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거부하고 단장에 찍히면 끝장”
“오디션 거부하고 단장에 찍히면 끝장”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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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태 시립예술단 노조 사무국장

박근태 사무국장은 광주시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거꾸로 가는 문화정책”이라고 혹평했다. ‘문화수도’ 운운하면서도 재정자립도를 핑계로 임금과 복지수준은 최악의 수준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박 국장에게 “문화예술회관은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인재를 쫓아내는 곳”이다.

특히 회관에서 “참여관객 숫자로 단장을 평갚하고 “돈벌이 안 되는 단체는 없애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때면 절망감이 앞선다. 광산업과 첨단산업을 유치하겠다고 하면서도 문화마인드는 제조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문화예술정책에 절로 고개가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여기에 2년마다 한번씩 오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불청객은 단장에 대한 충성심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어 예술인으로서 자존심을 내팽개친 지 오래다. “오디션을 거부하고 단장에 찍히면 곧바로 끝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저생계비를 약간 상회하는 저임금에 허덕이며 정기회원 모집과 강제로 할당된 티켓판매를 위해 가족 친지 등에게 손을 벌여야 할 때는 말이 좋아 예술인이지 ‘빚 좋은 개살구’라는 자괴감이 앞선다.

문화예술인들에 대해 1등부터 꼴찌까지 등급을 매겨 목을 치는 도시. 예술관료들이 되레 문화예술의 목을 비트는 도시. 무조건 건물만 올리면 문화도시가 된다고 믿는 도시. 그 같은 문화마인드 위에 세워진 ‘문화수도’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박 국장은 “도로아미타불”이란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인을 먼저 대접하는 제대로 된 처우부터 개선하란다.
다시 광주문예회관 정문 앞. 그리고 해고노동자들의 규탄집회. 상호 동화될 수 없는 이질적인 풍경들 속에 일그러진 광주시 문화정책의 단면이 찬바람 앞에 흰 종아리를 드러내놓고 아프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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