕에 걸린 것일까, 그 동안 노무현 정권의 국정 수행 능력은 A학점은 아니었다. 각종 사건과 장애물에 걸리면서 그는 취임 후 바로 절둑거리기 시작했고 이른바 그의 인기는 40%를 밑도는 형편, 경제를 필두로 모든 분야가 심상치 않은 죄송하게도 낙제점이라는 중평이다.

 그렇다면 그의 무지갯빛 여러 공약이나 개혁에의 꿈은 아직 착수도 못한 시점에서 중대한 시련을 맞은 셈이다.
 이 돌파구가 바로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여기서 40%보다 높은 재신임을 얻는다면 초심으로 돌아가 국정수행에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7개월만에 재신임을 물어야 하는 데서 오는 혼란상이나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데 따른 경비, 만에 하나라도 엉뚱한 결과에 의한 보다 큰 제2의 혼란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한 대통령이니 이만한 모험쯤은 감행해야 개혁의 대로가 열릴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출신 당직의 문제다. 신당을 창설한다고 노대통령이 대통령의 당선을 가져다 준 민주당을 둘로 나누어서 신당이 새살림을 차려 나간지 얼마 되지 않고 그나마 인기(?)가 충천한 처지도 아니다. 항상 참신성을 중시한 그의 참모들도 그 참신성과는 달리 곧잘 옆길로 새고 말썽도 많은데 합심하여 대통령의 결단을 명실공히 승리로 이끌어 개혁정국의 새로운 파워를 창출한 것이냐. 이 파워 게임의 주체들의 역량 발휘가 매우 중대하다. 한번 뒤틀린 민심을 되돌려 놓기란 소극적인 홍보나 여권 실세들의 무마로썬 조삼모사 격이 되거나 점점 간극이 생길뿐이다.

 아예, 재신임을 물어 용퇴냐, 제대로 된 대통령의 결단에 의한 개혁이냐, 그 주권의 주체, 권력의 바탕인 민의에 재신임을 물어 보는 것, 그 어느 방법보다도 적극적인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이 나름대로 정통성 시비도 많았고 명군은 많지 않았지만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까지는 해본 적이 없었다. 법적인 문제, 국민의 여론 수렴, 야당의 합의를 얻어내는 과정 등 일련의 민주적 절차나 법률적 하자가 없도록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정치적 술수나 무모한 게임이 될 때 그로 인한 갈등이나 부작용이 일어난다면 이 땅의 정치현실이 엎친 데 덮치기 격이 될 것이다. 꺼져내리는 서민경제 살리기, 이라크 파병 문제,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한 북핵문제 타결, 미국과의 새로운 유대를 위한 안보관계 재정립, 농촌살리기 등 너무나 많은 현안 문제가 분당된 여당의 파행과 함께 표류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약에 잘못 되어 뜻같지 않을 때 국민의 안위가 걱정될 것이요, 국가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을 염려해야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명년 총선을 앞두고 정자가 들떠 있는 판국인데 청와대가 흔들린다면 중심이 흔들리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대통령의 결단은 국민과 국가의 장래와 직결된다.
즉흥적인 발상이나 시행착오, 숙고하지 않은 섣부른 모험심은 금물이다. 차제에 야당이나 국민은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된다. 비판자나 방관자보다는 협력자로서 민주사회다운 단합된 모습이 매우 중요하다.

싸움도 선의의 싸움이 있고 악의의 싸움도 있다. 국회는 토의장이 되어야지 논쟁을 일삼는 토론장이 된다면 최선의 결론이 없이 그 배는 산꼭대기로 가고 말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 전체의 의견을 중시하면 민주주의이지만 혼자서 하면 독재가 된다. 야당과 국민의 적극적 참여만이 국민투표가 대한민국의 거듭남을 가져올 것이다.

/문병란(시인·전 조선대 교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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