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경선, 그 멀미나는 현장들
뒤죽박죽 경선, 그 멀미나는 현장들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3.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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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당 경선 방침 '오락가락'...후보들 혼란, 불복 잇달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경선 잡음 시비. 신문과 방송에선 '경선불복', '단식반발', '항의농성' 등의 단어들이 끊이지 않는다. 당초 17대 총선이 '정치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공천경선이었다. 한편으로는 각 당의 후보자 윤곽이 드러나면서도 또 다른 쪽에선 경선을 둘러싸고 후보자들간, 또는 후보자와 당 중앙간 갈등만 키워가고 있다.

경선방식을 두고 경선 후보자간 합의를 이루는 것도 쉽지 않지만, 합의가 이뤄져도 중앙당의 방침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어 경선일정 자체를 잡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확보해야 본선에서 의석확보가 가능하다는 압박감 때문에 당 중앙에선 낙하산 공천을 했다가 지구당의 반발을 사는가 하면, 경선을 치르고도 부정의혹에 휩싸이는 모습이 여야의 차이가 없다.

광주지역의 경우 5일 현재, 우리당은 서구을의 정동채 의원과 북을의 김태홍 의원, 민주당은 남구의 강운태 의원이 현역의원으로서 단수 공천을 받았다. 북갑의 김상현 의원은 여론조사방식의 경선을 거쳐 지난 3일 공천장을 거머쥐었지만 ,탈락자로부터 '불공정 여론조사' 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구의 민주당 김경천 의원과 광산구의 민주당 전갑길 의원은 경선방식을 둘러싸고 공천 경쟁자들과 합의를 이루지 못해 아직까지 경선 일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공천자로 확정된 현역의원들은 기득권을 놓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지만, 아직 공천경쟁을 진행중인 현역의원들도 경쟁의 회오리 속에서 경선방식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횡하려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우리당 경선 혼란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밖에 광주 북을의 경우, 여론조사 끝에 민주당은 최경주 후보가 확정됐지만 그 역시 탈락자들로부터 '불공정 여론조사'라는 저항에 직면하고 있고, 광주 서구갑의 경우 열린우리당 중앙에서 염동연씨를 공천자로 결정하면서 '낙하산 공천'의 전형으로 지적되고 있다.

광주 동구에선 열린우리당의 공천 경선에 네 후보가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당이 두 후보로 압축해 경선을 치르라는 통보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당의 한 공직심사위원은 "일단 중앙당에서 결정하고 후보자들에게 따라오라고 하지 않고서는 경선을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해 정치개혁의 꿈과 현실간의 거리를 실감케 했다.

전남지역의 경우 무안·신안의 한화갑 의원과 함평·영광의 이낙연 의원, 광양·구례의 정철기 의원이 현역의원으로서 민주당 공천자로 확정됐다. 열린우리당에선 목포에 김대중, 여수갑에 김성곤, 여수을에 주승용, 나주·화순에 문두식, 광양·구례에 우윤근, 해남·진도에 민병초, 그리고 함평·영광에 장 현 후보가 각각 공천자로 확정됐다.

이들 가운데 해남·진도의 민병초, 나주·화순의 문두식 후보의 경우 이미 다른 경선후보들이 경선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중앙당이 일방적으로 공천자를 결정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경선이 이처럼 말썽만 빚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당 광산지구의 경우 세 후보가 경선방식에 합의, 100%국민참여 경선방식으로 경선을 치르고 한사람의 공천자를 선출했다. 그리고 나머지 경선참여자들은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이같은 '아름다운 경선', '아래로부터의 공천혁명'은 말 그대로 가뭄에 콩 나는 정도에 불과하다.

민주 노동당의 경우 철저히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들의 손으로 후보자를 뽑아 잡음이 거의 없지만, 너무도 '모범적'인 탓인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총선 일정상 결국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공천자는 결정될 것이고, 이들이 각 당의 대표로서 본선 경쟁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정치개혁의 기대를 가지고 공천경쟁의 시작부터 지켜 보아온 유권자들의 표심이 투표참여율부터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그 때 가서 언론과 정치권이 또 다시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을 안타까워한다면 이는 무책임하고 때늦은 후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광재 기자 (kjlee@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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