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단소리]나치기와 성조기
[쓴소리단소리]나치기와 성조기
  • 문병란
  • 승인 200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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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의 상징이자 불화(佛畵)글자인 이른 바 절만자는 十部首 4획으로 卍으로 쓴다. 민족시인이자 승려요 애국지사인 한용운 선생의 아호가 바로 이 한자를 쓰기도 한다. '卍海' 또는 '萬海'이다.

그런데 수많은 깃발 가운데 나치의 마크가 새겨진 히틀러의 나치 깃발에도 이와 매우 흡사한 문양이 새겨져 있어 우리들에겐 큰 혼란을 준다. 절만자(卍)와 반대로 그린 문양이 나치旗이다. 이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이른바 제3제국으로 영국이나 프랑스 다음에 늦게 등장한 공포의 제국주의가 독일의 히틀러 제국주의였다.

사악하고 열등한 종자라고 유대인을 격리 수용하여 6백만 이상을 가스실에서 독살하기도 한 미증유의 권력 집단적 살인광들은 그 역사의 페이지만 들춰내도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그런데 그 세력들의 상당수가 전범재판을 피하여 숨어살기 좋은 북남미쪽으로 숨어들어가 또 하나의 극우세력을 이루고 종교인, 사업가 등으로 변신하여 비밀결사 같은 불온조직을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왕왕히 볼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표상인 미국의 범죄 영화같은데서 깃발을 숭상하는 나치주의자들은 악의 표상으로 등장한다. 물론 위대한 미국의 민주시민이나 범죄 소탕 작전에 의하여 그들의 범죄는 일망타진된다.

그러면 그 나치旗와 성조기(星條旗)의 차이는 무엇인가. 나치기는 침략과 인류평화의 파괴이며 살육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 수많은 식민정책에 의한 약소국가 침략전쟁에 뒤진 독일이 뒤늦게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들면서 1차대전 2차대전을 일으켜 세계를 전쟁과 살육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든 히틀러의 야망을 식민정책의 종주국인 대영제국, 이른바 '해가 안지는 나라'의 영국이 새로운 침략의 라이벌 독일을 응징한 2차대전은 결국 침략자끼리 벌인 식민지쟁탈 세력다툼이었다.

그럴때 위대한 성조기는 혈통적 정치적 연고가 있는 영국을 도와 미영연합군을 결성하고 구라파와 태평양에서 독일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아시아 대공영을 꿈꾸는 역시 아시아의 군사적 제국주의 일본과 전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이 명예롭지 못한 더러운 제국주의자들의 암투에 의한 전쟁이 1945년에 끝났지만 그 후유증은 58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하여 제3세계라 불리우는 아프리카·중남미·아시아·중동 여러 지역에서 빈곤·분단·국지전·경제적 빈곤 등으로 상존하고 있다. 제국주의 참략주의 식민정책은 깃발을 내렸지만 그것은 외양상 변화일 뿐, 신식민주의의 너울을 둘러쓴 약육강식의 식민주의는 아직도 여전하다.

이 공포의 나치깃발이 성조기에 의하여 응징을 받았지만 다시 성조기는 평화와 민주주의의 표상이 되지 못하고 그 자리를 이어받아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는 패권주의로 미국에 반발하는 약소국가 응징이라는 2차대전 후 수많은 정변과 국지전의 배후에서 나부끼고 있다.

광대무변의 대륙을 상징하는 푸른 바탕에 13개의 적백선과 50개의 별이 있는 성조기, 그 깃발이 저주와 원한의 히노마루를 하강하고 인천항에서 나부낄 때 우리는 얼마나 신선한 이미지로 환호하였는가. 그러나 그 깃발은 여전히 평화와 사랑의 표상만은 아니었다. 그가 상륙하여 나부끼는 곳에선 작고 큰 전쟁이 끊일날이 없었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중국의 국공대결시 중국 대륙에서, 아프리카 분쟁의 무대에서, 중남미 분쟁 정변의 후원자로서 중동의 사막에서, 평화와 민주의 사도를 자처하면서 여전히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뽐내며 약소민족의 굴종과 죽음을 강요하였다.

이제 우리는 공포의 나치기인 '깃발'과 별이 빛나는 '성조기'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사랑과 평화를 싣고 오는 민주주의의 표상인가. 죽음과 전쟁을 싣고 오는 공포의 표상인가.

미국의 양심이여, 지성이여, 나치기와 성조기를 다시 한 번 냉정히 비교해 보라.

/문병란(발행인 시인 전 조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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