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주전남 혁신 협의회 논란에 부쳐
[기고] 광주전남 혁신 협의회 논란에 부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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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팔[광주MBC기자]
지역 혁신 협의회의 혁신을 기대한다

광주전남 지역 혁신 협의회가 출발부터 말이 많다. 혁신을 위한 기구가 오히려 혁신에 역행하는 모습이라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개월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모습을 드러낸 혁신 협의회는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혁신적이지 않다. 구태를 벗어나지 못난, 낡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혁신이라는 이름만 달고 등장한 것인데, 그것도 너무 세련되지 못해 금방 들통 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출범도 하기 전에 일부 참여 주체는 물론 참여하지 못한 단체 또는 사람들의 반발을 초래하면서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말하면 혁신을 외치며 혁신을 수행하겠다며 전국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광주전남 혁신협의회는, 혁신을 말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감동을 주는데 실패했고 실망과 회의 나아가 반발만 초래하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인가?

   
▲ 광주전남지역혁신협의회 창립
우선 공동 대표를 보자. 모두 14명이다. 공동 대표가 이렇게 많다는 것 자체가 기관별 단체별로 나눠먹기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공동 대표가 10명이 넘는 조직을 본 적이 있는가? 설령 2명 이상의 공동대표가 있다고 해도 그런 조직치고 잘 되는 것 보았는가?

당초 공동 대표는 13명이었다. 행정기관 2(시도지사), 의회 의장 2(시도의회), 대학 2(전남대, 조선대), 언론 2(신문1,방송1), 기업계 2(광주상공회의소,전남 상공회의소), 시민단체 2(광주시민단체, 전남 시민단체), 연구소1(광주전남발연구원).

이 안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대학이었다. 1명의 몫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왜 전남대와 조선대 등 광주지역에 있는 대학만 대표가 되느냐는 반발이었다. 그래서 전남지역 대학인 순천대가 추가되어 공동 대표는 최종적으로 14명이 된 것이다.

우여 곡절끝에 기구 구성을 마치고 운영위원회와 5개 분과위 위원들을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는데 더욱 가관이었다. 광주전남 발전 연구원이 1차로 명단을 받아 보니, 공동 대표들이 모두 자기 사람을 추천한 것이었다. 전남대 총장은 전남대 교수를, 조선대 교수는 조선대 교수를 하는 식이었다.

언론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신문쪽 대표인 전남일보는 운영위원에 자기 회사 편집국 주필을, 방송쪽 대표인 광주방송 역시 자기 회사 보도국장을 각각 추천했다. 특히 전남일보는 지역 대학 및 인력 개발 분과에 자사 편집국장을, 광주방송은 주주건설사를 지방 산업분과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이한 것은 지역 특화 발전 분과에 광주일보 논설고문이 신문쪽 몫이 아닌 광주상의 추천으로 명단에 올랐다는 점이다.

왜 이같은 상황이 빚어졌을까? 두가지다. 하나는 운영위와 분과위원의 추천권이 공동 대표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공동 대표들이 혁신적인 마인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동 대표는 자기 대학이나 회사 몫이 아닌데도 대표를 맡은 사람들이 자기 조직의 몫으로 착각하거나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기 사람 심기라는 구태가 재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공동 대표들은 혁신 기구의 대표를 맡을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1차 명단 결과가 문제가 되자, 구성원을 다시 짜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크게 보아 결과는 동일했다. 신문쪽 대표인 전남일보는 공동 대표에 사장, 운영위원에
주필, 지방대학 및 인력 개발 분과위에 편집국장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뚝심과 배짱을 보여 주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1차에 논설고문 1명이던 광주일보의 몫에 차장이 한명 가세해 2명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결국 광주전남지역 신문 10개 가운데 전남일보와 광주일보가 5명을 차지했고 나머지 신문사는 1명도 없는 꼴이 된 것이다.

방송은 어떤가? 광주방송 역시 운영위원을 자사 보도국장으로 끝까지 관철시키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달라진 점은, KBS와 MBC,CBS가 각각 1명씩 포함돼 모양새 상으로는 신문보다는 나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KBS,MBC와 KBC 사장 간에 감정이 상하는 수준의 전화상의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가장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언론계가 자기 이익만 챙기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실무를 주도한 광주전남 발전 연구원 역시 비판을 면키는 어렵다. 광전연의 연구원이 5명이 포함되질 않았는가? 광주전남 다른 기관,연구소에 그만한 수준의 연구원이 없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아마도 공동 대표로 참여한 사람들이 혁신 협의회를 자신의 얼굴 내미는 지역 유지들의 모임 정도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과거와 똑같은 생각, 나를 희생하지 않고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세로는 참여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혁신을 논하는 것도 기존과 다른 정신과 패러다임으로 광주 전남의 공동 발전을 위해 서로 힘을 합쳐 보자는 의도가 아닌가?

광주전남 혁신 협의회 구성과 출범을 놓고 제기되는 지적과 비판에 대해 주도적인 구성원이 되지 못한 조직과 사람들의 불평이나 단순한 트집잡기로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혁신을 하자는 조직과 기구가 혁신의 모습을 진정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모든 제도나 기구가 다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제도나 기구를 채우고 운영하는 주체 즉 사람일 것이다. 혁신 협의회에 참여하는 주체들 스스로 혁신의 준비가 돼 있는지 자문할 일이다. 그리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물러나야 한다.

이제 시작인 만큼, 전국에서 처음인 만큼 급할 것은 없지 않은가? 진통은 해결하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해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는 또하나의 갈등 요인만 되고 말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 혁신 협의회의 혁신을 기대한다.

/정영팔[광주MBC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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