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주변에서 서성이던 시민들이 하나둘씩 도로로 나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최고
3천여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참가했고, 도로 한쪽에는 '오월정신 짓밟은 민주당은 망월동에 오지 말라'는 현수막이 걸리면서 대통령 탄핵을 위해
한나라당과 손을 잡은 민주당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광주·전남 국민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용채 변호사는 대회사를 통해 "오늘은 모든 생명이 피어나는 생명의 계절이 시작되는 춘분이다"는 인사말과 함께 "비민주·반개혁 세력인 야3당이 요건에도 맞지 않는 대통령 탄핵소추를 자행한 것은 국민을 무시한 야만행위"라며 "국민을 무시하는 구세력들을 영원히 정치에서 추방시켜, 한 단계 높은 알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신중철 위원장은 장례 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울산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광주와 곡성의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예를 들며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이라크 전쟁 1주년을 맞아 "지구촌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부정한 전쟁터에 군인을 내보낸다면, 누가 우리의 평화통일 의지를 믿어주겠는가"라고 되물으며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를 요구했다.
▲ ⓒ이광재 기자 | ||
'광주노동자문예운동연합(광노문연)'과 남총련 노래단 '한반도'의 식전 공연 이후, 어린이 합창단 '아름나라', 남총련 율동패, 가수 홍주연씨, 광주청년회 노래단 등의 공연이 펼쳐졌으며, 특히 지난 18일 촛불집회 참가를 위해 광주에 온 노영국씨는 "두 번의 군사 쿠데타에 맞서 분연히 떨쳐 일어서 역사를 바로잡았던 광주 시민들이 세 번째 쿠데타인 '의회 쿠데타'를 바로 잡는 데 힘을 보여 달라"는 당부와 함께 '아침이슬'과 '고래사냥'을 시민들과 함께 합창해 많은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 날 집회에서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덕흥동에서 온 오종석씨(43)는 "오늘 장인어른이 전화를 해서 '오서방 머허는가, 도청에서 촛불집회 한다고 했응게 나가보소'"라고 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에 빠뜨렸다. 또한 광주교육대학교 총학생회장이라고 밝힌 이민우씨는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사회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실천은 안 하고 말만 한다면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면서 계속 촛불집회에 참여할 의지를 밝혔다.
시도민대회 막판에 등장한 광덕중학교 3학년 8반 학생 8명은 '탄핵무효' 스티커를 온 몸에 붙이고 나타나 시민들의 주의를
끌었다.
대표로 발언한 반장 오상현군은 "이게 무슨 일입니까, 선생님들 수업은 안 하고 매일 탄핵 얘기 밖에 안합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나서 학생들과 함께 '남행열차'를 불러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주최측은 자유발언을 하려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자,
"앞으로도 촛불집회가 계속 있으니 그 때 와서 하시라"며 시민들을 되돌리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한편, 저녁 9시경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태평극장까지 행진한 뒤 해산했으며, 시민들은 대형 쓰레기 봉투에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담아 거리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